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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가 미래를 보고 싶어한다. 특히 지금 같은 시대라면 정보통신의 미래가 가장 궁금할 것이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다. 95년 봄 피시통신을 통해 이 세계에 접어든 이후 예민하게 이 세계의 흐름에 관심을 가졌다.

 

97년에는 직접 홈페이지를 만들기도 했다. 99년 중국행과 더불어 약간 격조해졌지만 인터넷 등이 만드는 제 3의 세상은 나에게 항상 호기심의 대상이었고, 그속에서 뭔가를 찾으려 했다.

 

이런 나에게 가장 큰 잠언은 98년 한 어른이 준 “지금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콘텐츠의 비중이 7:2:1이지만 머잖아 1:2:7의 세상이 올 것이다”라는 말이었다. 당시만 해도 콘텐츠라는 단어가 일반적으로 쓰이지 않는 시대였지만 이후 나는 콘텐츠라는 단어를 데리고 살았다.

 

99년 조선대학교에서 여학생회 주최로 강연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제목도 “정보통신 시대에 여성이 주인되는 길찾기”였다. 테마는 앞으로 다가올 세대는 콘텐츠의 시대인데 여성들은 이 분야에서 남성에 뒤지지 않으니 힘내고 이쪽에서 미래를 찾아보라는 주제였다.

 

물론 나에게도 이런 잠언을 준 책들이 있다. 빌 게이츠의 ‘생각의 속도’와 같은 산업 흐름에 관한 책과 김국현의 ‘웹2.0 경제학’ 같은 새로운 흐름에 관한 책도 있었다. 그다지 건질 것은 없었지만 노베나 유타카의 ‘콘텐츠 비즈니스란 무엇인가’와 같은 콘텐츠 비즈니스에 관한 책도 있었다.

 

하지만 그 세계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굴러갔다. 지금 당장에 있어서 가장 큰 변화라면 운영체계를 만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역할이 네트워크나 콘텐츠의 강자인 구글에게 넘어가는 현실이다. 사실 100달러 이상의 비용을 지불하는 비싼 운영체계는 XP에서 비스타로도 제대로 넘어가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그 원인이 다른데도 있지만 네트워크가 모든 것을 해결하는 지금 굳이 고비용을 들여서 자신의 컴퓨터를 업데이트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 되기도 하다.

 

자 그럼 현실은 어떻게 갈 것인가. 그 때문에 니콜라스 카에 ‘빅 스위치’에 시선이 갔다. 하지만 이 책은 정보통신의 시대의 흐름을 보는 책이라기보다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사회학 교과서로 읽힌다. 니콜라스 카는 2003년 5월 ‘IT는 중요하지 않다’라는 글을 기고해 파문을 일으킨 인물로 정보통신시대에 관해 낙관도 비관도 아닌 소장파적인 입장을 가진 인물로 파악된다.

 

내용은 생경하게 앞에서는 백수십년전 전기의 시대를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테클놀로지가 사회에 변화를 주는 것을 설명하는데 굳이 이런 방식을 쓸 필요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어떻든 내용은 월드와이드웹이나 웹2.0 등의 전반적인 흐름을 설명한다.

 

그러는 도중에 눈에 띄는 것은 ‘유틸리티 컴퓨팅’이다. 이 말은 1993년 에릭 슈미트(현 구글 최고경영자)가 쎈마이크로시스템즈의 최고 기술책임자로 있을 당시 했던 “네크워크가 프로세서 만큼 빨라지면, 컴퓨터는 네트워크 속으로 빠져 들어가 네트워크를 가로질러 퍼질 것이다”라는 말이다.

 

쉽게 보자. 네크워크의 대표적인 것이 인터넷이다. 그의 말대로라면 인터넷이 자신의 컴에 있는 램 속도를 증가하면 컴퓨터는 모든 생존을 네트워크(인터넷)를 통해 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 말은 기초적인 면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가령 이전에는 디지틀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블로그에 올리기 위해서는 포토샵 같은 자기 컴퓨터의 프로그램을 가동해서 해야 했지만 지금은 블로그 제공사에서 제공하는 에디터를 통해서 어지간한 기능을 모두 수행할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작은 단위에서 네트워크를 이용한 소프트웨어의 활용에 들어갈 것이다.

 

이런 상황이 도래된다면 당연히 소프트웨어의 종말 시대가 온다고 그는 본다. 실제로 저자는 네트워크를 통해 소프트웨어 기능을 제공하는 회사들의 상황을 말해준다. 물론 경영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구글은 이미 마이크로소프트의 매출을 넘어섰으며 지나치리만큼 자신있게 새 시대의 선도자가 되고 싶어한다.

 

그런데 니콜라스 카는 점차 이런 네트워크 세상의 공포를 말한다. 우선 가장 간단한 것이 바로 이 네트워크를 통해 인간 세상의 모든 것을 감시할 수 있는 괴물의 탄생을 말한다. 조지오웰의 ‘빅브라더’를 닮은 이 괴물은 이미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나 ‘이글아이’ 등을 통해서 묘사된 바가 있고, ‘터미네이터’ 같은 공상과학영화나 첩보영화에는 기본 인프라로 깔려 있다.

 

책에서는 그루지야의 미망인 텔마 아놀드라는 관심밖 여성의 검색어를 바탕으로 했지만 네트워크의 지배자들은 이미 청와대 내부인들의 검색어는 물론이고 심하지만 서류 하나까지 너무 쉽게 들어볼 수 있다. 이런 빅브라더의 등장도 위협이지만 네트워크가 주는 폐해도 간과할 수 없다.

 

구글어스를 이용해 영국군 기지를 공격한 이라크 반란군이나 네크워크를 다니면서 이메일 주소나 정보를 수집하는 봇넷 등은 이미 통제불능의 상태다.

 

그런데 저자는 이 속에서 아주 중요한 징후를 하나 읽어낸다. 바로 구글의 인공지능(AI)이다. 이미 거대한 네크워크의 허브를 마련한 구글의 CEO들은 자신있게 인공지능까지 부여한 검색엔진을 만든다고 자부한다. 그들이 만든 인공지능은 우리 뇌를 보조해 인간 지식을 확장하는 측면도 있지만 공상과학영화에서처럼 안공지능이 반항을 시작하면 인간은 이미 MRI 검사통 안에 들어간 몸체처럼 훤히 들여다보인다. 그런데 구글의 지도자들은 이미 그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공포다.

 

아울러 산업적인 작은 변화도 생각났다. 개인적으로 지난 10년간 사용하던 노트북들은 200만 원이 넘은 고가제품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구입한 노트북은 50만 원대의 넷북이다. 게임을 즐기지 않아선지 넷북만으로도 모든 일들은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네트워크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의 기능도 해주는 지금 덩치 큰 고가 노트북을 살 필요가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책의 마지막은 기술의 발전이 준 인간 간의 정의 소멸을 감정적으로 말한다. 백열등이 발견되기 전 사람들은 밤 시간이면 화톳불이 있는 안방에 모여 정을 나누었는데 이제 가족이라고 하지만 개인들은 완전히 유리되어 있다는 것을 말한다.

 

우리집도 주말 오후에는 촛불을 켜고 가족이 모여서 얼굴을 보는 시간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이 책은 누구도 이 큰 스위치를 끌 수 없지만 세상이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중요한 기록이다.


빅 스위치 - Web2.0 시대, 거대한 변환이 시작된다

니콜라스 카 지음, 임종기 옮김, 동아시아(2008)


태그:#빅스위치, #니콜라스 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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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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