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는 올 한 해 동안 연중기획으로 '쓰레기와 에너지'를 다룹니다. 지난 5월 '친환경 결혼'을 주제로 쓰레기 문제를 다뤘고 6월~8월엔 '쓰레기 이동을 막아라'란 주제를 통해 쓰레기 감량과 재활용 없이는 결국 쓰레기 절대치가 변함 없다는 점을 확인할 계획입니다. 이번엔 선진국 전자쓰레기가 중국으로 수출되는 문제를 짚어봅니다. [편집자말]
중국 산둥성은 세계 쓰레기의 집합장으로 불린다. 그린피스와 바젤행동네트워크는 미국, 일본, EU, 한국이 중국에 전자쓰레기를 보낸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전자쓰레기 집합장으로 불리는 구이위진.
 중국 산둥성은 세계 쓰레기의 집합장으로 불린다. 그린피스와 바젤행동네트워크는 미국, 일본, EU, 한국이 중국에 전자쓰레기를 보낸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전자쓰레기 집합장으로 불리는 구이위진.
ⓒ 김대홍

관련사진보기


한국전자산업환경협회가 추정한 2005년 폐가전제품 배출량은 휴대폰이 520만여대, 냉장고 140만여대, 세탁기 110만여대, TV 80만여대다. 컴퓨터 본체와 모니터도 각각 84만여대, 82만여대가 나왔다. 그 중 상당수가 해외에 수출됐을 것이라고 업계 쪽에서는 보고 있다.

우리나라 쓰레기가 수출됐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곳은 중국 광둥성 구이위진 일대다. 구이위진은 미국과 일본, EU 등 세계 주요 전자제품 소비국 쓰레기가 모이는 곳이다.

우리나라는 1994년 바젤협약(1983년 유해폐기물의 국가간 이동 및 처리을 위해 만든 국제협약)에 가입한 뒤, 2003년 대한민국 냉장고·세탁기·TV·에어컨·컴퓨터에 대해 생산자 책임재활용(EPR)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EPR 제도는 생산자가 제품이나 포장재 쓰레기에 대해 수거 및 재활용 의무를 지는 제도다.

유럽연합은 2005년부터 전자폐기물의 처리와 재활용에 책임을 지도록 한 전기ㆍ전자 장비 폐기물 처리지침(WEEE : Waste Electrical and Electronic Equipment)을 실시하고 있고, 이듬해엔 전자제품에 납, 수은 등 6개 유해물질 사용 금지하는 특정유해물질사용금지지침(RoHS)을 도입했다. 중국도 2007년도 RoHS를 실시하면서 국제 흐름에 호응했다.

그러나 전자쓰레기 문제를 집중 조명하고 있는 바젤행동네트워크와 그린피스는 여전히 선진국들이 중국에 전자쓰레기를 보내고 있다고 의심한다. 그린피스 중국 광저우지부장 라이윈은 지난해 한국에서 열린 국제포럼에서 "미국, 일본, EU, 한국이 중국에 전자쓰레기를 수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미국은 바젤협약에 서명조차 하지 않고 있다.

중국 광둥성 구이위 마을은 아직도 쓰레기 처리가 주 생계수단이다. 현지인들에 따르면 쓰레기 처리 마을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었다. 지난 5월 푸팅시 치린촌에 이어 구이위진 롱먼 마을을 찾아갔다. 롱먼 마을은 쓰레기를 다루는 구이위진 10여개 마을 중 하나다.

[선별장·소각장] 구이위진 롱먼, 탄광촌처럼 검은 물이 흘러

롱먼 마을 입구.
 롱먼 마을 입구.
ⓒ 김대홍

관련사진보기


"구이위진 내 쓰레기 마을 중에서도 롱먼은 특히 심각한 곳이에요. 작업장 옆에선 그냥 소각을 하는데, 아무런 안전장비가 없어요."

중국 내 전자쓰레기 전문가 중 한 명인 산터우 의과대학 훠샤 교수로부터 들은 말이다. 듣던 대로 롱먼은 푸팅(普亭)시 치린촌보다 상태가 훨씬 나쁘다.

길은 온통 까맣다. 가보진 않았지만 탄광촌이 아마 이럴 것 같다. 길 곳곳에 전자쓰레기 더미가 쌓여 있고, 그 사이사이 집이 있다. 집 사이에 쓰레기더미를 쌓은 것인지, 쓰레기더미 사이에 집을 지은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길은 좁고, 집은 모두 임시가옥 모양이다. 치린촌에선 적어도 반은 번듯한 집이었고, 길은 트럭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넓었다. 롱먼 마을 한쪽엔 쓸 만한 것을 뽑아내고 더 이상 뽑아낼 것이 없는 전자부품들이 잔뜩 쌓여있다. 길을 따라 들어가자니 연기가 피어오르고 냄새가 독하다. 염산 같다.

롱먼 마을 쓰레기. 연탄과 함께 태우고 있었다.
 롱먼 마을 쓰레기. 연탄과 함께 태우고 있었다.
ⓒ 김대홍

관련사진보기


한쪽에선 연탄과 섞어서 쓰레기를 태운다. 흘러나온 물이 까만색이다. 치린촌에서 본 강물은 이 곳에 비하면 훨씬 나은 편이다. 이 상태인데도 마스크를 쓴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장갑도 없고 장화도 없다. 윗도리를 벗은 노동자도 있다.

여기선 쓸 만한 부품 수거와 소각이 한 동네서 한꺼번에 이뤄진다. 롱먼시는 산터우 의과대학 교수들이 무료 검진을 나오는 곳이다.

가족이 전자쓰레기 처리작업을 하고 있는 가운데, 아이가 두려운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다.
 가족이 전자쓰레기 처리작업을 하고 있는 가운데, 아이가 두려운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다.
ⓒ 김대홍

관련사진보기


쓰레기 더미에서 일을 하고 있는 가족이 있었다. 부부가 일을 하고 있고, 옆에서 아이가 놀고 있다. 지난해 롱먼에 온 이들은 처음엔 일꾼으로 왔다. 지금은 독립했다. 작업하기 힘들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괜찮다"며 웃는다.

주변 환경이 나쁜데도, 아이들은 천진하기만 하다.
 주변 환경이 나쁜데도, 아이들은 천진하기만 하다.
ⓒ 김대홍

관련사진보기

부부는 허난(河南)성에서 왔다. 허난성은 중국에서 가장 못사는 성 가운데 하나다. 허난성에서 온 사람들이 이 동네엔 많다.

이 동네 주민들은 모두 물을 사서 마신다. 지하수는 이미 쓰레기에 오염돼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하는 도중 고양이가 방금 잡은 듯한 쥐를 입에 물고 간다.

바로 옆에서 일하던 아주머니에게 말을 붙였더니 역시 지난해 왔다고 한다.

염산냄새가 진동하는 곳에 갔다. 여러 명 일꾼이 마스크도 쓰지 않고 일을 한다. 한 일꾼에게 말을 건넸다. 평소 안 쓴단다. 냄새가 코를 찌르는데도 일꾼은 환하게 웃으며 "괜찮다"고 말한다. 주위엔 연기가 자욱하다.

마을 입구에선 부자로 보이는 가족이 처마 밑에 앉아 있다. 아버지라고 생각했던 이는 이웃집 아저씨였다. 그는 안후이성(安徽省)에서 왔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안후이성 또한 중국에서 못 사는 농촌 지역이다. 동네 주민 여럿이 함께 왔다. 롱먼에 온 지는 오래 됐다고.

몸 상태를 물었다. 머리도 전혀 아프지 않고, 몸도 괜찮단다. 산터우대학에서 진료를 나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진료를 받은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골목 안쪽에선 젊은 부부가 부지런히 손을 놀리며 일하는 중이다. 이들 부부는 허난성에서 왔다. 일거리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왔단다. 돈벌이가 특별히 더 좋은 것은 아니지만, 공장에서 일하는 것보다 마음이 편해서 좋다고. 지금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단다.

일이 위험하지 않고, 몸도 나쁜 곳이 없다며 환하게 웃는다. 작업 환경이 약간 열악한 편이지만 견딜 만하다고 덧붙인다.

이들 부부는 다른 지역에서 왔다. 이 곳에 일거리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왔단다.
 이들 부부는 다른 지역에서 왔다. 이 곳에 일거리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왔단다.
ⓒ 김대홍

관련사진보기


안후이성과 허남성은 에이즈 문제가 심각한 지역이다. 워낙 가난해 피를 팔아서 식량을 구하는 일이 빈번하다. 비위생적으로 피를 뽑거나, 에이즈에 걸린 피를 수혈하면서 에이즈가 급증하고 있다.

이 곳에서 일하는 이들 중 몸 상태가 나쁘거나 이상하다고 말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코를 찌르는 역한 냄새와 매캐한 연기가 가득한데도 말이다. 무척 못 살던 구이위진은 전자쓰레기를 취급하면서 소득이 어느 정도 높아졌다.

[생활쓰레기] 플라스틱 쓰레기 처리하는 포산, 외국산 쓰레기에 대해선 입 다물어

플라스틱 쓰레기를 주로 처리하는 포산 마을.
 플라스틱 쓰레기를 주로 처리하는 포산 마을.
ⓒ 김대홍

관련사진보기


광둥성 포산(佛山)시는 9억5000만 달러에 이르는 영국 쓰레기가 적발돼 눈길을 끈 곳이다. 중국 관영 중앙TV(CCTV)는 지난해 포산시의 영국쓰레기 실태를 방영해 중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낸 바 있다.

포산은 구이위와 달리 생활쓰레기, 플라스틱쓰레기 등을 처리하는 곳이다. 구이위를 취재한 뒤, 포산으로 갔다. 산터우 시내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40분 가량 달리자 포산에 도착했다.

포산엔 각종 플라스틱, 전자쓰레기를 매입한다는 안내판이 많다.
 포산엔 각종 플라스틱, 전자쓰레기를 매입한다는 안내판이 많다.
ⓒ 김대홍

관련사진보기


포산은 구이위에 비하면 깨끗한 편이었다. 길은 모두 포장된 상태였고, 임시가옥은 보이질 않았다. 그러나 여전히 쓰레기가 주요 산업이라는 것은 거리 곳곳에 붙은 안내판을 통해 알 수 있었다.

'ABS(특수 플라스틱), 전화기, IC판 고가 매입', '금은회수'와 같은 안내판이 건물 곳곳에 붙어 있다. 자전거와 오토바이는 전자쓰레기를 부지런히 이곳저곳으로 실어 나르고 있었다.

집 옆 빈터가 있는 곳엔 대부분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 주종은 플라스틱이었다. 사람들은 부지런히 손을 놀리며 물건을 나누고 묶었다.

어느 작업 장면을 찍던 도중 한 여성과 눈이 마주쳤다. 여성이 불평하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통역을 맡은 모종혁씨가 "기자들 또 사진 찍으러 왔다. 짜증난다"는 뜻으로 말했다고 설명했다.

마을 한 곳에 들어가 마침 집에 온 듯한 주민에게 말을 붙였다. 쓰레기 처리에 대해서 물었더니, 주민은 "나는 농사짓는 사람이다. 그런 것에 대해선 모른다"며 웃었다. 근처 공장 직원에게 물었더니, "대도시에서 온 것은 맞지만 정확히 어디서 오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주민에게 말을 붙였을 때 반응은 "모른다"며 웃거나, 노려보는 눈빛을 보내거나 둘 중 하나였다. 노려보는 눈빛은 정말 부담스러웠다.

트럭운전사에게 말을 붙이고자 했지만, 멈춰 선 트럭들이 없다. 겨우 한 트럭을 찾아 말을 붙였지만, 광둥성 내 대도시에서 온다고만 말할 뿐 그 이상은 모른다고 설명했다.

트럭들은 광둥성 대도시에서 나온 쓰레기를 싣고 이 곳에 온다. 선진국 쓰레기가 이 곳에 많이 불법 수출되고 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중국 관영 중앙TV는 지난해 포산시의 영국쓰레기 실태를 방영한 바 있다.
 트럭들은 광둥성 대도시에서 나온 쓰레기를 싣고 이 곳에 온다. 선진국 쓰레기가 이 곳에 많이 불법 수출되고 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중국 관영 중앙TV는 지난해 포산시의 영국쓰레기 실태를 방영한 바 있다.
ⓒ 김대홍

관련사진보기


가게에 들어가 마실 것을 하나 산 뒤, 주인에게 말을 붙였다. 주인의 반응이 영 썰렁하다. 묻는 말에 말을 하는 둥 마는 둥이다. 귀찮다는 표정이다. 외부 쓰레기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며 입을 다물었다.

마을쓰레기에 대해서 겨우 이야기를 들은 것은 근처 논에서 무언가를 잡던 여성에게서였다. 여성은 "시내 일대에서 주로 쓰레기를 처리하며, 느는지 주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이 마을 주민들은 쓰레기에 대해 묻는 것을 무척 싫어한다"며 그런 것 묻지 말라고 당부했다.

여성의 당부는 고마웠지만, 계속 마을을 돌며 사진을 찍었다. 누군가 신고한 것일까. 잠시 뒤 공안(公安, 경찰)이 다가와 "왜 왔냐? 무엇을 찍고 있는 것이냐?"고 물은 뒤 사라졌다. 공안은 우리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지켜봤다.

광둥성 인구는 약 8천만명. 성 내 대도시에서 나온 각종 쓰레기가 이 곳으로 온다는 것은 여러 사람들이 인정했다. 하지만 외국쓰레기 부분에 대해선 모두들 "모른다"고 하거나 입을 다물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언론재단 기획취재 지원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뤄졌습니다.



태그:#광둥성, #롱먼, #포산, #전자쓰레기, #플라스틱쓰레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