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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고사 대신 체험학습의 기회를 주었다는 이유로 해임된 박수영 교사가 24일 서울 송파구 거여동 거원초등학교 앞에서 담임을 맡았던 6학년 9반 학생들과 '교문밖' 방학식을 갖고 있다. 방학에 들어가는 학생들이 "당분간 선생님을 볼 수 없어 아쉽다"며 몸을 기대어 안기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일제고사 대신 체험학습의 기회를 주었다는 이유로 해임된 박수영 교사가 24일 서울 송파구 거여동 거원초등학교 앞에서 담임을 맡았던 6학년 9반 학생들과 '교문밖' 방학식을 갖고 있다. 방학에 들어가는 학생들이 "당분간 선생님을 볼 수 없어 아쉽다"며 몸을 기대어 안기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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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거원초등학교 겨울방학식이 열린 24일.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두고 방학을 맞이한 초등학생들은 더 없이 기뻐했다. 하지만 해임된 박수영 교사 방학식에 참석할 수 없었다. 

박 교사는 아이들과 즐거운 방학식을 함께 하고 싶었지만 교문 앞에서 "학부모와 학생의 선택권을 존중하면 파면, 해임되나요?"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서 있어야 했다. 박 교사 앞에는 학생들 대신 그를 지지하는 학부모 30여 명이 섰다.

학부모들은 아이들 방학식이 끝나려면 한참이 지나야 하는데도 아침 일찍부터 교문 앞으로 나와 박 교사를 지지하고 격려했다. 그리고 이날은 '일제고사 반대하는 송파시민모임' 회원 십여 명도 학교를 찾아 박 교사를 격려했다.

교문 밖의 교사, 학부모와 지역 촛불이 위로와 격려

일제고사 대신 체험학습의 기회를 주었다는 이유로 해임된 박수영 교사가 24일 서울 송파구 거여동 거원초등학교 앞에서 담임을 맡았던 6학년 9반 학생들과 '교문밖' 방학식을 갖고 있다.
 일제고사 대신 체험학습의 기회를 주었다는 이유로 해임된 박수영 교사가 24일 서울 송파구 거여동 거원초등학교 앞에서 담임을 맡았던 6학년 9반 학생들과 '교문밖' 방학식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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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고사 대신 체험학습의 기회를 주었다는 이유로 해임된 박수영 교사가 24일 서울 송파구 거여동 거원초등학교 앞에서 담임을 맡았던 6학년 9반 학생들과 '교문밖' 방학식을 갖고 있다. 방학에 들어가는 학생들이 "당분간 선생님을 볼 수 없어 아쉽다"며 팔짱을 낀 채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일제고사 대신 체험학습의 기회를 주었다는 이유로 해임된 박수영 교사가 24일 서울 송파구 거여동 거원초등학교 앞에서 담임을 맡았던 6학년 9반 학생들과 '교문밖' 방학식을 갖고 있다. 방학에 들어가는 학생들이 "당분간 선생님을 볼 수 없어 아쉽다"며 팔짱을 낀 채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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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지난 촛불정국을 거치면서 조직된 지역 촛불 운동을 벌여온 사람들이다. 이들은 붉은색과 푸른색의 산타복을 입고 나와 "일제고사 반대" "교사 징계 철회" 등의 요구를 담은 피켓을 들고 박 교사와 마주했다.

한 회원은 "우리가 활동하는 지역에서 참교육을 실천하는 교사가 해임됐는데, 그를 지켜주고 싶다"며 "이런 활동도 지역 촛불의 건전한 활동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지역 촛불 운동만 진화한 게 아니다.

학부모들도 교문 앞에서 자연스럽게 "우리가 이제부터 학교 운영위원회에 참여하자" "엄마들이 나서서 학교를 바꾸고 교육을 지키자"는 의견을 나눴다. 즉석 학부모회가 열린 셈이다.

학부모 이모씨는 "박 교사의 해임을 겪은 뒤 학부모들도 많이 배우고 있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학부모들도 학교와 사회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됐는데, 나쁜 의미의 '치맛바람'이 아니라 좋은 방향으로 활동을 지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도 학부모들은 박 교사 징계 철회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자발적으로 작성해 오기도 했다.

교사-학부모-시민들의 '아침 시위'가 약 1시간 가까이 이어지고, 오전 9시 30분이 되자 방학식을 마친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며 교문 밖으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아이들은 박 교사가 담임을 맡았던 6학년 9반 학생들이었다.

수십 명의 아이들은 "선생님~!"을 외치며 박 교사의 품으로 달려들었다. 한꺼번에 아이들이 달려드는 바람에 박 교사가 들고 있던 피켓이 부서졌다. 아이들은 "선생님 개학 할 땐 돌아오실 거죠?" "꼭 졸업식은 같이 해요"라고 말했다.

학생들 "개학식 땐 선생님 돌아와 계시길"

일제고사 대신 체험학습의 기회를 주었다는 이유로 해임된 박수영 교사가 24일 서울 송파구 거여동 거원초등학교 앞에서 담임을 맡았던 6학년 9반 학생들과 '교문밖' 방학식을 갖고 있다.
 일제고사 대신 체험학습의 기회를 주었다는 이유로 해임된 박수영 교사가 24일 서울 송파구 거여동 거원초등학교 앞에서 담임을 맡았던 6학년 9반 학생들과 '교문밖' 방학식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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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을 좀 더 많이 아는 아이들은 "선생님이 소송에서 분명히 이길 거예요"라고 박 교사를 격려했다. 박 교사는 이런 아이들을 한 명씩 안아주며 "방학 동안 몸 건강히 신나게 뛰어 놀고, 좋은 책도 많이 읽으라"고 말했다.

박 교사는 반 아이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간 뒤에야 학교 안으로 발을 들여 놓을 수 있었다. 학교 쪽은 "아이들이 동요할 수 있으니, 방학식이 끝나면 학교에 들어오라"고 '부탁'했고, 박 교사는 이를 받아들였다.

박 교사는 "교장선생님이 동료 선생님과 인사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해 줬다"며 "그동안 학교에서 크고 작은 소란이 있었는데, 여러 선생님들에게 감사와 더불어 죄송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또 박 교사는 "아이들도 이번 일을 겪으면서 많은 걸 배웠으리라 생각한다"며 "나도 크게 잘못한 게 없는 만큼 머지않아 학교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 때가 되면 다시 꿈과 희망을 나눌 수 있는 교육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박 교사를 포함해 중징계를 받은 교사 7인은 이날 교원 소청심사위윈회에 징계의 부당함을 확인하는 소청심사를 신청했다.

일제고사 대신 체험학습의 기회를 주었다는 이유로 해임된 박수영 교사를 응원하기 위해 겨울 방학식이 예정된 24일 서울 송파구 거여동 거원초등학교 앞에 산타복장을 한 시민들이 나타나자 박 교사가 감사인사를 전하고 있다.
 일제고사 대신 체험학습의 기회를 주었다는 이유로 해임된 박수영 교사를 응원하기 위해 겨울 방학식이 예정된 24일 서울 송파구 거여동 거원초등학교 앞에 산타복장을 한 시민들이 나타나자 박 교사가 감사인사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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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 교사 7인, 부당 징계 확인 소청심사 신청

전교조 서울시지부는 소청심사 신청에 앞서 "서울시교육청의 징계가 터무니 없어 사실 관계를 다시 한 번 확인해 줄 것을 요청하는 것"이라며 "교사들이 체험학습을 허락했다는 이유로 징계했지만 체험학습 허가는 교장의 권한이지 교사들은 그런 권한도 없다"고 밝혔다.

소청심사는 징계처분을 안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청구할 수 있고, 청구인은 60일 이내에 취소, 무효 확인, 기각 등의 결정사항을 통보받게 된다. 청구인들이 소청심사 결정에 만족하지 못할 경우 다시 90일 이내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학생들 방학이 시작된 날, 교사들은 '법적 투쟁'에 돌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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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박수영, #교사 징계, #거원초등학교, #서울시교육청, #소청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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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랭은 고양이를, 저는 개를 업고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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