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베이징올림픽 폐막일인 24일 오전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 '냐오차오'에 한국의 이봉주가 도착하여 마지막 한 바퀴 트랙을 돌고 있다.

2008베이징올림픽 폐막일인 24일 오전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 '냐오차오'에 한국의 이봉주가 도착하여 마지막 한 바퀴 트랙을 돌고 있다. ⓒ 유성호

지난 해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78회 동아마라톤에서 짜릿한 역전 우승(2시간 8분 04초)을 일구어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에 대한 기대감을 준 이봉주 선수가 올림픽 폐막일인 24일 남자 마라톤에서 2시간17분56초로 완주하며 28위에 올랐다.

1935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일장기를 달고 우승한 손기정, 1947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우승한 서윤복, 1950년 같은 대회에서 1위 함기용, 2위 송길윤, 3위 최윤칠,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우승한 황영조를 이어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면서 한국 마라톤 계보를 이어왔던 이봉주 선수다.

39번째 완주라는 위업을 남겼지만 그의 나이 39살. 앞으로 더 뛸 수 있는 힘과 능력, 열정은 있겠지만 위대한 우리 마라톤 영웅들과 함께 한국 마라톤 역사로 기억될 시간이 온 것은 분명하다.

이제 우리는 이 영웅에게 찬사를 보내야 하지만 이봉주를 이을 또 다른 영웅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베이징 올림픽 마라톤 기록을 보면 희망보다는 암울함이 앞선다. 이봉주 선수와 함께 뛰었던 이명승(29,삼성전자)은 2분14초37로 18위, 김이용(35,국민체육진흥공단)은 2분23초57로 50위에 머물렀다.

이들 선수들과 베이징 올림픽 우승자인 케냐의 사무엘 카마우 완지루와 비교하면 한국 마라톤이 얼마나 암울한지 보여준다. 완지루가 세운 기록은 2시간06분32초로 올림픽기록(종전 2시간09분21초)이다.

원래 올림픽은 기록보다는 순위 경쟁 성격이 강한 대회이지만 완지루 선수는 처음부터 내달렸다. 5km 구간에서 14분 33초 정도로 2007년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가 세계기록을 세울 때보다는 구간기록(14:31)이 늦었지만 올림픽 대회에서는 대단한 스피드로 2시간 5분대도 기대할 수 있는 기록이었다.

너무 빨리 달려 오버페이스로 평가받을 정도였지만 완지루는 5km~20km까지는 14분 33초대, 20km 이후부터 결승까지는 15분 15초대를 유지하여 선두에서 한 번도 뒤쳐지지 않고 결국 우승했다.

완지루 선수 기록을 100m로 환산하면 17.4~5초 정도다. 17.4~5초를 42.195km 내내 달린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완자루 선수가 이런 스피드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2007년 3월에 세운 하프마라톤 세계기록(58분33초)에서 보듯이 한 순간도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는 체력과 순발력을 두루 갖추었기 때문이다.

한국 마라톤은 그 동안 스피드보다는 지구력 중심 훈련을 받았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5km 구간 랩타임을 15분 20초대로 예상했지만 완지루 선수와 함께 선두그룹은 14분 40초대를 오갔다. 스피드 경쟁에서 도저히 따라갈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럼 스피드는 어떻게 기를 수 있는가? 세계기록을 경신하는 선수들을 보면 대부분 마라톤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1만m 등 장거리에서 시작한다. 현재 마라톤 세계기록(2시간 4분 26초) 보유자인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35.에티오피아)는 1만m 1인자였다.

100m를 17대 초반에 달릴 수 있는 스피드와 함께 42.195km를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는 지구력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마라톤 우승은 바라볼 수 없다. 문제는 지구력은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하여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지만 스피드는 타고난다는 데 있다.

한국 마라톤이 올림픽과 세계적인 대회에서 우승을 바란다면 중장거리 선수 중 스피드를 가진 선수들을 발굴하고, 어느 정도 기량이 오르면 마라톤으로 전향시켜야만 앞날을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베이징 올림픽 결과뿐만 아니라 한국기록을 세계기록과 비교하면 스피드에서 많이 뒤쳐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기록은 이봉주 선수가 2000년 2월 13일 도쿄 국제 마라톤 대회에서 세운 2시간 7분 20초이다.

세계기록은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가 세운 2시간 4분 26초이므로 한국기록과는 2분 54초 차이가 난다. 거리로 환산하면 약 1km다. 엄청난 차이다. 마라톤이 환경의 지배를 많이 받지만 1km 차이는 마라톤에서 따라 가기 힘든 거리이다.

이 거리를 좁히기 위하여 스피드를 갖춘 선수를 발굴해야 하지만 한국 1만m 기록은 1986년 김종윤 선수가 세운 28분 30초 54로 22년 동안 깨지지 않고 있다. 스피드 있는 선수가 발굴되지 않고 있다.

육상연맹은 스피드 있는 선수 발굴이 어렵지만 노력해야 한다. 국가는 전폭 지원하고, 시민들은 인내하면서 기다려야 한다. 이봉주 다음은 누구인가? 김이용 선수인가? 하지만 김이용 선수도 1973년 생이다. 이명승(29, 삼성전자)은 2분14초37로 18위를 했지만 오늘 경기를 통하여 확인했듯이 스피드에서 따라잡지를 못했다. 스피드 없는 선수는 이제 마라톤에서 우승할 수 없음을 확인했다.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대구에서 열린다. 단기 목표는 2011년이고, 장기 목표는 계속 있을 각종 대회, 세계선수권,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워야 한다. 한두 선수에게 모든 기대를 거는 것이 아니라 많은 선수들을 발굴하고, 훈련과 교육을 통하여 한국 마라톤, 넓게는 한국 육상을 짊어지고 갈 선수들을 길러내야 한다.

한국마라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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