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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등에 떨어진 돈을 막아야 할 때, 혹은 새로 무엇인가 시도할 경우, 서민들은 어쩔 수 없이 은행권에 손을 벌려야 합니다.

하지만 은행에서 돈 빌리기란 만만한 게 아닙니다. 아시겠지만 보증이 필요하니까요. 담보가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형편에선 보증 설 사람을 꼭 내세워야 합니다. 이럴 때 나오는 쌍소리가 있지요.

"에이 ×팔. 지네 돈 빌려주나? 누가 안 갚겠대? 꼬박꼬박 원금에 이자까지 챙기면서 꼭 자기 돈 선심 쓰듯 한다니까! 은행 문턱 낮췄다더니, 꼼짝도 않고 그대로네. 대체 은행 문턱은 왜 이리 높은 거야!"

투덜대고 돌아서도, 한 푼이 아쉬우니 고깝지만 참을 밖에요. 그래도 가슴에 남는 말이 있지요. "아니꼬우면 부자 되라니까. 부자 된 후 어디 두고 보자!"

통장.
 통장.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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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은 부모 자식 간에도 서지 마라!"

경제가 호황일 때에도 보증 세우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런 마당에 경제가 어려운 지금은 보증세우기가 더더구나 쉽지 않습니다. 이런 말이 있지요.

"보증은 부모 자식 간에도 서지 마라!"
"친한 친구 간에는 말도 꺼내지 마라! 돈 잃고 의리까지 잃는다! 잃으려면 하나만 잃어라!"

막상 보증 세워 돈 빌려야 하는 입장에선 정말이지 환장할 말입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그러려니 해야지요.

허나, 보증 요청받는 사람도 여간 불편한 게 아닙니다. 가족이나 친구일 경우, 더욱 난처하지요. 얼굴 보면 안 서줄 수도 없고, 서 주자니 처지가 아니고 해서 진퇴양난입니다.

이럴 땐, 떼이기를 작정하고 보증을 서든, 아니면 냉정하게 얼굴 돌리는 수밖에 없지요. 그러나 마음이 개운치 않아 임기응변으로 얼마간의 돈을 전달하기도 합니다.

지인의 보증으로 겨우 장사를 시작하고...

제 경우를 한 번 풀어볼까요? 10년 전, 다니던 시민운동 상근직을 그만두고 외도를 한 적이 있습니다. 활동비 명목으로 받았던 월급은 60만원이었습니다. 이를 받으면서 60만원이 아니라 600만원으로 생각했었지요. 그러나 현실은 어쩔 수 없더군요.

하여, 호프집을 내려고 마음먹었지요. 없는 형편인지라 빚을 내야 하는데, 은행에선 보증을 요구하더군요. 고민 끝에 지인에게 보증을 부탁했습니다. 군말 없이 "그러자" 하더군요. 정말 너무~ 너무~ 고맙데요.

그래서 아내와 같이 장미 한 송이를 들고, 지인의 집을 찾아갔었습니다. 이게 상대방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왜냐면 빚보증은 부부가 함께 허락해야 별 탈이 없으니까요. 지인의 집 거실에서 아내와 함께 무릎을 꿇고 고마움을 표했습니다.

"우리도 사정은 있지만 열심히 살려고 애쓰니까 서주는 거예요…."

아내에게 참 미안하대요. 못난 신랑 만나 다른 사람 앞에서 무릎까지 꿇다니…. 지난 주, 우연히 호프집에서 그 지인을 만났습니다. 처음으로 보증 서준 것에 대해 물었지요.

보증 설 때, 보증이 몇 개 터졌다. 그래도 섰다!

"그때 왜 제 보증을 섰습니까?
"무언가를 해보려는 에너지가 너무 강했다. 어느 누구라도 보증 안 서줄 수가 없었을 거다."

"보증 서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은 안 했어요?"
"사실, 나도 그때 힘들었다. 보증 섰던 게 몇 개가 터져 돈을 물어주고 있는 상황이었다. 한 마디로 죽을 맛이었다. 그러나 아내와 상의 끝에 해 주기로 했다."

지인 부부는 나름대로 골몰히 생각했겠지만 정말 고마웠습니다. 10년이 지났건만 눈물이 날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3년에 걸쳐 은행 빚을 갚았습니다. 당시, 한 번 연채됐었습니다. 그래도 지인은 "연채 됐네?" 하고 말더군요. 미안해 죽을 지경이었지요.

지금도 다른 사람을 만나면 두고두고 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누가 보증을 서 장사를 했었다고. 보증에 대해 조심스럽고, 속상하지만 그래도 세상은 이런 사람이 있어 힘을 얻었다고.

삶은 이런 것 아닐까요?

덧붙이는 글 | 다음과 SBS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태그:#보증, #대출, #은행, #문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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