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이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가장 보고 싶어하는 경기는 무얼까? 누리꾼들은 1순위로 '마린보이' 박태환(19·단국대) 선수가 출전하는 수영을 꼽았다.

 

지난 7월 28일자 '야후 코리아' 보도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3일부터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베이징 올림픽 이 경기만은 꼭 본다'는 질문에 671명의 응답자 가운데 가장 많은 359명(54%)이 박태환의 수영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박태환, 한국 수영 역사를 바꿀 것인가

 

박태환 선수가 25일 세계수영선수권 대회 자유형 400m에서 1위로 골인한뒤 두 손을 들어 기뻐하고 있다. 박태환 선수가 25일 세계수영선수권 대회 자유형 400m에서 1위로 골인한뒤 두 손을 들어 기뻐하고 있다.

박태환 선수가 지난해 3월 25일 세계수영선수권 대회 자유형 400m에서 1위로 골인한뒤 두 손을 들어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AP

이렇듯 온 국민의 관심이 박태환에게 쏠리고 있다. 메달 색깔에 관계없이 메달을 따기만 해도 한국 수영 역사가 바뀌게 되기 때문이다. 현재 박태환의 메달 획득 가능성은 높다. 특히 400m에서 박태환은 지난해 호주 멜버른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3분44초30의 기록으로 라이벌 그랜트 해켓(호주)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 세계적인 선수로 떠올랐다.

 

문제는 그 색깔. 베이징올림픽 수영경기장인 '워터큐브'에서 첫 현지적응 훈련을 하기 전 박태환은 "세계 기록을 깨겠다"고 포부를 밝혔고, 노민상 수영대표팀 총감독도 "우리가 이길 자신이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국내 언론도 이에 박태환의 금메달 획득을 이미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기록으로만 따지면 마음 '푹' 놓을 상황은 아니다.

 

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서 박태환은 자유형 200m, 400m, 1500m에 출전한다. 이 가운데 400m에서 메달을 딸 가능성이 유력시된다. 박태환은 지난 4월 동아시아수영대회에서 이 종목에서 3분43초59로 아시아신기록을 경신, 우승했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를 통틀어 가장 빠른 기록이다.

 

무대를 세계로 옮기면... 금메달 가능할까?

 

하지만 무대를 세계로 옮기면, 사정이 다르다. 올 시즌 최고기록을 보면, 박태환의 '숙적' 해켓이 3분43초15로 가장 빠르다. 이어 미국의 라스 젠슨이 0.38초 늦은 3분43초53으로 2위다. 박태환이 그 다음이다. 지난해 성적 기준으로는 가장 빠르지만, 올해는 해켓에 비해 0.44초, 젠슨보다 0.38초 느리다.

 

미국 스포츠 전문지인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는 "박태환이 해킷에 이어 은메달을 딸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자유형 200m의 경우, 박태환은 세계기록(1분43초86·마이클 팰프스·미국)에 비해, 2초40이 뒤처진다. 4년 전 6관왕에 이어 이번엔 8관왕에 도전하는 미국의 '수영 황제' 팰프스와 경쟁을 해야 하는 것도 박태환에게 부담이다.

 

박태환의 1500m 최고 기록은 14분55초03(2006년). 아시아에선 가장 빠르지만, 라이벌 해켓(14분34초56·2001년)에 비해 20초47이 늦다.

 

단순 기록만 갖고 예단은 무리

 

 수영선수 박태환.

박태환

그렇다고 단순히 기록만 가지고 예단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 무엇보다 세 선수 간 기록차가 0.5초가 채 안 돼,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노련한 경기 운영을 한다면 박태환이 금메달을 거머쥘 가능성도 있다.

 

박태환은 특히 괌 전지훈련 중 42분간 200m를 7번 연속 측정하는 스텝테스트에서 올 세계랭킹 1위인 해켓의 기록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체육과학연구원 관계자는 "3분41초대 후반기록도 가능하다"고도 했다. 이 정도 기록이면 지난 2002년 이안 소프(호주)가 세운 400m 세계기록(3분40초08)과도 상당히 근접하다.

 

게다가 박태환의 훈련내용과 스케줄 등을 빼곡히 적은 B4 용지 크기의 노트, 이른바 'X파일'의 내용도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노 감독은 지난 4월 동아시아대회에서 박태환이 아시아신기록을 세우자 "태환이도 모르는 비밀이 있다"며 취재진에게 아리송한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박태환은 또 지난해 해켓과의 두 차례 맞대결에서 한 번도 진 적이 없어, 심리적으로도 우위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하지만 지나친 관심은 독(毒)이 될 수도 있는 법. 노 감독은 4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언론과 방송, 국민들 모두 박태환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것에 대해 고마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담스럽다는 심경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편, 박태환은 9일 자유형 400m 예선을 시작으로 10일 자유형 200m 예선, 15일 자유형 1500m 예선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한국 수영 사상 첫 메달을 노리는 400m 결승전은 오는 10일 오전 11시에 열리며, 이어 12일엔 200m, 17일에는 1500m 결승전이 펼쳐질 계획이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SK텔레콤 T로밍이 공동 후원하는 '2008 베이징올림픽 특별취재팀' 기사입니다.

2008.08.05 15:29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오마이뉴스>-SK텔레콤 T로밍이 공동 후원하는 '2008 베이징올림픽 특별취재팀' 기사입니다.
박태환 베이징올림픽 수영 첫 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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