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명장의 계산은 옳았다.

승점 1점 사이를 두고 리그 1위 자리를 노리고 있는 강팀 성남 천마와의 까다로운 방문 경기였지만 귀중한 승점 1점을 따냈다. 1위라는 자존심 대결 못지않게 '플레이오프 6위 커트라인' 맞대결(인천 33점, 경남 32점, 전북 31점)은 더욱 흥미롭게 이어지게 되었다.

 

장외룡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29일 저녁 탄천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2008 K-리그 24라운드 성남 천마와의 방문 경기에서 득점 없이 비기고 리그 6위(33점, 8승 9무 7패)자리를 지켜내 6위 턱걸이 가능성을 높였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돌아온 형님 '둘'

 

 인천 DF 임중용

인천 DF 임중용 ⓒ 인천 유나이티드 FC

9월~10월 K-리그 일정에서 실망스러운 결과를 내며 플레이오프가 남의 잔치로만 보이기 시작했던 인천은 10월 하순 방문 경기로 치러진 최근 두 경기에서 승점을 4점이나 따내며 회생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팬 입장에서 매우 흥분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9월 13일 경남과의 안방 경기부터 10월 19일 울산과의 안방 경기까지 인천은 3무 2패(4득점 9실점)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남겼다. 인천 홈팬들 앞에서의 결과(2무 2패, 2득점 7실점)만 뽑아보면 더욱 참담할 수밖에 없었다. 급기야 인천 서포터들은 10월 중순 감독과의 면담까지 요청할 정도로 화가 날 지경이었다.

 

이 위기에서 돌아온 형님 둘은 큰 힘이 되고 있다. 그 주인공은 인천 FC의 영원한 주장이라 할 수 있는 수비수 '임중용'과 노련한 문지기 '김이섭'이다.

 

특히, 임중용은 이번 시즌부터 부지런한 수비형 미드필더 노종건에게 주장 완장을 넘겨주었다가 지난 25일 전주성에서 열린 전북과의 방문 경기(인천 1-0 승)부터 다시 붉은 띠를 팔뚝에 감았다. 좌초 직전의 인천의 푸른 뱃전에 다시 우뚝 선 것이었다.

 

쌍둥이 아빠 임중용은 팀이 이처럼 힘들 때 다시 수비진의 중심을 틀어쥔 것이다. 그 덕분에 인천은 까다로운 두 차례의 원정 경기에서 내심 기대했던 성과(1승 1무, 승점 4)를 거뒀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최근 5경기 9실점(경기당 1.8골)의 명백한 기록을 감안할 때 방문 두 경기 내내 한 골도 내주지 않았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인천 GK 김이섭

인천 GK 김이섭 ⓒ 인천 유나이티드 FC

임중용의 뒤에 서서 다시 장갑을 낀 문지기 김이섭은 이번 시즌부터 '성경모-송유걸'에게 골문 앞 자리를 내주며 신들린 듯한 그의 몸놀림은 이제 볼 수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는 후배들의 그늘에 가려 있으면서도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것을 최근 두 경기에서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공-수의 짜임새가 가장 안정되어 있다는 성남과의 24라운드 방문 경기에서 김이섭은 '모따-두두-김연건-이동국'이라는 거물급 공격수를 상대해야 했다. 이들 골잡이들이 바람을 잡고 수비수들을 끌며 밖으로 빠지는 틈을 타 공격형 미드필더 한동원도 골문 앞으로 파고들었지만 김이섭의 눈부신 선방은 빛났다.

 

29분, 한동원은 달라붙는 수비수도 없이 골문 바로 앞에서 오른발 슛을 날렸지만 공의 방향을 예측한 김이섭에게 걸렸다. 김이섭의 결정적 선방은 84분에도 빛났다. 경기 내내 인천의 끈질긴 수비수에게 시달렸던 모따가 모처럼 시원스럽게 오른발로 찬 공도 김이섭이 오른쪽으로 몸을 날려 쳐냈다.

 

'김이섭(34살)과 임중용(33살)' 이렇게 한 살 터울의 두 형들은 서쪽 바다에 좌초될 뻔한 인천의 푸른 배 한 척을 꺼내준 셈이었다.

 

장외룡 감독, 두 명의 수비수에게 승부 걸다!

 

지난 2005년, 창단 2년차의 시민구단을 이끌고 '비상'이라는 감동적인 다큐멘터리 드라마를 만들었던 명장 장외룡 감독은 지난 9월 벌어진 2연속 안방 경기(vs 경남, vs 대구)에서 6강 플레이오프 안정권에 들어가는 것 이상의 욕심(4위)을 내다가 뒤통수를 맞았다.

 

먼저 9월 13일 맞붙은 경남과의 경기에서 득점 없이 비긴 것도 모자라 그로부터 일주일 뒤 같은 안방에서 벌어진 대구 FC와의 경기에서는 최근 맞대결 기록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는 기억에만 사로잡혀 느슨하게 대처하는 바람에 0-2로 덜미를 잡혔다.

 

이 두 졸전을 지켜본 팬들은 물론 장외룡 감독도 큰 충격에 빠져 좀처럼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는데, '김이섭과 임중용'이라는 노련한 두 기둥 말고도 다른 쪽에 기둥 둘을 더 세우는 바람에 빠져나올 길이 보였다.

 

문제는 실점을 줄이고 실속(승점)을 챙기는 일이었다. 연속 두 차례의 원정 경기를 1승 1무(4점, 1득점 실점)로 마쳤다. 결국 그의 계산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기에 이르렀다. 그 수비력의 중심에 두 기둥이 자리잡고 있었다. 가끔 미드필더로 뛰기도 했던 수비수 '김영빈'과 묵묵히 자신의 임무에 충실한 수비수 겸 미드필더 '박창헌'이 바로 그 기둥이다.

 

나흘 전 열린 전북과의 방문경기에서 상대 골잡이들을 자주 놓쳤던 이들에게 장외룡 감독은 성남과의 맞대결을 앞두고 '특명'을 내렸다. 김영빈은 두두를, 박창헌은 모따를 경기 내내 따라다니라는 것이었다. 성남의 조직력을 생각할 때, 어찌 보면 이러한 진단과 처방은 무모해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시즌 끝무렵 피말리는 승점 싸움에서 실속을 차린다는 면에서 볼 때 결코 그의 판단이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

 

무실점이라는 결과가 말해주듯 둘은 각자의 임무에 매우 충실했다. 김영빈에게 잡힌 두두가 27분에 잠깐 빠져나와 왼발슛을 기록했지만 골문 오른쪽으로 벗어나는 것이었고, 박창헌에게 묶인 모따는 84분에 이르러서야 제대로 된 유효슛을 유일하게 기록할 정도였다.

 

든든한 가운데 수비수 임중용이 적절하게 커버해 주었고 문지기 김이섭이 각도를 잘 잡고 막아주는 도움을 받았지만 맏형들과는 다른 이 두 기둥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경험과 승점 1점을 얻게 된 것이다.

 

이제 인천의 앞길에는 광주 방문경기(11월 2일)와 수원과의 안방경기(11월 9일)만 남았다. 경남 FC, 전북과 나란히 6위 자리다툼의 한복판에 있기 때문에 끝까지 예측할 수 없는 일정이 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같은 날 빅 버드에서 열린 맞대결에서 FC 서울이 수원 블루윙스를 극적으로 이겼기 때문에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명장의 계산법이 끝까지 작용하여 지금까지 버텨온 기둥들에게 힘을 더 실어줄지 흥미롭게 지켜볼 일이다.

덧붙이는 글 | ※ 2008 K-리그 24라운드 경기 결과, 10월 29일

★ 성남 천마 0-0 인천 유나이티드 FC

◎ 성남 선수들
FW : 모따, 두두, 김연건(57분↔이동국)
MF : 한동원, 김정우(68분↔박우현), 김철호
DF : 장학영, 김영철, 김상식, 박진섭(52분↔전광진)
GK : 정성룡

◎ 인천 선수들
FW : 방승환(86분↔보르코), 라돈치치
MF : 윤원일(32분↔박재현), 노종건, 드라간(75분↔강수일), 김영빈, 이준영
DF : 박창헌, 임중용, 안재준
GK : 김이섭

★ 수원 블루윙스 0-1 FC 서울 [득점 : 기성용]
★ 경남 FC 2-1 전남 [득점 : 이지남, 김진용 / 이상일]
★ 대구 FC 1-3 전북 [득점 : 하대성 / 성종현,홍진섭,루이스]
★ 대전 0-3 포항 [득점 : 김기동,신형민,조성환]
★ 부산 3-0 제주 [득점 : 박희도,안정환2골]
★ 광주 1-2 울산 [득점 : 고창현 / 유경렬,이진호]

◇ 10월 29일 현재 K-리그(24라운드) 순위표
1 FC 서울 51점 14승 9무 1패 +20
2 성남 48점 14승 6무 4패 +24 
3 수원 48점 15승 3무 6패 +17 
4 울산 46점 13승 7무 4패 +13 
5 포항 41점 12승 5무 7패 +9 
6 인천 33점 8승 9무 7패 0 
------------------- 6강 플레이오프 커트라인
7 경남 32점 9승 5무 10패 -3 
8 전북 31점 9승 4무 11패 -1 
9 전남 28점 8승 4무 12패 -11 
10 제주 27점 7승 6무 11패 -7 
11 대구 25점 8승 1무 15패 -11 
12 부산 19점 4승 7무 13패 -10 
13 대전 19점 3승 10무 11패 -17 
14 광주 15점 3승 6무 15패 -23 

2008.10.30 08:19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 2008 K-리그 24라운드 경기 결과, 10월 29일

★ 성남 천마 0-0 인천 유나이티드 FC

◎ 성남 선수들
FW : 모따, 두두, 김연건(57분↔이동국)
MF : 한동원, 김정우(68분↔박우현), 김철호
DF : 장학영, 김영철, 김상식, 박진섭(52분↔전광진)
GK : 정성룡

◎ 인천 선수들
FW : 방승환(86분↔보르코), 라돈치치
MF : 윤원일(32분↔박재현), 노종건, 드라간(75분↔강수일), 김영빈, 이준영
DF : 박창헌, 임중용, 안재준
GK : 김이섭

★ 수원 블루윙스 0-1 FC 서울 [득점 : 기성용]
★ 경남 FC 2-1 전남 [득점 : 이지남, 김진용 / 이상일]
★ 대구 FC 1-3 전북 [득점 : 하대성 / 성종현,홍진섭,루이스]
★ 대전 0-3 포항 [득점 : 김기동,신형민,조성환]
★ 부산 3-0 제주 [득점 : 박희도,안정환2골]
★ 광주 1-2 울산 [득점 : 고창현 / 유경렬,이진호]

◇ 10월 29일 현재 K-리그(24라운드) 순위표
1 FC 서울 51점 14승 9무 1패 +20
2 성남 48점 14승 6무 4패 +24 
3 수원 48점 15승 3무 6패 +17 
4 울산 46점 13승 7무 4패 +13 
5 포항 41점 12승 5무 7패 +9 
6 인천 33점 8승 9무 7패 0 
------------------- 6강 플레이오프 커트라인
7 경남 32점 9승 5무 10패 -3 
8 전북 31점 9승 4무 11패 -1 
9 전남 28점 8승 4무 12패 -11 
10 제주 27점 7승 6무 11패 -7 
11 대구 25점 8승 1무 15패 -11 
12 부산 19점 4승 7무 13패 -10 
13 대전 19점 3승 10무 11패 -17 
14 광주 15점 3승 6무 15패 -23 
임중용 김이섭 장외룡 인천 유나이티드 FC K-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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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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