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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때는 우리만 위기였고, 세계는 다 좋아 물건 팔아 한 해만 마이너스 성장했다"며 "그러나 이번에는 내년까지 나쁠 지 알 수 없다."

 

"이 위기는 오래 갈 것 같지는 않다"면서 "혹자는 2, 3년 이라고 하지만 금년 한 해를 보내면 회복할 것."

 

한 사람이 하룻사이 우리나라 경제 전망을 언급한 말이다. 달라도 많이 다르다. 한 번은 내년까지 우리나라 경제가 나쁠지 알 수 없다는 말이고, 한 번은 이 위기는 오래 갈 것 같지 않다는 말이다.

 

이 말을 한 사람은 이명박 대통령이다. 위 인용문은 지난 3일 뉴질랜드 오클랜드 동포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이 한 말이다. 아래 인용문은 4일 호주를 방문중인 이 대통령이 시드니에서 가진 동포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대통령이 국외 방문 기간 중 경제 위기를 떠벌리고 다닐 필요도 없지만 하룻사이 경제전망을 달리하는 것도 적절한 발언이 아니다. 하루는 경제위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고, 하루는 올해를 보내면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 대통령 발언 중 어느 말에 장단을 맞추어야 할지 혼란스럽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다. 없는 위기를 부추기는 일도 문제지만, 있는 위기를 애써 감추는 것도 문제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 경제는 세계 각국이 함께 위기를 겪고 있기에 없는 위기가 아니다. 하룻만에 환율은 상승과 하락을 되풀이하고 있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느낌이다. 주가도 마찬가지다.

 

서민 경제는 더 떨어질 것도 없는 상황이다. 정부도 서민 경제 위기를 알고서 저소득층에 '소비쿠폰' 또는 현금을 지원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소비쿠폰과 현금 지원은 저소득층 생활환경이 생각보다 심각한 위기임을 정부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소득층도 도와주면서 쿠폰을 통해서 얼어붙어 소비까지 회복시키려는 자구책이다.

 

소비쿠폰까지 발행해서 저소득층을 지원하고, 소비회복을 필요성을 느꼈다면 짧은 시간에 경기 회복은 불투명하다. 경기악화로 인하여 중산층에서 저소득층으로 떨어지는 일은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 소비쿠폰같은 제도로는 빈곤층으로 전락한 이들을 통하여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는 솔직해야 한다. 올해만 고생하면 내년부터는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지금은 장밋빛 전망이 아니라 사회안전망 구축화 함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일자리도 무조건 많이 만든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88만원짜리 일자리 아무리 많이 만들어도 내일에 대한 희망이 없다. 삽질, 인턴과 비정규직 같은 불안한 일자리가 아니라 환경과 복지, 정보, 교육 같은 21세기식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고생하자, 고생하자는 말은 더 이상 듣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없다. 조그만 더 고생하면 내년에는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은 더 이상 기대하지 않는다. 서민들은 더 고생할 것도 없다. 고통을 나누기 위해 신입사원들은 임금을 20%나 깎으면서 CEO들 임금은 인상하거나 그대로였다.

 

<한겨레>는 지난 2일 주요 그룹들이 경영위기를 맞아 임직원 급여삭감, 주주들에 대한 배당축소 같은 고통분담을 요구하면서도, 정작 그룹총수와 최고경영자들의 올해 보수한도는 지난해와 같거나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위기는 오래 갈 것 같지 않다"는 말은 대기업 총수같은 대한민국 1%에게 해당되고, "그러나 이번에는 내년까지 나쁠 지 알 수 없다"는 말은 서민들에게 해당될지 모르겠다. 조금만 더 고생하라는 말을 서민과 시민에게 하지 말고, 이명박 정부가 세금 깎아준 사람들에게 먼저 해야 한다.

 

고통분담을 더 이상 나눌 것 없는 사람들에게 강요하지 말고, 서민들 고통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이들에게 진짜 고통에 참여하는 정책을 만들고, 만든 정책을 추진하고 나서 서민들에게 내년에는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말해야 신뢰를 얻을 수 있고, 서민들도 고통분담에 나설 수 있다. 그래야만 이 대통령 바람처럼 대한민국 경기는 다시 살아날 것이다. 


태그:#이명박, #경기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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