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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법률가가 아니라 정치인으로서 판단을 내렸다." (오윤식 변호사)

 

검찰의 '용산 철거민 화재' 수사 발표를 바라보는 민간 진상조사단의 견해는 한마디로 압축됐다.

 

민변과 시민단체들이 주축이 된 진상조사단은 9일 오후 검찰에 반박하는 기자회견에서 용산 참사와 관련한 국정조사와 특별검사를 요청했다.

 

진상조사단 박진 활동가는 "사상자를 초래한 화재(1월 20일 오전 7시 20분 38초경)가 나기 전에 두 차례에 걸쳐 망루 안에서 불길이 일어나는 등 경찰은 화재 위험성을 경험했다"며 "명백히 드러난 화재 위험 앞에서 경찰의 멈추지 않는 진압으로 6명의 생명이 사라졌다"고 밝혔다.

 

박 활동가는 "1시간 동안 작전을 독촉하는 횟수는 8차례 이상이었는데 농성자의 안전 확보를 지시한 것은 2차례뿐이었다"며 "경찰은 망루가 완전히 타서 무너진 7시 25분경에야 '경찰 병력이 나왔으니 (농성자도) 나왔을 것 같다'는 식으로 농성자의 안전을 처음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경찰청이 만든 '집회시위현장 법집행 매뉴얼'에는 '선 화염병 소진, 후 검거' 원칙이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경찰이 대형화재 위험에 대비한 안전조치가 최대한 이루어질 때까지 망루 농성자들에 대한 검거 및 진압 작전을 잠정 중단하는 게 마땅했다는 게 조사단의 견해이다.

 

발화 원인을 '시너와 화염병‘으로 특정한 검찰과 달리 진상조사단은 ▲ 발전기 누전 ▲ 유증기 ▲ 경찰 진압장비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이충연 용산4지구 철대위원장 등 3명의 철거민들은 "경찰특공대가 망루로 진입할 무렵까지 망루 2층에 설치한 발전기가 작동되고 있었다"고 말해 발전기가 물에 젖어 누전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하나의 가능성은 유증기에 의한 발화다. 조사단은 "시너를 화염병으로 옮기면서 공기 중에 쌓인 유증기가 폭발했을 가능성도 80% 정도 된다"는 현직 소방관의 진술을 청취했는데, 검찰이 이 같은 가능성을 무시했다는 주장이다.

 

"경찰특공대가 장악한 망루 3층에서 고성능 랜턴 또는 특정한 경찰장비가 사용됐고, 화재 발생 직전 농성자들이 원인불명의 가스에 의해 무기력 상태에 빠졌다"는 철거민들의 진술도 있었다고 한다. 경찰은 현장에서 사용된 진압장비 내역을 밝히라는 야당들의 주장에 차일피일 답변을 미루고 있는 상태다.

 

경찰특공대의 투입 불가피성을 강조한 검찰의 설명에 대해서도 조사단은 "철거민을 범죄자로 몰기 위한 '짜맞추기' 수사"라고 반박했다.

 

권영국 변호사는 "경찰특공대가 투입되려면 테러나 요인 보호 등의 위험상황이 있는지를 파악해야 하는데 망루가 설치된 1월 19일 오후에 현장은 대단히 평화로운 상태가 유지됐다"고 설명했다.

 

철거민들이 화염병과 새총·시너 등 다량의 '자위수단'을 보유하고 망루 농성에 돌입한 것은 사실이지만, 시민과 차량을 겨냥해 화염병을 투척하는 행위가 없었고 경찰도 이미 철거된 집에 발생한 화재 1건 이외에는 피해 상황이 없었다고 보고했다.

 

김덕진 천주교 인권위원회 사무국장은 "진상조사단이 접촉한 주변 상인과 주민들은 19일 상황이 시민·차량에 전혀 위협적인 상황이 아니었다고 증언하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이분들은 검찰에 참고인으로도 불려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이 처음부터 철거민들의 불법성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이다.

 

망루 농성자 전원을 경찰특공대원을 사망케 한 공동정범으로 기소한 검찰의 결정에 무리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권 변호사는 "그동안 시위현장에서 사람이 죽었을 때, 검찰은 가해자가 밝혀지지 않는 한 현장의 경찰을 (공동정범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를 폈는데, 검찰의 주장이 일관성을 가지려면 이번에도 망루 농성자들을 기소하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고 맞섰다.

 

장주영 조사단장(변호사)은 "이번처럼 6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한 사건에 대해 경찰의 책임을 묻지 않으면 앞으로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아무리 많은 피해가 발생해도 정당한 법 집행으로 치부되지 않겠느냐"며 "이는 민주국가가 아니라 경찰국가에서나 가능한 일이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태그:#민변, #용산철거민, #용산참사, #진상조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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