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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쉬전 개막식모습. 축하인사 방송인 이상벽. 보스턴미술관수석디렉터 재키 엘가, 사진작가 육명심, 뉴벤처엔터테인먼트사장 김민수, 한겨레사장 고광헌, 두산그룹회장 박용성, 예술의전당 관장 신홍순,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배순훈, 주한중국대사 청융화
 카쉬전 개막식모습. 축하인사 방송인 이상벽. 보스턴미술관수석디렉터 재키 엘가, 사진작가 육명심, 뉴벤처엔터테인먼트사장 김민수, 한겨레사장 고광헌, 두산그룹회장 박용성, 예술의전당 관장 신홍순,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배순훈, 주한중국대사 청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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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오는 5월 8일까지 '인물사진의 거장 카쉬展'을 열린다. 유섭 카쉬(Yousuf Karsh 1908~2002) 탄생 100주년을 맞아 작년 보스턴미술관에서 열렸고 올해 서울로 이어졌다. 그의 대표작 중 70여 점을 엄선한 것이다.

사실 그의 사진을 어려서부터 많이 봐왔지만 우린 그 작가가 누군지 몰랐다. 백 년 전에 태어난 인물을 이제야 알게 되다니 좋은 작가란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그 빛을 잃지 않는다.

그는 사람의 표정에 담긴 미묘한 삶의 명암을 잘 잡아낸다. 얼굴이란 삶의 발자취와 흔적 그리고 희로애락이 담긴 아카이브 아닌가. 카쉬는 명사의 얼굴 속에 숨겨진 사소한 것에서 훌륭한 것까지 어떤 것도 놓치지 않는다.  

그레이 아울(1936), 시벨리우스(1949), 슈바이처(1954)

'그레이 아울(Grey Owl)' 35×27cm 1936. '시벨리우스' 76×61cm 1949. '슈바이처' 122×90cm 1954. 고뇌에 찬 3인3색의 얼굴이 조금씩 다르다.
 '그레이 아울(Grey Owl)' 35×27cm 1936. '시벨리우스' 76×61cm 1949. '슈바이처' 122×90cm 1954. 고뇌에 찬 3인3색의 얼굴이 조금씩 다르다.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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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명사들 얼굴에는 그 시대의 고민이 서려있다. 그레이 아울(Grey Owl)은 영국인이나 북아메리카원주민의 삶을 동경해 그들과 함께 산다. 캐나다에서는 '자연생태의 아버지'라는 칭송을 받는 인물이다. 우수에 젖은 그의 눈빛은 자연생태의 파괴를 염려하는 표정 같다. 이번 전을 통해 몰랐던 명사를 알게 되어 즐겁다.

가운데 시벨리우스는 음악적 영감에 도취한 모습이다. 창조자의 고통도 엿볼 수 있다. 카쉬는 핀란드로 그를 찾아가 캐나다에서 일하는 핀란드노동자들이 그가 작곡한 '핀란디아'를 들으면서 땀 흘려 일한다는 말을 전하여 그에게 감흥을 불어넣고 찍었으리라.

카쉬는 슈바이처박사를 독일 군스바흐에서 1954년에 만났다. 카쉬는 이 사람이 집중력이 빼어나다는 것을 알고 촬영 때는 사진 찍은 일에만 몰두하도록 유도한 모양이다. 여기 현대인간의 실존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고민하는 자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영국수상 처칠(1941)과 프랑스대통령 퐁피두(1965)

'윈스턴 처칠' 122×90cm 젤라틴 실버프린트 1941. '조르주 퐁피두' 45×50cm 젤라틴 실버프린트 1956
 '윈스턴 처칠' 122×90cm 젤라틴 실버프린트 1941. '조르주 퐁피두' 45×50cm 젤라틴 실버프린트 1956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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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1941년 오타와에서 찍은 처칠수상 사진을 보자. 으르렁거리는 표정이다. 그핸 독일에 선전포고를 한 후라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사실 찍기 불가능한 사진이나 카쉬는 기습적으로 카메라를 들이댔다. 그리고 대성공을 거둔다. 그 이유는 뭘까? 노벨문학상을 탈 정도로 명문장가인 그의 깊이 있는 인간미를 사진에 담겨있기 때문이리라.

처칠을 보면 영국인의 인내심이 보인다. 그의 사전엔 '포기'가 없다. 포기란 인내가 약한 자가 쓰는 말임을 그는 증명한다. 그래서 그는 독일을 물리치고 영국의 영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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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퐁피두대통령을 보자. 위 사진은 그가 총리 때 찍은 것이다. 카쉬는 그를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지도자보다는 예술애호가라는 측면에서 온화한 인품에 초점을 맞춘다. 그는 요즘 회자되는 '컬처노믹스(문화로 경제살리기)'의 콘셉트를 살린 문화대통령이다.

그는 대통령이 되자 파리를 미술관프로젝트로 새롭게 단장한다. 엄청난 자금을 배정하고 국제 공모로 설계자도 뽑는다. 하지만 1974년 갑작스런 서거로 생전에 그 완성을 못 본다. 3년 후 이 건물은 완공되고 '퐁피두센터'라는 이름이 붙는다. 이 센터는 오늘날 엄청난 국가의 부를 낳는다. 카쉬는 이런 진정한 실용주의대통령의 면모를 사진에 담았다.

20세기 미술의 황제 피카소(1954)

 '파블로 피카소' 젤라틴 실버프린트 1954. Yousuf Karsh, Pablo Casals, gelatin silver print, 1954
 '파블로 피카소' 젤라틴 실버프린트 1954. Yousuf Karsh, Pablo Casals, gelatin silver print, 1954
ⓒ Yousuf Kar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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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는 20세기 미술의 황제였기에 카쉬의 입장에서 그를 꼭 찍고 싶었을 것이다. 피카소는 갑부였으나 프랑스 공산당에 가입하였고 나치가 2천여 명의 양민을 학살한 게르니카사건을 작품으로 형상화하는 등 못 말리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200파운드가 되는 장비를 갖추고 처음 피카소를 찾아갔을 때 그 여건은 최악이었다. 혹시 사진을 못 찍게 되나 염려했으나 그는 결국 나타났다. 더욱 놀라운 건 피카소는 새로 산 셔츠를 입고나와 주변사람들을 놀라게 했단다. 누구의 아이디어인지는 몰라도 그가 좋아하는 여자 대신 누드가 있는 도자기를 그 옆에 둔 점은 재치 있어 보인다.

세기의 요정 헵번과 에로스여신 아니타 에크베르그(1956)

'오드리 헵번' 젤라틴 실버프린트 1956. '아니타 에크베르그(Anita Ekberg)' 171×56cm 1956
 '오드리 헵번' 젤라틴 실버프린트 1956. '아니타 에크베르그(Anita Ekberg)' 171×56cm 1956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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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쉬는 1956년에 미인들을 많이 찍은 것 같다. 우선 세기의 요정 오드리 헵번, 카쉬가 그녀를 찍을 때 "당신은 상처받기 쉬운 여성 같다"고 말하니 그녀는 "2차 대전의 비참함도 다 이겨냈다"며 심지가 있음을 피력한다. 카쉬는 이 배우의 외유내강과 말년의 인류애를 펼친 그녀의 내면에 도시라는 처연한 아름다움도 미리 본 셈이다.

그리고 스웨덴여배우 아니타 에크베르그도 찍었다. 이 배우는 당시 성적매력 철철 넘치는 에로스여신 그 자체였다. 바람에 휘날리는 시원한 이미지로 그녀의 관능적이고 여성스럽고 애교스러운 모습을 최대로 살렸다.

미국과 싸운 세기의 혁명가, 카스트로(1971)

'페델 카스트로' 젤라틴 실버프린트 1971. 그의 눈빛이 유난히 날카롭다.
 '페델 카스트로' 젤라틴 실버프린트 1971. 그의 눈빛이 유난히 날카롭다.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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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지금도 살아있는 수수께끼 같은 인물 카스트로를 보자. 그는 쿠바의 혁명가로 체 게바라와 함께 바티스타독재정권을 무너뜨렸다. 카쉬는 그를 만나기 위해 1971년 하바나로 떠난다. 촬영이 무산되나 했는데 마침내 허가를 받는다. 군복을 입고 권총을 찬 그가 악수를 청하며 지체된 일정에 대해 정중히 사과했다고 전한다.

카쉬는 여기에서 역시 카스트로의 눈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눈길이 여간 매섭고 날카롭지 않다. 그러나 그 속에 흐르는 인간적 매력도 읽혀진다. 그는 사진을 통해 한 인간의 인격까지 순화시키는 그런 경지에 도달할 것이 아닌가싶다.

소피아 로렌을 위해 특별히 컬러사진 시도

'소피아 로렌' 크로모제닉 프린트(chromogenic print) 1981. 큰 모자와 환한 웃음이 그녀를 더 넉넉해 보이게 한다
 '소피아 로렌' 크로모제닉 프린트(chromogenic print) 1981. 큰 모자와 환한 웃음이 그녀를 더 넉넉해 보이게 한다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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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카쉬가 파리의 아파트에 사는 소피아 로렌을 찍은 것이다. 자녀들을 유난히 아끼는 이 배우의 인간적 면모를 보고 반한다. 그는 "지성과 프로근성 그리고 아름다움을 고루 갖춘 이런 배우를 촬영한다는 건 정말 즐거운 일이다"라고 고백한다.

이 사진의 매력 포인트는 흑백사진에서 과감히 컬러사진으로 바꾼 것도 그렇지만 한 배우가 나이가 들수록 더 아름다워지고 그 아름다움의 깊이가 더 깊어진다는 점을 앵글로 잡으려 한 점이다. 여기에서 그 핵심은 바로 그녀의 따뜻한 눈빛이다.

말년에 찍은 흑인오페라가수(1990)

'제시 노먼(Jessye Norman)' 젤라틴 실버프린트 1990
 '제시 노먼(Jessye Norman)' 젤라틴 실버프린트 1990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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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카쉬가 말년에 찍은 제시 노먼(Jessye Norman 1945~)을 보자. 그녀는 20세기를 빛낸 흑진주 프리마돈나 오페라가수다. 우리에게 마리아 칼라스만큼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어떤 팬들은 극적인 효과를 내는 그의 음성이 칼라스보다 더 낫다고 평한다. 헵번과 포즈가 비슷하나 흑인여성이라는 점에 그 독특한 아름다움을 더한다.

특별전: 한국인물사진의 거장, 육명심

육명심 I '서정주' 1973. '장욱진' 1969. '천상병' 1971
 육명심 I '서정주' 1973. '장욱진' 1969. '천상병' 1971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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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에는 '한국의 인물사진 임응식, 육명심, 박상훈, 임영균, 김동욱 5인전'도 같이 열린다. 또한 한국카메라박물관이 협찬으로 30~50년대의 스튜디오용 카메라도 볼 수 있다.

육명심 작가는 한국인물사진의 개척자로 직접 뵈니 어린아이의 마음을 가진 꾸밈없는 어른이다. 거장은 역시 다르다. 예술가는 예술가를 알아본다고 그가 찍은 인물은 한국을 빛낸 예술가들이 대부분이다. 이번엔 '서정주', '장욱진', '중광', '이외수'를 선보인다.

그는 대뜸 "인물사진이란 작가가 인물을 연출하는 거야"라고 말한다. 이 말에 카쉬사진의 비밀을 푸는 답이 있는 것 같다. 이번에 출품되지 않았으나 '천상병'은 그의 대표작이다. 서슬 퍼런 독재시절, 간첩누명을 쓰고 조사받던 때의 악몽이 사진에 잘 농축되어 있다.

한국 인물사진 2세대, 박상훈

박상훈 I '김혜수' 100×78cm 2004. '송강호' 100×70cm 2005
 박상훈 I '김혜수' 100×78cm 2004. '송강호' 100×70cm 2005
ⓒ 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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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작가전에는 원로작가 임응식과 2세대작가 임영균, 김동욱도 포함되어 있다. 여기서는 지면상 박상훈작가만 소개한다. 그의 신선하고 자연스런 연출사진이 사람들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의 성공은 어떤 미적 잣대로 설명하기 힘들다.

김혜수의 도도하면서도 자연스러운 관능미는 카리스마로 넘친다. 스웨덴여배우 아니타 에크베르그와 비교해도 팽팽한 수준이다. 듬직한 형 같은 배우 송강호와 칸영화제의 여왕 전도연도 나란히 등장한다. 무덤덤한 표정 속에서 강력한 메시지를 풍긴다.

덧붙이는 글 | 관람 요금: 성인 8,000원 I 청소년 7,000원 I 어린이 6,000원 소장박물관: 미국보스턴미술관 주최: 한겨레신문사, ㈜뉴벤처엔터테인먼트 문의: 1544-1681 http://www.karshkorea.com



태그:#유섭 카쉬, #윈스턴 처칠, #오드리 헵번, #소피아 로렌, #인물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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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중 현대미술을 대중과 다양하게 접촉시키려는 매치메이커. 현대미술과 관련된 전시나 뉴스 취재. 최근에는 백남준 작품세계를 주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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