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딸에게!

오늘 새벽에 일어나 공부하다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는 너를 보고 엄마는 마음이 짜안했단다. 이번주부터 시작된 중간고사를 치르느라 벌써 며칠째 잠을 자지 못해서 그런지 얼굴도 많이 푸석 푸석해지고 수척해진 모습에 엄마는 가슴이 아프다.

마음 같아서는 네 시험을 대신해 주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 네게 응원이라도 실컷 해주고 싶단다. 아침에 일어나서 잠을 푹자지 못해서 그런지 입맛도 없다며 밥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집을 나서는 네 뒷모습을 바라다 보다 엄마는 일이 손에 안잡혀 커피 한잔을 마시며 한참 동안 너를 생각했단다.

고액과외, 쪽집게과외를 시켜주지는 못해도 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만으로도 엄마는 자랑스럽다. 아빠가 늘 말씀하신 대로 엄마 또한 결과보다 과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최선을 다한 너에게 무한한 사랑과 신뢰를 보낸다. 이 사랑이 네게 전해져 고생한 만큼, 공부한 만큼 좋은 결과가 나오길 기원할 뿐, 엄마는 그 이상 네게 아무것도 해줄 게 없단다.

너는 지금 어쩌면 네 인생의 한 고빗길을 넘고 있는지 모른다. 친구들과 함께 떠들고 재잘대도 속으로는 내신성적의 또 다른 경쟁자로 인식되어 속마음도 털어 놓지 못한다는 네 말을 듣고, 세상이 왜 이렇게 되었나 하고 한탄한 적도 있다. 교육당국자들의 조삼모사식 입시정책 변경으로 너는 또 어떻게 입시를 치를지 엄마는 아직 갈피를 못잡고 있다. 그런데 하물며 정책의 직접적인 대상자인 너희들의 마음은 오죽하겠니?

엄마가 학교 다닐 때는 적어도 너만큼 입시에 대한 무게를 지고 살진 않았다. 꿈 많고 감정도 풍부한 여고생이었다. 가을이 되면 시도 읽으며 눈물도 흘릴 만큼 감성도 풍부했다. 인근의 남학교 축제에 가서 음악도 듣고, 시낭송도 들으며 단 한번 뿐인 여고시절을 정말 아름답게 보낸 기억 뿐이다.

그래도 그땐 대학을 잘도 갔는데, 지금 너는 이런 호사는커녕 잠도 못 자고 휴일에 놀러 한번 못가는데도 왜 이리 대학 가기 힘든 세상이 되었는지 엄마는 이해를 못한다.

사람들은 '행복이 성적순이 아니다'고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그 말을 믿고 싶지 않은게 엄마의 솔직한 심정이다. 공부해도 먹고 살기 힘든 세상인데, 공부마저 못하면 도대체 어떻게 살아갈지 생각하기조차 힘들다. 아니 우리 나라의 모든 엄마들이 엄마의 생각과 똑같을 것이라고 본다. 자식이 공부 못해도 행복이 성적순이 아니니 괜찮다고 웃어 넘길 부모가 어디 있을까?

오늘도 너는 새벽까지 책과 씨름하다 중간고사 세번째 날을 맞이하러 학교에 갔는데, 점점 지쳐가는 모습에 엄마는 가슴이 미어진다. 아침에 네가 좋아하는 햄소시지 볶음과 계란말이를 해놓았지만, 몇개 집어 먹고는 가방을 챙겨 바로 학교에 가는 걸 보면 얼마나 마음의 부담이 되었으며 그랬을까 하고, 그 부담을 엄마가 마음으로나마 대신해 주고 싶단다.

그래도 대학생이 된 언니가 시험 잘 보라고 어제 밤늦게까지 너를 붙잡고 이것 저것 가르쳐 주는 모습을 보며 엄마는 너의 중간고사로 인해 부담이 되었던 마음을 조금이나마 쓸어낼 수 있었단다.

자정이 넘은 지금 시간에도 너는 책과 씨름하고 있고 엄마는 너를 위해 보초(?)를 서고 있다. 혹시 배가 고파 간식을 찾지 않을까, 혹시 다른 뭐 필요한 것은 없을까 하고 옆에서 지켜보며 함께 중간고사 준비를 하고 있다. 엄마가 유별난 것이 아니라 아마 우리 나라 모든 부모가 엄마처럼 이렇지 않을까? 자식을 위한 부모의 마음이란 게 다 이런게 아니겠니? 너도 시집가서 아이를 낳아서 길러 보면 그 때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겠지.

오늘 세번째 중간고사 시험날이다.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이 뭐 있겠니? 그저 네가 준비한 만큼, 최선을 다한 만큼만 성적을 내주기 바라고, 설령 원하는 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도록 실망하지 말고 다시 힘을 낼 수 있도록 기도하는 것 뿐이란다. 행여 공부한 만큼 좋은 성적이 나오지 않더라도 절대 실망하거나 안타까워하지 말아라.

벌써 내일이면 시험이 끝나는구나. 시험이 끝나는 날은 모처럼 가족이 함께 저녁을 먹을 수 있겠구나. 엄마가 맛있는 된장찌개와 네가 좋아하는 삼겹살 준비해 놓을게. 사랑하는 우리 딸,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