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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미산 산책로
 월미산 산책로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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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월미도, 하면 가장 먼저 기차가 떠오릅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그곳으로 기차를 타고 소풍을 갔기 때문이지요. 월미도에서 본 것들은 대부분 다 잊었는데 기차를 아주 오랫동안 타고 갔던 것만은 또렷하게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그 때만 해도 소풍을 가던 장소는 관악산 아니면 능이었습니다. 그런데 학교에서 무슨 바람이 불었던지 소풍 가는 장소를 월미도로 잡았습니다. 그것도 기차를 타고.

덕분에 덜컹거리면서 달리는 기차를 탔던 기억은 세월이 아주 많이 흐른 지금도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지난 15일, 동인천역에서 월미산까지 걸었습니다. 이날,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렸지요. 월미산은 이름은 산이지만 등산을 한다고 가면 실망하실 것입니다. 등산로는 없고 잘 만들어진 산책로만 있답니다. 길이도 그다지 길지 않아 가벼운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길입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이 길이 흙길이 아니라 아스팔트로 포장되었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저물어 가는 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겨 걷는 내내 참으로 기분이 좋았습니다.

월미산은 월미도의 한가운데 있는 산으로 군사지역으로 민간인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가 지난 2001년부터 일반인 출입이 허용되었다고 합니다. 이번 도보여행은 걷기모임 '아름다운 도보여행' 회원들과 함께 했습니다.

자, 그러면 도보여행 출발합니다. 출발지는 동인천역입니다. 동인천역에서 맥아더 장군 동상이 있는 자유공원까지 걷는데 걸리는 시간은 삼십 분 남짓입니다. 지금 이곳은 도로공사가 한창이긴 하지만 걷는데 지장은 없습니다.

자유공원 안에 맥아더 장군동상이 세워진 것은 1957년입니다. 장군의 동상은 50년이 넘도록 한 자리에 변함없이 서 있지만 그동안 우리나라는 변화에 변화를 거듭했지요. 맥아더 장군 동상을 보니 한동안 불거졌던 동상 철거논란이 떠오릅니다. 공원 안에 자유공원을 맥아로 공원으로 명칭을 바꾸자는 내용을 담은 현수막이 있습니다.

자유공원에는 맥아더 동상 외에도 한미수교 100주년을 기념하는 탑도 있습니다. 이 탑이 세워진 것은 지난 1982년. 강물처럼 소리 없이 빠르게 흐르는 것이 세월이라는 생각을 새삼스럽게 하게 됩니다.

차이나타운의 등
 차이나타운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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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왕에 인천까지 왔으니 역사의 현장이랄 수 있는 자유공원을 둘러보는 것, 나쁘지 않습니다. 다음 행선지는 차이나타운입니다. 인천의 차이나타운으로 곧장 가려면 인천역에서 내리면 됩니다. 인천역에서 보면 바로 보입니다. 이곳에 유명한 중국음식점이 많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요.

이곳에서 맛보는 자장면이나 짬뽕이 더 맛있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입맛이야 사람마다 다르니까. 그래도 화교와 중국요리의 상관관계를 생각하면서 한번쯤 먹어보는 것도 좋겠지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다양한 먹거리들이 눈길을 끕니다.

옹기 안의 벽에 빵을 붙여 굽는 '옹기병'을 사먹기도 하고, 공기가 빵빵하게 들어간 것처럼 부풀어 오른 '공갈빵'도 맛을 봤지요. '옹기병'을 굽는 가게 주인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찬 옹기 안을 들여다 보라고 권합니다. 중국 월병도 많이 팝니다.

어딜 가든 볼거리는 마음먹고 찾기 나름이 아닐까요? 많이 보고자 하면 많이 볼 수 있고,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면 아마도 볼거리는 별로 없을지도 모릅니다. 중국잡화를 파는 백화점 안으로 들어가 구경을 하니, 주인이 따뜻한 차를 권합니다.

중국에서 온 단체여행객들이 차이나타운 입구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것도 보았습니다. 한국으로 여행을 온 중국인이라면 한번쯤은 들르고 싶은 곳일 것 같네요.

차이나타운을 둘러보고 인천역을 지나 월미도를 향해 걷습니다. 항구로 가는 길옆으로 공장들이 즐비합니다. 그 길을 따라 삼십분 쯤 걸으니 월미공원이 나오는데 바로 월미도입니다.

낙엽 쌓인 산책로
 낙엽 쌓인 산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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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미도는 섬의 생김새가 달의 꼬리처럼 휘어져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이름이 제법 운치가 있지요. 섬이긴 하지만 육지와 연계되어 있는 육계도(陸繫島)입니다.

월미공원 안으로 들어가면 왼쪽으로 전통정원지구가 나옵니다. 이곳은 한국의 전통정원을 조성해놓은 곳으로 한번쯤 들러볼만한 곳입니다.

공원입구에서 월미산 정상까지 산책로는 2.5km입니다. 그다지 길지 않아 부담없이 걸을 수 있는 거리지요. 뒷짐을 지고 느릿느릿 산책로를 걷는 느낌, 아주 좋습니다. 완만한 경사의 산책로에는 낙엽이 잔뜩 깔려 있습니다. 채 떨어지지 않은 단풍나무가 붉은 등이 켜진 것처럼 밝아 보입니다. 감탄사, 저절로 나오겠지요.

비가 내리고 있어서인지 산책로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습니다. 산책로 옆의 긴 나무의자 주변에는 낙엽이 잔뜩 쌓여 있습니다. 가을은 이곳에서도 깊어가고 있었습니다. 걷다보니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이 나옵니다. 비가 내리고 있어 바다가 뿌옇게만 보입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먼 바다까지 보인다고 합니다. 그래도 항구는 보입니다.

숲길을 걸으면서 숲과 바다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곳, 그리 흔하지 않습니다.

천천히 낙엽을 밟으며 걷다보니 어느 새 정상입니다. 이곳에 전망대가 있습니다. 바다 건너 무의도가 보이고, 작약도가 보이고 영종대교도 보인답니다. 하지만 이 날은 날씨가 잔뜩 흐리고 비가 많이 내렸기 때문에 뿌옇게 흐려진 바다만 볼 수 있었습니다.

월미돈대
 월미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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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을 조망하고 내려오는 길에 월미돈대가 있습니다. 돈대는 강화도에 많은데 이곳에도 하나 있네요. 아마도 옛지도를 보고 복원해놓은 것 같습니다. 철로 만든 포가 한 대 놓여 있습니다.

이곳을 둘러보고 전망대로 향합니다. 전망대는 유리로 만든 건물입니다. 나선형의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주위를 둘러보기 좋은 공간이 나옵니다. 여기에는 망원경이 설치되어 더 먼 곳까지 조망해 볼 수 있습니다.

오늘의 도보여행은 여기까지입니다. 이날 걸은 거리는 10km 남짓입니다.

전망대에서 다시 월미공원 입구로 나와 인천역까지 걸어갈 수 있습니다. 걷기에 진력이 났다면 월미공원 입구에서 버스를 타고 인천역까지 갈 수도 있습니다.

이날 내린 비는 겨울을 재촉하는 비였던 것 같습니다. 갑작스레 기온이 뚝 떨어졌으니까요. 겨울의 초입, 더 추워지기 전에 한번쯤 인천의 월미산 산책로를 걸어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아니면 첫눈이 내리는 날, 함께 걷고 싶은 사람과 손잡고 걸어도 좋겠지요.


태그:#도보여행, #월미도, #월미산, #자유공원,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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