리그 순위표에서 더 내려갈 곳도 없는 디펜딩 챔피언 수원이 또 승점 쌓기에 실패했다. 결코 쉽지 않은 상대와 한 방문 경기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만 세 경기 내내 단 한 골도 넣지 못한 공격력은 분명히 재정비가 필요해 보였다.

 

차범근 감독이 이끌고 있는 디펜딩 챔피언 수원 블루윙즈는 4일 저녁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09 K-리그 4라운드 FC 서울과의 방문 경기에서 0-1로 패하며 꼴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축구장, '구심점'의 중요성

 

수원의 파란 옷을 입고 미드필더의 중요성을 널리 알린 적이 있는 선수 둘은 나라 밖에 나가서도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 중 한 선수는 J-리그 빗셀 고베에서도 핵심 선수로 자리잡고 있는 김남일이며 나머지 한 선수는 부푼 꿈을 안고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 도전장을 내민 조원희(위건 애슬레틱)다.

 

조원희의 경우 측면 미드필더에서 가운데 미드필더로 그 자리를 바꾼 경우이기는 하지만 팀을 떠나기 직전까지 두 선수 모두 '홀딩'형 미드필더로 수원을 대표하는 얼굴이었다. 다른 표현을 빌리면 '구심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지금 수원에게는 그들이 지켜왔던 것만큼 든든한 구심점이 보이지 않는다. 또 하나의 노련한 멀티 플레이어 송종국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무게중심이 자꾸 측면으로만 쏠리는 경향이 있다. 김대의와 홍순학이 휘젓는 측면 움직임은 어느 팀과 비교해도 모자란 부분이 없지만 상대적으로 가운데가 허전해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축구 경기에서 좌우 측면의 균형도 중요하지만 정작 더 든든하게 무게중심을 잡아줘야 하는 가운데 미드필드가 불안하면 진정한 조화를 이루기 어렵다. 그래서 송종국 혼자에게만 그 중책을 맡기는 것이 부담스러웠던지 수원의 차범근 감독은 활동폭이 넓은 최성현에게 그 보조적 역할까지 주문했다.

 

하지만 감독의 뜻이 제대로 통하지 않았다. 공격에 적극 가담했던 최성현의 뒷공간이 한태유와 김한윤(후반전) 둘이서 중심을 잡은 안방 팀에게 밀린 것. 더구나 FC 서울에는 최근 물오른 기량을 뽐내고 있는 공격형 미드필더 기성용이 있었기 때문에 더 어려움을 겪었다.

 

한 마디로 홀딩형 미드필더의 지원을 충분히 받느냐의 여부가 이 경기의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 셈이었다. 비록 수원과 달리 수비에 더 치중한 한태유와 김한윤의 지원을 든든하게 받은 기성용이 수원의 박현범에게 판정승을 거두었다고 할 수 있는 경기였다.

 

여기에 왼쪽 측면의 김치우까지 날카로운 공 배급을 가능하게 했으니 가뜩이나 좋은 횡적 연결에 수원의 수비수들은 정신을 차리기 어려웠던 것이다. 아울러 68분, 이청용의 결승골 직전에 기습적인 돌려차기로 이운재의 보이지 않는 실수를 이끌어낸 데얀의 감각은 여전히 훌륭했다.

 

서동현, '설마, 골 라인에 그가?'

 

봄 기운이 한껏 느껴지기 시작한 4월의 첫 주말 밤, 수원의 골잡이 서동현은 아마도 잠을 못 이룰 것 같다. 두 차례의 결정적 득점 기회를 날려버린 것이 오랫동안 눈 앞에서 떠나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특급 골잡이 에두와 나란히 서서 디펜딩 챔피언의 공격을 이끌던 서동현은 전반전과 후반전에 각각 한 차례씩 유효 슛을 기록했다. 그런데, 하나는 문지기에 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어이없게도 골 라인을 지키고 있던 수비수에게 막히고 말았다.

 

전반전에 안방 팀 벌칙구역 안쪽에서 공을 잡은 서동현은 각도를 줄이며 달려나오는 상대 문지기 박동석의 선방에 걸렸고, 경기 종료 직전에는 더 좋은 기회를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마무리 킥이 약했다.

 

후반전 추가 시간 5분도 다 끝나갈 무렵 수원 선수들은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며 공을 높게 띄웠다. 이 공은 쉽게 문지기 박동석의 장갑에 들어가는 줄 알았지만 낙하지점에 있던 수비수 김진규와 엉키며 골문 쪽으로 흘렀다. 이렇게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지며 공은 수원 골잡이 서동현의 왼발 앞으로 굴러와 곧바로 돌려차기로 이어졌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하필 서동현의 왼발 끝을 떠난 공이 굴러간 골 라인 위에 안방 수비수 박용호가 버티고 있었던 것. 극적인 드라마가 만들어지는 줄 믿었던 수원의 주장 곽희주는 바로 그 자리에 엎드러질 정도로 아쉬움을 털어냈다. 곧바로 최광보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렸기 때문이었다.

 

1미터 정도라도 틀어서 때리거나 좀 더 강한 돌려차기로 이어졌다면 정말 운명이 바뀔만한 순간이었다. FC 서울로서는 그야말로 손아귀에 넣었던 월척을 놓칠 뻔 한 것이다.

 

박용호의 훌륭한 커버 플레이 덕분에 FC 서울은 수원 블루윙즈와의 안방 맞대결 기록에서 다섯 경기만에 승리를 거두는 기쁨을 누렸다. 2007년 4월 8일부터 이어진 1무 3패의 불편했던 기억을 지워버리는 순간이었다.

 

사실, 두 팀은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일정 때문에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만났던 것이다. 이 경기 패배로 말미암아 1무 3패의 초라한 정규리그 성적표를 붙인 수원 블루윙즈는 오는 7일 밤 열리는 G그룹 세 번째 경기(상하이 선화 방문 경기)를 위해 홍커우 스타디움으로 들어가야 하며, 그나마 승리의 기쁨을 누린 FC 서울은 수원보다 하루 뒤인 8일 낮에 지난에 있는 샨동 스포츠 스타디움으로 들어가 샨동 루넝과 만난다.

덧붙이는 글 | ※ 2009 K-리그 4라운드 경기 결과, 4일 상암월드컵

★ FC 서울 1-0 수원 블루윙즈 [득점 : 이청용(68분)]

◎ FC 서울 선수들
FW : 이승렬, 정조국(57분↔데얀)
MF : 김치우(87분↔이상협), 한태유, 기성용, 이청용
DF : 박용호, 김진규, 김치곤(46분↔김한윤), 안태은
GK : 박동석

◎ 수원 선수들
FW : 서동현, 에두
MF : 최성현, 박현범(76분↔백지훈), 송종국, 김대의
DF : 양상민(59분↔배기종), 곽희주, 리웨이펑, 알베스(85분↔조용태)
GK : 이운재

2009.04.05 11:27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 2009 K-리그 4라운드 경기 결과, 4일 상암월드컵

★ FC 서울 1-0 수원 블루윙즈 [득점 : 이청용(68분)]

◎ FC 서울 선수들
FW : 이승렬, 정조국(57분↔데얀)
MF : 김치우(87분↔이상협), 한태유, 기성용, 이청용
DF : 박용호, 김진규, 김치곤(46분↔김한윤), 안태은
GK : 박동석

◎ 수원 선수들
FW : 서동현, 에두
MF : 최성현, 박현범(76분↔백지훈), 송종국, 김대의
DF : 양상민(59분↔배기종), 곽희주, 리웨이펑, 알베스(85분↔조용태)
GK : 이운재
기성용 박용호 박현범 이청용 K-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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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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