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턴 프라미스 나오미 왓츠

▲ 이스턴 프라미스 나오미 왓츠 ⓒ A Film by David Cronenber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의 새 영화 <이스턴 프라미스>가 11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 작품은 15개 극장에서 리미티드(Limited : 영국·미국에서 500개미만의 극장서 제한 개봉된 경우를 뜻함) 개봉을 한 후 다시 1400여개의 극장에서 와이드(Wide) 개봉한 작품이다. 첫 주 7일 동안은 15개 극장에서만 이 작품을 볼 수 있었다는 말이 된다.

 

<이스턴 프라미스>는 이런 악조건 속에서 상당히 좋은 흥행 수입을 기록했다. 북미에서 1700만불의 수입을 올렸으며 북미를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 3800만불의 흥행수입을 올렸다. 전체흥행수익은 5500만불을 기록했다.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의 역대 영화 중 <플라이>에 이어 2위에 해당하는 흥행수입이다. 그뿐만 아니라 제작비 대비 고수익을 안겨다준 작품이다.

 

이 작품은 제작비에 비해 출연진은 엄청나다.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 수작영화 <폭력의 역사>(2005년)에서 주인공을 맡았던 비고 모텐슨(반지의 제왕 아라곤역/니콜라이), 킹콩의 나오미 와츠(안나), 프랑스를 대표하는 배우 뱅상 카셀(키릴) 등이 주연을 맡았다. 이 배우들은 출연료보다 감독을 믿고 이 작품 출연을 결정했다고 한다.

 

비단 이 배우들뿐만 아니라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스타 브래드 피트, 키아누 리부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짐 캐리, 케이트 윈슬렛 등 수많은 배우들이, 작품성이 보장되는 뛰어난 감독 작품에 기꺼이 출연하는 게 할리우드의 풍토다. 

 

삶을 위해 폭력을 이어가는 사람들

 

이스턴 프라미스 영화의 한장면

▲ 이스턴 프라미스 영화의 한장면 ⓒ A Film by David Cronenber

 

2005년 북미 영화평론가들이 그해 최고의 수작 중 한편으로 선정한 <폭력의 역사>를 기억하는 관객들이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 <이스턴 프라미스>와 마찬가지로 리미티드로 개봉 한 후 와이드 개봉되는 전철을 밟았다. 그리고 이 작품은 수많은 마니아들을 양산했다. <이스턴 프라미스>가 북미보다 북미를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 더 나은 흥행 수익을 거둘 수 있었던 것 역시 <폭력의 역사>를 통해 형성된 마니아들의 힘이 컸다.

 

<폭력의 역사>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폭력성과 그 폭력이 표출되는 형태를 적나라하게 관객들에게 보여주었다. 특히 이 작품은 미국 가정에 내재되어 있는 폭력적인 성향을 가장 잘 그려낸 사실적인 영화란 평을 받았다. <폭력의 역사>가 관객들의 기억 속에 남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은 폭력이 표출되는 행위와 관련된 사실적인 묘사 때문이다. 또 이러한 사실성이 인간이 내재하고 있는 잔인한 단면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게 만든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의 연출력 또한 빼놓을 수 없다. 그뿐만 아니라 주연을 맡았던 비고 모텐슨(톰 스톨)의 연기 역시 완벽하게 <폭력의 역사>를 수작으로 만들었다.

 

<이스턴 프라미스> 역시 <폭력의 역사>와 같은 방식으로 인간이 가지고 있는 폭력적인 본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인간은 자신도 모르는 폭력성을 스스로 내재하고 있다. 이러한 폭력성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과정에서 더욱더 적나라하게 들어난다. <이스턴 프라미스>는 런던 뒷골목에서 살아가는 니콜라이(비고 모텐슨)를 통해 인간이 가지고 있는 폭력성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이스턴 프라미스>는 런던 뒷골목에서 폭력을 일삼으며 살아가는 러시아 마피아 1~2세대를 다루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삶을 이어가기 위해 끊임없이 폭력을 휘두르고 행사한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폭력적인 장면들은 모두 사실적이다. 그중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있다. 이 장면 모두 인간이 보여주는 폭력의 본질이 무엇인지, 인간의 본성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명장면들이다.

 

폭력의 최후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영화

 

첫 번째는 목욕탕에서 자신이 나체임을 잊고 살기위해 사투를 벌이는 장면이다. 목욕탕에서 벌어지는 사투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사용하는 폭력이다. 자신의 목숨이 걸린 상태에서 분출되는 폭력은 우리가 영화에서 익히 봐온 날렵한 액션이 아니다. 서로 엉켜 뒹굴뿐만 아니라 폭력의 당사자들은 모든 기를 쏟아 붓는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목숨을 빼앗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자신을 공격한 다른 사람의 목숨을 빼앗지 않으면 자신이 살 수 없기 때문이다. 폭력은 잔인하면서도 비정한 것이다.

 

두 번째는 이발소에서 면도칼에 살해당하는 사람의 모습이다. 이 폭력은 잔인하면서도 냉혹하다. 이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가장 추악한 모습이다. 살인조차 단순하게 만들어가고 있는 영화 속의 현장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추악한 내면이 무엇인지 들추어내고 있다. 그리고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 될 수 없는 악의적인 행동임을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이스턴 프라미스>가 보여주는 인간의 본성은 폭력적이면서 잔혹한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이 단지 폭력의 본성과 잔혹함만을 나열한 작품이라면 영화평론가들의 극찬을 받기 힘들었을 것이다.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의 폭력영화는 폭력이 결국 어떻게 자신에게 돌아오는지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에서 폭력에 의해 죽어간 모든 사람들은 폭력을 휘두른 사람에게 증오의 대상이자 존재해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들 모두 다른 누군가에게 소중한 사람들이다. 결국 폭력을 휘둘러 제거한 증오의 대상은 아주 가까운 미래의 자신의 모습일 수도 있다. 폭력을 통해 얻은 권위와 권력은 또 다른 폭력에 의해 제거되고 무너진다. 인간의 폭력은 계속해서 증오의 대상을 낳고 부메랑이 되어 폭력을 휘두른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이다.

 

할리우드 스타들이 그의 영화에 출연하는 이유

 

이스턴 프라미스 뱅상 카셀

▲ 이스턴 프라미스 뱅상 카셀 ⓒ A Film by David Cronenber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은 1970년대 B급 호러영화 <데이 컴 프럼 위딘> <열외 인간>등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당시만 해도 그가 이렇게 거장 감독으로 성장할 것이라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열외 인간>은 그의 연출 실력을 인정받게 만들어준 작품이지만 성공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플라이>(1986년)를 통해 흥행감독으로 부상한 후 <네이키드 런치>(1991년)를 통해 작품성 있는 감독으로 인정받는다. <네이키드 런치>는 그에게 제26회 전미비평가협회 감독상과 각본상을 안겨준다. 이후 많은 논란을 빚었던 <엑시스텐즈>(1999년) 연출을 통해 제49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을 수상한다. 그리고 랄프 파인즈가 주연을 맡았던 <스파이더>(2002년)를 통해 거장의 길에 들어서고 <폭력의 역사>(2005년)를 통해 거장의 반열에 확고히 올라선다.

 

처음 시작은 다른 거장 감독과 비교했을 때 화려하지 않지만 이제 그는 캐나다와 미국을 대표하는 거장 감독으로 인정받고 있다. 항상 적은 예산에도 불구하고 할리우드 스타들이 그의 작품에 출연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이유는 그가 얼마나 훌륭한 감독인지를 보여주는 방증일 것이다.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의 <이스턴 프라미스>는 이전 작품 <폭력의 역사>와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과도한 폭력장면 때문에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작품이다. 하지만 거장이 만든 소신 있는 수작이 어떤 작품인지 알고 싶은 영화팬들이라면 한 번 관람해 볼 것을 권한다. 감독의 철학이 어떻게 영화를 수작으로 변모시키는지 보여주는 표본 같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12.10 11:40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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