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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로 가득한 어둠이 내려앉은 동인천 밤거리를 자전거를 타고 둘러본 적이 있다. 11년 전 만해도 활개치던 그 거리는 옛모습과 많이 달랐다. 세월이 흐르고 세상이 변해서 그런것이라 생각했지만, 낯선 이국땅에 홀로 남겨진 여행자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동인천
 동인천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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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밤도 늦지 않았는데 바글대던 버스정류장도 한산하다.
 아직 밤도 늦지 않았는데 바글대던 버스정류장도 한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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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학생들과 사람들로 발디딜 틈조차 없이 바글대던 대한서림 주변은 너무나 한산했다. 지하도로 내려가기 위해서는 사람들과 부딪혀야 했기 때문에, 복작거리는 거리에서 한가로움과 여유를 바랐던 적도 있었는데, 이젠 그 복잡함이 그리울 정도였다.

다행인지 그 그리움을 대한서림 맞은편에 있는 동인서관과 탕수육, 떡볶이를 팔고 있는 작은 분식점에서 달랠 수 있었다. 지금은 촌스럽지만 한때 유행했던 '세대교체'라는 상호를 가진 의류점도 대한서림과 버스정류장을 잇는 골목에 그대로 자리하고 있었다.

한산한 대한서림 주변
 한산한 대한서림 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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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학교 학생들에게 인기 좋은 분식집
 인근 학교 학생들에게 인기 좋은 분식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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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차분한 버스정류장에서 요란한 기계음과 불빛, 호기심 많은 남학생들로 가득했던 오락실 골목으로 나아가니, 그 많던 오락실은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 술집과 음식점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옛사랑 그녀가 좋아하던 유명한 명동돈가스 집도 장사가 안 됐는지 점포를 내놓고 자리를 비워둔 채였다. 그 돈가스 집은 돈은 없지만 늘 배고픈 학생들에게 인기만점이었다. 돈가스를 주문하면 떡볶이나 스프, 스파게티, 음료수까지 단돈 3000원에 풀코스로 즐길 수 있었다.

그런 돈가스 집이 사라졌다. 옛사랑과 오래 전 헤어져 그녀의 전화번호도 얼굴도 잊어버린 내 머리속의 그것처럼.

오락실 골목도 한산하다. 요란한 노래방 네온만...
 오락실 골목도 한산하다. 요란한 노래방 네온만...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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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명동돈가스집도 문을 닫았다.
 유명한 명동돈가스집도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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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금도 없이 임대를 내놓았다.
 권리금도 없이 임대를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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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실 골목에서 마지막 남은 오락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예전에 친구들과 즐겨찾던 곳이었는데, 이름은 바뀌었지만 오락실에는 교복을 입은 채 오락에 빠진 남학생들로 가득했다. 스트리트파이터를 시작으로 사무라이쇼다운, 킹오브파이터, 삼국지, 철권, 아랑전설, 1945, NBA, 후크 등등의 오락실 게임이 떠올랐다.  

아참, 요즘에는 인터넷만 되면 컴퓨터로 옛 오락실게임을 즐길 수 있다. 노트북에는 오락실 게임 실행기와 파일이 저장되어 있어, 간혹 생각나면 해보고 있다. 난이도가 그리 높지 않으면 녹슬지 않은 실력이 간혹 발휘된다.

오락실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오락실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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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굣길 매일 지나친 40년이나 된 대동학생백화점도 그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즉석떡볶이로 유명한 골목에도 분식점들이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만큼 손님들로 와글거리지 않았다. 자유공원 윗길로 올라가니, 교복바지를 수선하던 세탁소도 여학생들로 붐비던 신신분식도 동인천교회도 전혀 스위스와는 어울리지 않는 스위스모텔도 기억속의 모습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었다.

다만 오르막길 양쪽으로 가득했던 분식집들은 많이 사라져 있었다. 동인천 인근에서 중고등학생들을 상대했던 가게들인데,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1500원 하던 무지 매운 쫄면과 라면을 파는 작은 분식집이다. 비좁아 겨울이면 괜찮지만 여름이면 선풍기 두대에 의지해 비지땀을 흘려가며 쫄면을 사먹던 그곳은, 새 건물이 들어서 흔적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세월의 흔적들이 사라지고 남아있는 동인천 밤거리를 카메라에 담아 전한다.

연인들이 즐겨찾는 즉석떡볶이 집이 늘어선 골목
 연인들이 즐겨찾는 즉석떡볶이 집이 늘어선 골목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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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바지를 수선하던 세탁소
 교복바지를 수선하던 세탁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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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식집이 사라지고 남은 것은 신신분식
 많은 분식집이 사라지고 남은 것은 신신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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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공원으로 오르는 길, 세월만큼이나 변해 있었다.
 자유공원으로 오르는 길, 세월만큼이나 변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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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와 블로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동인천, #분식집, #오락실, #즉석떡뽁이, #돈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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