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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1년 제작된 <지구 최후의 날>을 리메이크한 영화 <지구가 멈추는 날>이 24일 개봉했다. 이 작품은 키아누 리브스와 지적인 역할을 많이 맡았던 제니퍼 코넬리가 주연한 작품이다.

<지구가 멈추는 날>은 북미 개봉과 동시에 첫 주 흥행 정상에 오르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는 듯 했다. 하지만 첫 주 북미 흥행스코어가 3000만 달러였던 이 작품은 2주차에 접어들어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주차 흥행스코어는 북미에서 총 11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생각보다 하락폭이 크다. 전문 집계 사이트인 북미박스오피스모조닷컴을 참고하면 영화를 관람한 북미영화팬들의 작품 평가 역시 C+로 평균 작 이하다.

키아누 리브스가 출연한 작품이 제작사에 큰 손해를 끼친 경우는 없기에 이 작품 역시 전 세계 흥행을 고려하면 제작비는 충분히 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이 된다. 총 8000만 달러가 투자된 이 작품은 2주차 전 세계 총 흥행수입이 7990만 달러에 근접하며, 개봉 8일 만에 제작비에 근접한 흥행수입을 거두고 있다.

왜 이 작품은 북미 관객들에게 C+를 받았나?

<지구가 멈추는 날>은 블록버스터 영화다. 이 작품은 철저하게 상업용 영화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작품성이 뛰어나지 않더라도 관객들이 영화를 통해 재미를 느낄 수 있다면 충분히 자기소임을 다한 작품이다. 보통 블록버스터 영화는 북미관객들 역시 후한 평가를 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작품은 영화평론가들에게 엄청난 혹평을 받으며 흥행에 성공한 빈스 본, 리즈 위더스푼 주연의 <4번의 크리스마스>와 같은 C+점수를 북미영화팬들에게 받았다. 도대체 왜 <지구가 멈추는 날>은 이렇게 냉정한 평가를 북미관객들에게 받은 것일까?

우선 이 작품은 영화전개가 너무 빈약하다. 영화 줄거리는 아무리 좋게 보려 해도 일본 SF애니메이션에서 충분히 경험한 내용을 담고 있다. 아니 오히려 일본 SF애니메이션이 보여준 상상력과 철학이 <지구가 멈추는 날>보다 더 뛰어나다. 너무나 통속적인 내용을 관객들이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줄거리로 채워놓고 있다. 영화가 어느 정도 진행되면 이 작품을 보는 관객들은 자신의 상상력이 아무리 빈곤해도 대충 영화가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그러한 예측은 하나도 틀리지 않고 영화가 끝나는 시점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더 큰 문제는 영화가 진행되면서 보여주는 외계인 클라투(키아누 리브스)의 태도이다. 외계인 클라투(키아누 리브스)가 지구를 구하기 위한 계획을 실행에 옮겨가는 과정과 그것이 인류 말살임을 알게 된 헬렌(제니퍼 코넬리)이 클라투를 설득하는 과정 모두 관객들의 동의를 얻기 힘들만큼 즉흥적이다. 한마디로 전혀 계획성 없이 영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런 영화약점은 처음 시작부터 관객들에게 노출되기 시작한다.

만약 영화가 칼라로 나오지 않았다면 이 작품은 1951년 원작이라 해도 믿을 만큼 영화 전개가 너무 허술하다. 최소한 관객들이 특정부분에서 만족감을 얻어야 하는데 <지구가 멈추는 날>은 이런 부분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비주얼과 특수효과는 만족할 수 있나?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면서 뛰어난 작품성을 바라는 것은 힘든 일이다. 배트맨 시리즈 <다크 나이트>의 대 성공이후 블록버스터 작품에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가졌던 필자에게 <오스트레일리아>와 <지구가 멈추는 날>은 헐리우드식 블록버스터 영화의 단점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각인시켜 주는 작품이 될 것 같다. 최소한 <오스트레일리아>는 호주의 대자연환경을 아름답게라도 스크린을 통해 제공해주었지만 <지구가 멈추는 날>은 도대체 8000만불을 어디에 사용했는지 의아심이 들 정도다.

영화는 마지막 10분에 모든 것을 올인 한 것처럼 초반부 엄청난 지루함을 참고 견뎌내야 한다. 그렇다고 마지막 10분이 관객들의 기억에 남을 만큼 특별하거나 대단하지도 않다. 초반부가 워낙 지루했기에 마지막 10분이 그나마 좋아 보이는 것뿐이다.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비주얼과 특수효과는 특별한 것이 없다. 오히려 다른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모든 면이 떨어진다. 관객들의 눈길을 잡아 끌만큼 확실한 특수효과도 없으며, SF영화를 통해 느낄 수 있는 영화 비주얼 역시 빈약하다. 영화는 마지막 10분 약간의 특수효과와 비주얼을 제외하면 클라투와 헬렌 박사의 지루한 이야기를 계속해서 따라가야 한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영화전개 역시 관객들에게 큰 재미를 주지 못하고 지루함을 주는데 비주얼과 특수효과마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빈약해지면, 이 작품은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맞추고 영화를 봐야할지 관객들을 심히 고민스럽게 만든다.

키아누 리브스 주연이 아니었다면 첫 주 흥행 1위 등극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마치 <4번의 크리스마스>가 엄청난 악평에도 불구하고 시즌용 영화란 점과 로맨틱코미디 영화에 일가견 있는 빈스 본, 리즈 위더스푼의 활약으로 흥행에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키아누 리브스의 스타파워가 어느 정도 되는지 다시 한 번 확인 시켜주었다는 것 외에 이 작품을 통해 얻을 갈 수 있는 특별한 것은 없을 것 같다. 만약 키아누 리브스가 출연하지 않았다면 첫 주 흥행정상에 오를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지구가 멈추는 날>이 한국 관객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 것인지 그 결과가 궁금해진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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