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희와 감동, 열정과 감격으로 뜨겁게 달구었던 올림픽 17일 잔치가 끝났다. 박태환에 환호했고, 이배영에 감동했다. 장미란이 세계를 들어 올리자 찬사를 보냈다. 야구는 국민타자 이승엽 눈에 눈물을 흘리게 할 만큼 감격 자체였다.

 

하지만 환희와 감동, 찬사와 감격은 특정 세력과 권력이 자신들을 위한 도구로 올림픽을 이용하는 순간 변질된다. 올림픽 자체로 감격해야 하며, 그 감격은 인종과 국가, 민족, 권력을 뛰어넘어야 한다.

 

우리나라 올림픽 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두었다고 자랑하는 베이징 올림픽이 끝난 지금 우리는 올림픽 자체로 감격했던 것도 잠시, 권력을 위한 도구로 전락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연택 대한 체육회장은 베이징 올림픽 선수단과 함께 귀국하면서 첫 음성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촛불시위로 국민의 관심이 한곳에 매몰돼, 우리 국가대표 선수들이 적막하고 쓸쓸하게 구슬땀 흘리며 운동을 했습니다. (중략)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각계각층의 성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오마이뉴스>-“촛불 때문에 선수들이 쓸쓸하게 운동?”)

 

촛불 시위가 국가대표 선수들을 적막하게 하고, 쓸쓸하게 했다면 경기를 다 끝낸 선수를 일주일, 열흘 이상 베이징 선수촌에 머물게 한 후 해단식과 도보 페레이드를 하도록 하고, 목발을 짚은 선수를 도보 페레이드에 참가시킨 일은 국가대표 선수들을 감격시킨 일이며,올림픽 정신인가?

 

미국, 일본, 쿠바를 연파하고 금메달을 딴 야구 대표팀은 지난 24일 귀국할 예정이었다. 프로야구가 26일부터 재개되기 때문이다. 9 경기를 쉬지 않고 뛰어 적어도 하루는 쉬어야 소속팀에 들어가서 경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프로 야구도 월요일 하루는 쉰다.

 

하지만 해단식과 도보 퍼레이드에 참석하기 위하여 25일 전 선수단과 함께 귀국할 수밖에 없다. 과연 이것이 올림픽 정신이며, 스포츠 정신인가? 운동선수들 컨디션 조절이 얼마나 중요한지 안다면 이럴 수는 없다.

 

촛불시위는 생명권과 검역주권을 보장받기 위한 시위였다. 촛불을 거리로 나오게 한 원인 제공자는 이연택 체육회장이 성원에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시한 이명박 대통령이었음을 이연택 회장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

 

촛불은 금메달 하나 딸 때마다 지지율이 1~2% 올라가는 것을 보고 기뻐하는 정치권과 달랐다. 촛불은 선수들이 흘린 땀과 눈물 자체에 감동했다. 바벨을 놓치지 않는 이배영 선수에게 감동했고, 마지막 1분을 언니들에게 맞긴 여자 핸드볼 선수들에게 눈물로 찬사를 보냈다. 촛불은 이런 점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을 쓸쓸하게 하지 않았다.

 

올림픽을 정치도구로 전락시키면 올림픽에 감격과 환희를 경험했던 시민들을 짜증나게 할 뿐이다. 올림픽 메달은 국가와 권력에 충성을 바치는 수단이 아니다. 메달은 그 선수가 땀흘린 결과이며, 시민들은 같은 하늘 아래 살아가는 공동체로서 기뻐하고 감격할 뿐이다.

 

선수들이 땀과 눈물로 목에 멘 메달을 권력이나, 국가, 특정세력이 자신들 이익을 위한 도구로 삼을 어떤 자격도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2008.08.26 11:45 ⓒ 2008 OhmyNews
올림픽정신 이연택 도보 페레이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당신이 태어날 때 당신은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쁘게 눈감을 수 있기를.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