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철 우리 입맛을 돋우는 별미로 '전어'를 꼽는다. 전어 굽는 냄새는 유혹 그 자체이고 회로도 달콤한 맛은 그 어떤 고급 횟감에 뒤지지 않는다.
가을철 수산물 유통과 관련된 업종들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게 바로 전어다. 전어는 양식으로도 공급이 되지만 본격적인 가을철에 접어들면 자연산이 공급의 주를 이룬다.
지하철 4호선 오이도역에 내려서 버스로 갈아타고 15분여 더 가서 닿는 곳에 '오이도 포구'가 있다. 오이도 포구는 몇 년 전 탤런트 고현정이 열연한 드라마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덕에 덩달아 유명세를 타게 되었고 수도권 시민들의 발걸음이 부쩍 늘어난 곳이기도 하다.
오이도 포구에는 요즘 한참 제철을 맞아 전어 굽는 냄새가 가득하다. 오이도 포구에 있는 그 많은 횟집들과 거기에 더해 부둣가 좌판들까지 지천으로 널려 있는 전어는 누가 공급하고 있는 걸까?
새벽 5시 반 출어해 10여분 만에 당도한 전어 어장
오이도 포구의 전어 어장은 너무나도 가까운 곳에 있었다. 시화방조제 중간선착장에서 선장 이기관(52)·이순연(47) 부부가 생계 수단으로 삼고 있는 배 '오이도 2호'가 컴컴한 새벽바다를 헤치고 어장에 도착하기까지 불과 10여분이 걸렸을 뿐이다.
전어 조업은 길이가 150m 남짓, 폭은 2m가량 되고 한겹으로 된 그물 세 틀을 부표에 매달아 바다에 뿌리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그물을 내리는 시간은 짧았다. 30여분 만에 끝났다.
그물을 뿌린 지 30여분. 이제는 전어 그물을 거둬들일 차례였다. 이 선장은 전어가 가득 들어 있을 거라며 호언을 했다. 그는 그물을 뿌리는 가운데 몇 번인가 다른 배들에게도 연락했다. 자신이 오늘 조업하는 곳으로 오라는 여유를 부렸다. 그는 전날에도 다른 배들에 비해 월등히 많은 전어를 잡았다는 것이다.
그물은 그의 말이 허언이 아님을 확실하게 증명했다. 첫 그물부터 전어가 한가득 걸려서 올라오기 시작했다. 전어는 살아 있을 때에는 제법 비싼 가격을 받을 수 있지만 죽은 상태에서는 가격이 형편 없다. 해서 그물에서 전어를 살린 채 떼어내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그물 길이로 2m마다 평균 50여마리가 잡힌 듯하다. 떼어내는 작업은 더디기만 했다. 살아있는 상태로 전어를 떼어내야만 하고 비늘 등도 최대한 손상이 안가도록 해야 했다.
전어가 그물에 걸린 후 제 나름대로 몸부림을 쳤는지 전어 몸통이 그물을 칭칭 감고 있어 떼어내는 게 보통 힘든 게 아니다. 더구나 배가 파도에 계속 출렁거리는 상태에서 전어 몸에 상처를 내지 않고 떼어내려다 보니 일손을 돕는다고 덤벼들었다가 30분도 못되어 녹초가 되어 버렸다.
전어를 떼어내기 시작한 지 2시간여 만에 이날 바다에 뿌린 세 틀의 그물 중 겨우 한 틀에서, 그것도 한 틀의 2/3가량 그물 작업을 마칠 수 있었다. 두 틀은 손도 대지 못한 상태다. 그냥 바다에 잠겨 있는 것이다. 이 시간까지 고작 1/5쯤 작업한 셈이다.
시간을 지체하면 전어가 죽을 수 있기에 2시간여 작업 끝에 떼어낸 전어는 곧바로 중간상인에게 연락을 취해 대부도 방아머리 선착장에서 넘겼다.
한 틀의 2/3에서 떼어낸 전어가 활전어로 49kg, 죽은 것으로 19kg이니 이것만 해도 상당한 양이다. kg에 약 열대여섯 마리이니 마릿수로 따진다면 상당하다. 전어의 경매시세는 하루전날 활전어가 kg당 7500원, 죽은 전어가 kg당 2500원이었단다.
꿈속에서도 전어 비린내가 날 정도
시화방조제 인근 바다에 전어 어장이 본격 형성된 것은 오늘로(10월 4일) 사흘째라고 한다. 이 선장은 사흘전에도 전어를 하도 많이 잡다 보니 꿈 속에서도 전어 비린내가 날 정도라며 상당히 피곤한 목소리로 행복한 비명을 지른다.
몸은 피곤해 보이지만 마음은 전혀 피곤하지 않은 듯하다. 전표를 들여다 보다 환한 미소를 짓는다. 이날 오전 10시 30분에 방아머리 선착장에서 이루어진 경매에 그가 이날 두번째로 넘긴 전표에는 활전어가 kg당 8500원, 죽은 것이 kg당 3500원으로 찍혔다.
두 번째로 넘긴 물량은 30kg 남짓으로 그리 많지는 않았다. 첫 번째 물량을 넘기고 불과 한시간여 남짓 전어를 떼어냈기 때문이다.
두 번째 틀을 막 걷어 올리기 시작하는데 이 선장의 핸드폰이 계속 울렸다. 전어 잡아 놓은것 있으면 넘기라는 중간상인의 전화였다. 전화 주문 때문에 낮 12시경 이날 세 번째로 방아머리 선착장에 돌아와야만 했다.
방아머리 선착장과 어장과의 거리가 고작 500m 남짓이니 그런 정도의 수고는 할 만했다. 중간상인은 받아 놓은 주문을 소화하기 위해 이 선장에게 물량을 넘기라고 수차례 전화를 했다.
두 틀을 끌어 올려 팔고 난 후에는 '시흥 바닷밥' 10년째라는 이 선장도 무척이나 지친 듯 하다. 이제는 전어가 죽더라도 거칠게 떼어내겠다고 말한다.
세 번째 그물 또한 전어가 가득 잡혀 있었다. 앞에 두 틀보다도 훨씬 많이 걸려 있었다. 그물코마다 전어가 박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림잡아 100kg 남짓은 되어 보인다. 뱃전에 끌어 올린 그물에서 전어를 떼어내는 작업을 조금 돕다 말고 곧바로 지치고 말았다. 아무리 떼어내도 그물이 줄어들 기미가 안보였기 때문이다.
잡힌 전어의 양에 한마디로 질린다고 표현해야 할까? 물일에 서툰 기자는 일손을 돕는다며 그물에 물을 뿌리는 게 고작이었다. 전어가 더 이상 상하지 않도록 소형펌프로 끌어올린 바닷물을 그물에 뿌려주는 일이다.
오이도 전어의 절정은 다음주 '오이도 조가비 축제'
전어는 11월 중순까지도 꾸준하게 잡힌다는 게 이 선장의 설명이다. 그의 또 다른 관심은 다음주(10월 10일~ 10월 12일) 사흘간 열리는 '오이도 조가비 축제'에 쏠려 있었다.
오이도 조가비 축제는 다음주(10월 9일~ 10월 11일) 사흘간 시흥시 정왕동 여성회관 일원에서 열리는 '전국주민자치박람회'와 맞춰 열리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 오이도 조가비 축제 기간 중 선착장 무대 우측에 마련된 부스에서 직접 잡은 전어를 관광객들에게 판매할 예정이다.
시흥 앞바다에서 아침까지 노닐던 전어를 곧바로 먹을 수 있다는 것은 바다 근처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행복이지 싶다.
가을 전어맛의 진수를 느끼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철표 한 장 끊어서 오이도역으로 출발하는 게 어떨까. 갈매기 울음 소리에 전어 한입 그리고 소주 한 잔이면 그 어떤 즐거움이 이에 비할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신문고 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