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미국산 쇠고기가 이마트 등 대형 할인점에서 일제히 판매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6월 서울광장과 광화문 일대를 가득 메운 촛불들이 다 꺼지고 이제 불씨마저 꺼졌다고 생각했는지 그동안 눈치보던 대형 마트들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그동안 쌓아놓은 미국산 쇠고기들을 진열해 놓고 주부들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경기도 안좋은데, 주부들이야 좀 더 싼 미국산 쇠고기에 관심이 가지 않겠습니까? 미국산 LA갈비 가격(100g당 1850원)이  돼지고기값보다 조금 더 비싸기 때문에 이때다 하고 이번 주말에 LA갈비 파티 하는 집 많겠습니다.

보통 일주일에 한번씩 장을 보는데,요즘은 경기가 안좋고, 우리집 경제사정도 안좋아 열흘에 한번 정도 대형마트에 가서 장을 봅니다. 오늘도 아이들 필요한 샴퓨와 먹을거리가 없어서 *마트에 갔었습니다. 평일 오후라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았죠. 둘째딸이 요즘 공부하느라 힘들다고 해서 주말에 삼겹살이나 구워줄까 하고 정육코너로 갔습니다. 삼겹살이 내렸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100g에 1650원이면 만만치 않은 가격입니다. 그런데 돼지고기를 사려고 하는데, 중앙 정육코너에 주부들이 삼삼오오 몰려있는게 아니겠어요? 호기심에 가보니 바로 미국산쇠고기를 파는 것이었습니다. 아, 이제 미국산쇠고기가 본격적으로 판매되는구나. 주부들 반응이 생각보다 좋은 것 같습니다.

미국산쇠고기 수입 반대를 외치며 촛불시위를 벌이던 때가 바로 엊그젠데, 이제 대형마트에서도 광우병 우려가 있는 쇠고기를 버젓이 파는 세상이 오고 말았네. 휴~~

저마다 주부들이 미국산쇠고기를 사며 한마디씩 하네요...

"뭐 먹고 죽기야 하겠어...?"

"그래! 청와대 식탁에도 미국산 쇠고기 올린다는데 괜찮을꺼야~~"

그런데, 저를 움찔하게 만든 결정적 한마디! 

"와~~ 쇠고기가 돼지고기보다 싸네~~!"

그래 나도 한번 사봐? 생삼겹살 돼지고기가 100g에 1650원, 미국산쇠고기(척아이롤)는 100g에 1450원 인데, 이왕이면 쇠고기를 먹을까 잠시 망설여졌습니다. 그런데 저의 머리를 스치는 게 있었습니다.

내가 보는 이 쇠고기가 언제 들어왔을까? 촛불시위 때문에 보관창고에서 검역을 기다리며 묵은 쇠고기들이 아닐까? 그게 아니더라도 미국에서 도살후 우리 나라에 들어오기까지 많은 시간이 지난 고기인데, 먹어도 문제는 없을까? 이런 저런 생각들이 머리속을 스칩니다. 그리고 이명박대통령이 부시부부의 초청으로 캠프 데이비드에 가서 전격 결정한 쇠고기 수입 결정으로 한우를 키우던 농민들이 자살한 일들도 떠오릅니다.

순간 쇠고기를 사려던 생각은 싹 가시고 제 발걸음은 다시 국내산 돼지고기를 파는 중앙 정육코너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공부하느라 고생하는 우리 딸에게 오래된 미국산쇠고기를 먹이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니 우리 식탁의 안전한 먹을거리를 위해 밤새 촛불을 밝히고, 그러다 피까지 흘리며 쓰러진 사람들을 생각해서라도 미국산 쇠고기는 먹지 않을 생각입니다.

주부 입장에서야 몇 천원 아낄 수 있다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바로 내 가족을 광우병 공포로부터 벗어나게 하고, 촛불시위의 숭고한 뜻을 저마저도 저버리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