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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0 서울시교육감 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평일인데가 휴가철인 이날 서울 시민은 얼마나 투표에 참여할까?

 

이번 교육감 선거에 자신의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이는, '선거일 기준 만 19세 이상'인 서울시민이다.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학생들에겐 투표권이 없다. 이번 선거가 어른들만의 잔치로 그치지 않을지 걱정됐다. 그리고 문득 소연이(가명)가 생각났다.

 

1급 장애를 지니고 있는 소연이는 기초생활수급 가정의 자녀이고, 나는 소연이의 수학공부를 도와주는 자원봉사 대학생이다. 우리의 인연은 지난해 9월 강남보건소 수서분소에서 올린 가정방문 학습봉사자 모집 게시물에서 시작됐다.

 

우리가 원하는 교육감의 모습은?

 

소연이는 현재 중학교 2학년으로 서울 수서동 한 임대아파트에 산다. 소연이가 사는 강남구 수서·일원 일대에는 현재 1만 2000여 가구의 임대아파트가 있다. 이는 서울 강서구와 노원구에 이어 서울 시내 25개 구 중 세 번째로 많은 수치다.

 

수서 2지구 국민임대주택은 서울시교육청에서 공정택 교육감 명의의 보낸 공문 한 통으로 인해 유명해졌다. 지난 5월 서울시교육청은 '강남구 수서2지구 임대주택 단지 건립사업을 재고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서울시에 보냈다. "강남구 수서동 지역은 소형아파트와 임대주택이 밀집돼 있어 기초생활수급 학생이 29%에 달하고 있으며 추가적 국민임대주택 단지가 조성될 경우 교육환경이 열악해질 것이 우려된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렇다면 소연이는 어떤 교육감을 바랄까? 지난 27일 소연이의 양해를 구해 우리는 수업을  조금 일찍 마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수서 임대아파트 주민, 장애인, 그리고 여중생'인 소연이의 시선으로 우리의 교육현실을 들여다보고 우리가 뽑아야 할 교육감의 모습을 그려봤다.

 

다음은 소연이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 너 인터뷰 시작한다고 하니까 좀 긴장하는 것 같은데?

"아니에요. 이 정도로 떨지 않아요. 거침없이 물어보세요.(웃음)"

 

- 혹시 서울시교육감이 '수서 임대주택 단지 건립사업을 재고해달라'라고 공문보냈던 사건 알고 있어?

"잘 모르겠어요. 제가 뉴스를 안 봐서. 그게 무슨 뜻이에요?"

 

- 지난 5월에 있었던 일인데, 서울시교육청에서 교육감 명의로 서울시에 '수서에 임대아파트 짓지 말라'고 공문을 보냈어. 저소득층이 많아져서 교육환경이 나빠진다고.

"그 교육감 진짜 나쁘다. 가난하다고 공부 못한다고 편견 갖고 아파트 짓는 것까지 반대하고, 그건 진짜 아닌 것 같은데."

 

- 친구들이 이 사건을 접하면 뭐라고 이야기할까?

"되게 자존심 상하고, 이해 안 되고, 그럴 것 같아요. 임대 아파트 살고 가난하다는 게 죄는 아니잖아요. 솔직히 우리 학업 수준이 좀 낮기는 한데, 애들 진짜 노력 많이 하고 있어요. 가난하다고 교육 포기하면 어떻게 되겠어요. 그럴수록 더 도와줘야지."

 

- 너희끼리도 임대주택 사는 친구들이 학업수준이 낮다고 생각해?

"저희 스스로 그렇게 생각한다기 보다는, 교장 선생님이나 다른 선생님들이 그렇게 얘기를 많이 해요. 우리 학교 공부 못 한다고. 전에 학력평가 성적 발표됐을 때도 우리 학교가 강남에서 꼴등이었다고 계속 압박 주고. 잘하려고 해도 이런 얘기들 때문에 자신감이 없어져요."

 

"선생님들도 성적 낮은 반은 포기해 버려요"

 

- 학력평가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구나.

"어차피 1년에 네 번이나 시험 보면서 왜 또 보는지 모르겠어요. 정말 부담 많이 돼요. 학력평가 점수 나오면 학생들 무시하는 데 쓰이기만 하고. 학생들 수준 파악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 그래? 수준별 반편성하는 건 요즘 어때?

"효과가 있는 것 같긴 해요. 그래도 전 싫어요. 수준 낮은 반에 있는 애들은 자존심 정말 상하잖아요. 공부 못 하는 애들만 모아놓으면 더 안 하게 되고. 다같이 키워줘야 맞는 거 잖아요. 근데 선생님들도 성적 낮은 반은 포기해버려요. 다른 애들은 처음에 반발하다가 이제는 수그러들었어요."

 

- 0교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

"우리 학교도 0교시는 아니고 아침 자습이라고 비슷한 걸 예전에 했었는데, 솔직히 애들이 집중 안해요. 잠도 덜 깬 상태고. 아침시간은 애들끼리 모여서 어제 있었던 일 이야기하고 놀기도 하고 그런 시간이어야 해요. 공부하느라 인간적인 건 점점 부족해지잖아요."

 

- 방과 후 학교는 잘 이뤄지고 있니?

"몇 점 미만인 친구들은 꼭 해야되고 나머지는 자율로 하는데요, 나름대로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좋던데."

 

- 30일 교육감 되는 사람이 이런 걸 다 알고 있어야 할 텐데 말이야.

"이번 교육감은 공부만 잘 하라고 하기보다 자기가 잘 하는 것 잘 살려줄 수 있는 정책을 폈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무조건 공부잖아요. 공부 잘 해야 좋은 대학 가고, 돈 많이 벌고. 지금 사람들 인식이 다 돈뿐인 것 같아요. 가난한 사람도 공부 못 한다고 누르지 말고 잘 할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장애학생 위해 엘리베이터 꼭 필요해요!"

 

 

- 우리가 자꾸 의견 전달을 해야겠지. 장애인 교육정책에 대한 것도 좀 건의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저는 그런 거 어려워서 잘 모르는데…. 그냥 제가 어떻게 느꼈는지만 이야기해 볼게요."

 

- 넌 장애인들을 위한 학교가 아니라 소위 '일반인 학교'에 다니잖아. 학교 다니면서 어떤 게 불편했어?

"계단이 제일 불편해요. 휠체어를 통째로 들어야 하니까. 지금은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진짜 좋아요. 그래도 이동할 때는 누군가 옆에서 밀어줘야 해요. 제가 팔힘이 없으니까. 친구들이랑 보조선생님이 도와주세요."

 

- 학교에서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는 게 참 중요한 것 같아.

"그게 진짜 중요해요. 엘리베이터 없는 학교가 얼마나 많은데요. 이런 얘기도 교육감 아저씨가 꼭 들어야 함!"

 

- 학교 오고 갈 때는 어떻게 해?

"학교 갈 때는 엄마가 데려다주고, 올 때는 자원봉사 아줌마가 밀어주고(어머니가 옆에서 말씀하시길, 소연이는 1급 장애인이라 서울시에서 50시간 인력이 배정된단다). 지난해에 보조선생님이 밀어주시다 놓쳐서 계단에서 구른 적 있거든요. 그래서 휠체어 탈 때 계속 긴장해야 돼요."

 

- 다른 불편한 점은?

"제가 혼자 화장실을 못 가니까 엄마 없는 오전에는 화장실 안 가려고 일부러 아침을 안 먹어요.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가는 건 좀 그래요. 그래서 화장실 때문에 그냥 굶어요."

 

- 네가 아침 안 먹는 게 그런 이유인 줄은 몰랐어.

"불편한 점은 더 있어요. 친구 사귀는 것도 힘들어요. 다른 애들은 체육하다가 친해질 수도 있고 점심 때 돌아다니면서 친해질 수도 있잖아요. 근데 저는 앉아만 있으니까 애들하고 친해지기가 쉽지 않아요. 또 체육시간에 저는 교실에만 있으니까 혼자있기도 심심하고…."

 

"아픈 애들만 모여 있는 것도 차별이라고 생각해요"

 

- 체육시간에 많이 곤란했구나.

"그리고요, 이건 뭔가 제도로 바뀌어야 하는 건데. 체육 점수 주는 것 좀 정책으로 바꿨으면 좋겠어요. 저는 항상 평균 이하로 점수를 주시거든요. 시험을 보기 싫어서 안 보는 것도 아닌데 체육점수가 너무 낮아서 항상 전체 점수가 깎여요."

 

- 불편한 점들이 많은 데도 엄마가 소연이를 일부러 아픈 친구가 없는 학교에 다니게 한 이유는 뭘까?"

"나중에 커서는 아픈 애들이랑만 같이 살아갈 수 없잖아요. 어차피 지금 다니는 학교처럼 아픈 사람이랑 안 아픈 사람 다 섞여서 살아야 할 텐데. 지금이야 나뉘어 있는 게 편하지만, 저는 아픈 애들만 모여 있는 게 차별 같기도 하고 싫어요. 좀 불편하더라도 일반 학교 다니고 싶어요."

 

- 안 아픈 친구랑 아픈 친구가 잘 어울릴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겠다.

"아이들의 인식을 변화하는 게 관건인 것 같아요. 일단 그게 이뤄져야 해요."

 

소연이와 한참 수다를 떨다 보니 돌아갈 시간이 다 됐다. 소연이가 바라보는 만큼 이 교육현장을 품을 수 있고 통찰력 있게 정책을 이끄는 사람이 교육감이 되어야 할 텐데 말이다. 당장 이 어린 친구의 다음 학기가 어떻게 될지 이번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달려있다.

덧붙이는 글 | 박유미 기자는 8기 <오마이뉴스> 인턴기자입니다


태그:#수서, #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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