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로 뒤진 전반 27분, 한국 대표팀이 동점을 위한 페널티 코너를 준비하고 있다.

2-1로 뒤진 전반 27분, 한국 대표팀이 동점을 위한 페널티 코너를 준비하고 있다. ⓒ 박상익

약간 흐린 하늘 아래 습한 공기가 경기장 주변을 감싸고 있었다. 습도가 높은 상황에서 더위를 타게 되면 쉽게 지친다. 여기에 질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이 다가오면 체력은 빠르게 떨어진다.

 

이런 긴장감은 뉴질랜드에게 충격적인 1-3 역전패를 당한 한국이나, 상대 전적에서 한 번도 한국을 이겨본 적이 없는 중국에게 똑같았다. 승부를 결정지은 것은 기술과 경험이었다.

 

연속 실점하며 위기... 하지만 중국은 약했다

 

올림픽 남자 하키 대표팀은 13일 오전 10시 30분 올림픽 그린 하키 필드에서 열린 예선전에서 중국을 5-2로 제치고 4강 토너먼트에 올라갈 희망을 만들었다. 중국은 경기 초반에 홈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고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반면 중원에서 공격 찬스를 만들지 못한 한국은 전반 7분과 9분 사이에 연속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한국 대표팀에게는 뉴질랜드전의 패배를 딛고 4강에 올라가기 위해선 중국전은 당연히 이겨야 만 하는 경기였다. 하지만 페널티 코너에서 상대의 슛을 몸으로 막고 스틱을 뻗어 모자라면 몸을 날려 공을 걷어내는 중국 선수들의 플레이는 거칠었다.

 

전반 13분 기습적인 좌측 공격으로 서종호(29, 김해시청)가 한 골을 만회했지만 한국은 전반 중반공격의 활로를 찾지 못했고 전반 막판에는 2명의 선수가 10분간 퇴장으로 벤치를 지켜 수적 열세에 시달렸다. 한국 대표팀은 전반전이 끝나기 직전 페널티 코너의 기회를 잡아 장종현(25, 김해시청)이 동점골을 만들었다.

 

후반전이 시작되고 양팀의 체력은 눈에 띄게 저하되기 시작했다. 선수들의 스틱은 헛돌거나 종종 패스를 놓쳤다. 후반전 중반 양팀의 공방전은 한 점 승부가 되는 듯했다. 하지만 한국 대표팀을 승리로 이끈 페널티 코너 전담 슈터 장종현의 스틱은 매서웠다. 한국은 전반에서 많은 페널티 코너 기회를 무산시켰지만 후반 20분과 22분에 장종현이 페널티 코너를 놓치지 않고 골로 연결했다.

 

한점 승부라 생각했던 경기에서 내리 두 골을 허용한 중국 대표팀은 체력과 기술 모두 급격히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그것으로 승부는 결정되었고 후반 32분 강성정(32, 김해시청)이 다섯 번째 골을 터트리면서 한 수 위의 실력을 증명했다.

 

"관중 많아서 선수들 긴장했다"

 

 하키대표팀 조성준 감독

하키대표팀 조성준 감독 ⓒ 박상익

이로서 한국은 예선 리그에서 1승 1패를 기록하며 4강 진출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하지만 한국 대표팀은 아직 두 경기밖에 치르지 않은 탓에 새로 깐 하키 경기장 인조잔디에서 종종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홈팀인 중국 외에는 모두 다 이 잔디를 처음 겪는 것이다. 사실상 중국이 4강 진출권의 실력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승부는 공평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점을 보완해야 다음 경기 상대인 독일을 제압할 수 있고 이것이 4강 토너먼트 진출의 열쇠다.

 

경기가 끝난 후 조성준(48) 감독은 "선수들이 관중이 많은 곳에서 경기 한 적이 별로 없어 초반에 긴장했지만, 하키는 골이 많이 나는 운동이라서 먼저 두 골을 허용했어도 당황하지 않았다"며 경기 상황을 설명했다.

 

조 감독은 "선수들의 상태는 나쁘지 않으며 새 잔디에 적응하는 대로 차츰 좋아질 것"이라 말했다.

 

또한 습하고 더운 베이징 현지 날씨에서는 체력을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체력이 떨어지는 순간 스틱을 다루는 기술과 조직력이 심각하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경기에서 오늘 중국이 중후반 급격히 체력이 떨어졌던 상황을 우리가 경험할 수도 있다.

 

하키대표팀의 물리치료사인 이제훈씨는 "현재 선수들 중에 다치거나 심각한 체력 문제를 겪는 선수는 없으며 남은 경기에서는 더욱 좋아진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말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 따도 중계 없더라... 4강 넘어 금메달 목표"

주목 이 선수 - 중국전 해트트릭 장종현

 
 '세트 플레이 전문' 장종현은 이날 경기에서 페널티 코너로 3골을 넣어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세트 플레이 전문' 장종현은 이날 경기에서 페널티 코너로 3골을 넣어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 박상익

관중석에서 선수들의 움직임을 유심히 바라보는 두 남자가 있었다. 국가대표팀의 트레이너인 송성태씨와 장정민씨. 장정민 트레이너는 경기 전 한국대표팀의 득점을 리드할 선수로 장종현을 지목했다.

 

하키에서는 득점공식으로 통하는 페널티 코너를 담당하는 세트 플레이의 달인이라는 것. 실제로 장종현은 2007년에 열린 삼성챔피언스트로피 국제남자하키대회에서 득점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장종현은 예상 외로 한국이 중국의 공격에 밀리고 있을 때 침착하게 세트 플레이를 성공시켰다. 그는 한국 대표팀의 동점골과 역전골을 포함해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장종현은 "홈팀 중국과 시합하면서 처음 두 골을 허용했을 때 모두들 긴장을 많이 해 초반에 어려웠고, 잔디의 바운드에 적응하는데 힘들었다"고 경기 결과를 되돌아봤다. 이어 "4강과 금메달까지도 바라보고 있지만 항상 매 경기마다 최선을 다하겠다"며 승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다음은 장종현과의 일문일답.

 

- 초반에 연속골을 허용하며 어려운 경기를 펼쳤는데.

"중국에서 경기를 하는데 먼저 두 골을 먹고 나니 모두들 긴장을 많이 했다"

 

- 경기 도중 패스미스가 종종 나왔다. 더위 탓인지?

"새 잔디의 바운드에 적응하는 것이 힘들었다. 앞으로 경기를 하며 적응하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 목표는 어디까지인가?

"지금 목표는 4강에 진출해 결승전까지 나가는 것이다. 금메달도 따면 좋겠지만 먼저 매경기마다 최선을 다할 것이다."

 

- 올림픽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비인기종목이기 때문에 하키란 종목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 적다. 지난 아시안게임 때 우리는 금메달을 획득했지만 축구에 밀려 중계 방송도 되지 않았는데 이번에도 그럴까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 많은 팬들이 하키 경기를 자주 봐주셨으면 좋겠다. 그러면 하키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SK텔레콤 T로밍이 공동 후원하는 '2008 베이징올림픽 특별취재팀' 기사입니다.

2008.08.13 17:50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오마이뉴스>-SK텔레콤 T로밍이 공동 후원하는 '2008 베이징올림픽 특별취재팀' 기사입니다.
베이징 올림픽 하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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