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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금융위기로 널뛰는 증시 못지않게 중국의 국가브랜드도 롤러코스터 행보를 보이고 있다. '메이드 인 차이나'하면 왠지 짝퉁 혹은 싸구려 같은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은 분명히 '중국'이라는 국가브랜드와 관련이 있다.

 

우스갯소리로 옥수수수염 관련 음료가 잘 팔리다가 국내산이 부족해 중국산 옥수수수염을 사용한다는 발표가 있고서부터 그 매출량이 뚝 줄었다는 소리가 들려올 정도다.

 

티베트 독립시위에 대한 유혈 진압과 쓰촨 지진 등으로 떨어졌던 중국의 국가브랜드는 베이징올림픽에서 세계 최강 미국을 제치고 종합 1위를 차지하고, 또 풍부한 전통문화를 잘 재현해 내며 비교적 안전하고 원만하게 올림픽을 개최해내면서 조금은 올라가는가 싶었다.

 

그러나 베이징올림픽이 끝나자마자 각종 탄광 사고와 산사태, 교통사고 등 인재형 대형사고로 국가브랜드가 실추되기 시작하더니, 결국 4명이 사망하고 6만여명의 환자가 발생한 '멜라민 분유사건'으로 원자바오 총리가 국제사회에 사과하는 사태까지 맞았다.

 

선저우 7호, '멜라민 파문'으로 실추된 중국 자존심 세울까

 

전형적인 후진국형 사고다발국의 면모를 보이며 국제적 망신을 당하고 있는 중국에게, 그래서 오늘(25일) 밤에 예정된 선저우 7호의 세 번째 유인우주선 발사의 성공 여부는 대단히 중요하다. 2003년과 2005년 발사 성공에 이어 세 번째로 발사되는 선저우 7호에는 멜라민 파문으로 실추된 민족적 자존심과 베이징올림픽 후 추락한 국가브랜드를 다시 세워줘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추가되었기 때문이다.

 

중국의 내부 결속과 사회주의 체제 홍보에 십분 활용되었던 올림픽 영웅들의 약발이 다 할 시점에서 중국 정부는 새로운 우주 영웅의 탄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2003년 중국 최초의 우주인 양리웨이(楊利偉), 2005년 페이쥔롱과 니에하이성에 이어 선저우 7호에는 자이즈강(翟志剛·42), 리우보밍(劉伯明·42), 징하이펑(景海鵬·42) 등 3명이 탑승하는데, 이번 비행의 하이라이트인 우주 유영은 자이즈강이 담당하게 된다고 한다.

 

발사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내일(26일) 오후 4시 30분경 40분간 진행되는 자이즈강의 우주 유영은 전 세계에 생중계될 전망이다. 이 시간은 또 중국인들에게 대단한 자부심과 긍지를 심어주며 중화민족주의를 한층 고양시키는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중국 최초의 달 탐사선 창어(嫦娥) 1호 발사에 성공하기도 한 중국은 이미 우주과학 분야에서 미국, 러시아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은 2017년 달에 우주인을 보내고, 2020년에는 독자적으로 영구우주정거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이다.

 

부러움 반 시샘 반으로 지켜볼 선저우 7호의 카운트다운

 

최근 멜라민 분유 파동이나 각종 후진국형 사고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중국은 민간 부분에서는 취약하고 낙후된 관리시스템을 드러내지만, 베이징올림픽이나 우주 산업 등 정부가 직접 주도하는 사업에 대해서만큼은 대단히 주도면밀하고 완성도가 높은 성과를 내놓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의 혐한 감정이 보도된 이후로 중국에 대한 규정이 너무 쉽게 이뤄지는 편인데, 사실 중국은 대단히 복잡하고 다양한 측면이 많다는 것을 멜라민 분유사건과 유인우주선 발사 소식을 동시에 접하면서 금방 확인하게 되는 셈이다.

 

중국 국가브랜드의 널뛰기를 지켜보며 중국 담론의 어떤 것도 한편으로 옳고 또 한편으로 그르다는 말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도 된다. 층위를 달리해서 정말 다양한 빛깔과 문양을 드러내는 중국을 우리도 더욱더 다양한 측면에서 이해하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국가브랜드는 분명히 우리보다 훨씬 낮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경쟁력은 어쩌면 우리 정부보다도 높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 우리가 중국보다 비교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그 기술력 차이는 현저하게 좁혀져 있는 상태인데 반해, 우주개발 분야에서 우리는 중국의 잰걸음을 도저히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도 생겨난다.

 

그래서 간쑤성(甘肅省) 지우취엔(酒泉) 발사 기지에서 창정(長征)2F 로켓에 실려 발사될 선저우 7호의 카운트다운을 지켜보는 것은 그다지 즐겁지 않은, 부러움 반 시샘 반의 다소 불편한 시간이 될 것도 같다. 선저우 7호는 68시간의 비행시간 동안 우주유영 등 다양한 우주 실험을 마치고 28일 오후 네이멍구(內蒙古) 초원지대로 귀환할 계획이다.


태그:#선저우 7호, #중국, #국가브랜드, #멜라민 분유사건, #베이징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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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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