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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보라가 아무리 까불어싸도

오는 봄한테는 못이기는 갑지예

 

하모

오는 봄을 우째 놓칠끼고

피는 꽃을 우째 모른 척 할끼고

 

내 몰래

니 몰래

 

축축히 젖어드는 그리움

빼간치* 틈새 꿈틀대는 사랑을

우째 몰라라 할끼고

 

*빼간치/ '뼈마디' 창원 말

 

-이소리, '우짤끼고' 모두

 

저만치 봄이 다가오고 있다. "눈보라가 아무리 까불어싸도", 이명박 정부가 어슬프게 빚어놓은 서민경제가 제 아무리 지독한 돈가뭄을 내려도, 저만치 사뿐사뿐 다가오고 있는 봄을 모른 척 할 수는 없다. 사람들이 봄을 애타게 기다리는 것도 봄이 주검처럼 꼼짝 않는 삼라만상을 힘차게 일깨우는 새로운 생명줄이자 희망줄이기 때문이다. 

 

불황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올해는 날씨마저 그 어느 해보다 지독하게 추웠다. 가진 게 별로 없는 사람들에게 휘몰아치는 강추위는 더욱 괴롭고 서럽다. 막말이 절로 튀어나올 정도로. 그래서 그런지 올해 들어 강추위와 돈가뭄을 한꺼번에 몰아내는 찬란한 봄이 더욱 기다려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 남녘 텃밭 곳곳에서는 꽁꽁 얼어붙은 잿빛 풀숲을 비웃는 연초록빛 봄이 천천히 다가오고 있다. 인터넷에 대한민국 경제정책을 헤집는 글을 올렸다는 죄로 미네르바를 구속하고, 생존권을 부르짖는 용산 철거민을 불태워 죽이는 이 세상에 봄도 너무 놀랬을까. 비음산(510m, 창원시 사파동) 양지녘에 선 동백나무가 빠알간 꽃 한 송이 피웠다.    

 

꽁꽁 얼어붙은 땅 힘차게 뚫고 솟아오르는 봄빛

 

설날 연휴를 맞아 오랜만에 찾은 비음산 들녘. 철새 한 무리가 주남저수지 쪽 하늘로 천천히 날아가고 있는 비음산 아래 들녘이 겨울잠에서 깨어나고 있다. 잿빛 풀숲에 뒤덮인 논둑을 헤집어보면 거기 연초록빛 냉이와 쑥이 봄맞이 나갈 채비를 하고 있다. 풀숲을 헤집고 있는 산비둘기 동그란 눈빛에도 연분홍 봄빛이 어른거리는 듯하다.

 

비음산 들녘 저만치 주택가 사이에 드러누운 텃밭 곳곳에는 마늘과 대파, 겨울초가 서둘러 초록빛 봄을 물어 나르고 있다. 이명박 정부처럼 꽁꽁 얼어붙은 땅을 힘차게 뚫고, 마치 용산 철거민 참사 추모 촛불처럼 솟아오르고 있는 마늘과, 대파, 겨울초…. 찬바람을 마구 비웃는 봄빛이 너무나 믿음직스럽다.  

 

해마다 가장 먼저(1월초~1월 끝) 함박눈 같은 꽃을 피우던 매화나무. 가지마다 동글동글한 꽃망울을 힘차게 말고 있는 매화나무는 올해 들어 늦장을 좀 부리는 듯하다. 아마도 올해 초부터 갑자기 몰아닥친 강추위와 이명박 시대가 사산아처럼 낳은, 끝이 보이지 않는 지리한 불황이 너무나 꼴 보기 싫었던가 보다.  

 

한반도 남녘 창원 들녘에는 이미 봄이 다가와 있다. 올해는 저 봄과 뒹굴며 지긋지긋한 불황을 활활 불태워 버리는 촛불 하나 피워야 할까 보다. 봄꽃보다 더 아름답게 타오르는 꽃불 하나, 둘, 셋… 백, 천, 만불을 피워야겠다. 올 봄에는 반드시, 그 수천 만 꽃불로 "굳은 땅 갈아엎는 날"을 맞이해야 하지 않겠는가.

 

 

과연 그대는 오는 것일까

 

그대 만나

불꽃송이 송송 피워낼 수 있을까

굳은 땅 갈아엎는 날이 있을까

 

천지에 꽉 찬 저 소리

뇌와 심장을 수술하는 저 소리

저것들의 나라

죽어선들 용납할 수 있을까

 

-고정희, '프라하의 봄 13' 모두

 

덧붙이는 글 | <유포터>에도 보냅니다


태그:#비음산 봄, #올봄에는, #이소리, #고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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