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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평등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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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경 기자] ‘우먼 파워’를 넘어 ‘알파걸’까지 여성 키워드가 진화하고 있는 대한민국. 그 속에 사는 여성들은 과연 이를 실감하고 있을까. 아니, 단어가 발휘하고 있는 위력에 상응하는 정당한 지위를 획득했을까.

활발한 여성 정치 진출과 고소득 전문직 증가 등 고무적인 현상 이면엔 이들 여성이 극히 일부 소수 여성으로서 여성 발전을 상징하는 하나의 ‘토큰’(token)일 뿐 대다수 일반 여성들은 피라미드 사회 구조의 맨 밑바닥에서 헤매고 있다는 열패감이 있다.

통계청 e-나라지표가 제공하고 있는 대한민국 여성들의 국제·경제·인권 분야에서의 대표지표 9개는 지금 우리 여성들의 초상화가 어떻게 그려지고 있는지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우선, 유엔개발계획(UNDP)의 ‘인간개발보고서’는 나라별 성평등 관련 지수로 남녀평등지수(Gender-related development index, GDI)와 여성권한척도(Gender Empowerment Measure, GEM)를 매년 발표한다. 한국의 경우 이들 지수는 정체 혹은 하락 추세다.

2007년 현재 교육수준, 국민소득, 평균수명 등에서 남녀평등 정도를 측정하고 있는 GDI의 경우, 157개국 중 26위를 기록, 전년도 136개국 중 25위에 비하면 전체적으론 지속적으로 소폭 상승 중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속을 좀 더 들여다보면 US달러로 환산되는 추정 소득에 있어 여성은 1만2531달러, 남성은 3만1476달러로 남녀 간 소득이 2배 이상 차이를 보이는 심각한 상황이고, 이것이 바로 GDI가 여간해서 상승하지 못하는 주요 원인인 것을 알 수 있다.

GEM은 93개국 중 64위로 전년 53위에 비해 11계단 하락했다.

특히 대상국가 평균수치가 여성 행정관리직 28.95%, 여성 전문기술직 47.92%, 남녀소득비 0.53인 데 비해 한국은 각각 8%, 39%, 0.40 수준에 머물러 있다.

여성국회의원의 경우, 평균 18.47%에서 한참 못 미친 13.4%를 기록했다. 세계 189개국 중 81위로, 세계 평균은 17.2%다. 반면 국제의원연맹(IPU)은 16대 5.9%에서 17대 들어 10% 가까이 여성국회의원이 증가한 주요 원인으로 비례대표 후보 50% 여성할당제, 여성추천보조금의 차등지급 등 제도개선 노력으로 꼽고 있다. 이와 함께 실질적으로 지역구 30% 여성할당을 제도화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지적된다.

만15세 이상 여성경제활동인구 및 참가율은 2008만6000명 중 1009만2000명으로 50.2%. 그러나 2006년 1000만 명을 돌파한 여성경제활동인구 수치는 취업자와 실업자 수를 모두 합친 것이라 경제활동인구의 증가가 곧 여성취업자의 증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여성경제활동인구 증가분 중 상당수가 중·장년층 여성들의 노동시장 재진입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비정규직 저임금 등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특히 한국의 여성경제활동참가율은 200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60.8%에 비해 54.8%로, 30개국 중 하위권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 가지 반가운 것은 여성 전문·관리직 종사자 구성비가 1996년 102만 명으로 여성 취업자의 12.0%를 차지한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라는 점이다. 2007년 현재 여성취업자 982만6000명 중 190만 명으로 19.3%를 점하고 있다.

인권 분야의 경우, 법과 제도의 개선으로 여성폭력에 대한 대처가 점진적으로 나아지고 있으나, 외국인 이주여성, 장애여성, 아동에 대한 폭력이 새롭게 부상하면서 이에 대한 대처가 시급하다. 전반적인 여성폭력 피해자를 위해 24시간 운영되는 여성긴급전화 1366의 2006년 운영실적에 따르면, ‘상담·위로·정보제공 조치’가 2000년 43.6%에서 2006년 40.1%로 감소하고, 대신 ‘복지시설 입소 안내’가 2000년 3670건에서 2006년 9895건으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지역별 협의체가 활성화돼 상담소, 시설, 병원, 경찰 등 관계기관의 통합서비스 지원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가정폭력의 경우, 2006년 가정폭력상담소의 상담결과에 따르면, ‘법적지원 법률상담’과 ‘시설입소’가 각각 34.6%, 2.8%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성폭력의 경우, 2006년 관련 상담소의 상담결과, 강간·성추행 등 신체접촉에 의한 전형적인 성폭력 피해 상담이 2만2302명(81.8%)으로 대다수다. 그러나 아동성폭력 사건의 경우 13세 미만 아동 피해자가 2004년 이후 15~16%를 왔다갔다하는 등 점차 증가 추세다.

2004년 성매매방지법이 시행된 이후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성매매 피해 상담소의 급증과 상담 건수의 지속적인 증가다. 상담소는 2004년 상반기 9곳에서 2007년 하반기 29곳으로 3배 이상 증가했으며, 상담 건수도 같은 기간 1만2265건에서 1만7628건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성매매 피해자의 자격증 취득도 늘어나는 추세로, 직업교육을 통해 성매매 피해자의 자립을 꾀하는 것은 향후 관련 대책 중 핵심 대책이다.

대리급 이상 여성 43.1% “승진차별 경험”

정규직 여성 10명 중 9명은 사원급과 대리급인 것으로 조사됐다. 임원급은 1000명 중 4명에 불과했다. 여성부(장관 변도윤)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의뢰해 지난해 상시 종업원 100인 이상 341개 기업체에 근무하는 정규직 여성인력을 조사한 결과 대다수가 대리급 이하 직급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급별로 살펴보면 사원급이 72.8%로 절대다수를 차지했고, 대리급 16.6%, 과장급 7%, 차장급 2.2%, 부장급 1%, 임원급 0.4%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남성의 경우 사원급 47.6%, 대리급 17.2%, 과장급 15.9%, 차장급 9.2%, 부장급 6.9%, 임원급 3.2% 등 고른 분포를 보였다.

특히 승진 비율을 분석한 결과 여성 10명 중 1명(10.6%)이 차장으로 승진할 때 남성은 10명 중 2명(18.8%)이 차장급으로 승진했다. 직급이 높아질수록 남녀 간 간극은 더 크게 벌어졌다. 조사기업의 절반이 부장급 이상 여성관리자를 두지 않고 있었으며, 4개 기업 중 3개 기업에는 이사급 이상 여성임원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여전히 여성이 관리직으로 진출할 때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Glass Ceiling)이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실제로 기업의 인사담당자에게 여성 관리자의 업무능력을 묻자 5점 만점에 3.7점을 줬으나, 여성관리자의 업무몰입 정도와 충성도, 조직 내 친화력에 대해서는 3.4점으로 조금 낮게 평가했다.

여성관리자들은 업무수행을 위해 가장 필요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리더십 훈련(39%) ▲인간관계 및 의사소통 기술(21.2%) ▲전략개발 교육(14.5%) ▲국제화 능력 교육(11%) 순으로 꼽았다.

직장내 여성차별도 여전했다. 대리급 이상 여성 2361명을 대상으로 면접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3.1%가 “승진이나 승급에서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임금차별도 40.7%에 달했고, 부서나 업무배치에서 차별을 느낀 경우는 27.4%였다.

출산을 경험한 여성 관리자 가운데 육아휴직을 사용한 경우는 27%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신청하는 사람이 많지 않고(26.9%), 업무상 공백을 갖기 어려워서(8.5%) 신청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조사대상 여성 관리자의 54.3%가 기혼자였고, 현재 근무하는 직장에서 임신 경험이 있는 사람은 34.4%였다.

여성부는 이번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채용과 승진, 부서배치 등에서 양성평등한 인사관리가 되도록 여성친화적 기업문화 조성에 역점을 두기로 했다. 이를 위해 조만간 남녀가 일하기 좋은 기업모델과 여성친화지표를 기업 규모별로 개발해 올해 중에 기업의 여성친화 정도를 진단하기 위한 시범운영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정심 여성부 인력개발기획과장은 “여성 관리자의 81.2%가 직장생활이 삶의 보람과 활력을 준다고 답했지만, 여전히 절반은 장시간 근무와 자녀양육에 대한 부담으로 일을 병행하는 것이 힘들다고 토로했다”며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등 일과 가정의 양립에 대한 지원을 활성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여성부는 이번 조사대상자를 매년 추적 조사해 여성 관리자의 경력형성 과정 등 여성인력 활용 전반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하는 한편, 올해 조사에서는 남성관리자를 포함시켜 여성과 비교 분석을 실시할 계획이다.

‘성별 양극화’ 해결해야 GDP 2만불 시대 된다
여성권한척도 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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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를 좀먹어가는 양극화 현상. 여성도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신자유주의와 한국 사회 특유의 유교적 문화 풍토에 성차별이 맞물려 ‘성별 양극화’가 나날이 심각해지는 추세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성별 양극화 현상을 대표적으로 나타내는 지표가 바로 여성권한척도(GEM)의 주요 구성요소인 ‘남녀소득비’. 남녀소득비란 남성소득 기준 1에 대한 여성소득의 비로, 2001년 0.45, 2007년 0.40을 기록하고 있어 상황이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음을 드러낸다. 특히 남녀소득비가 단순히 성별 임금뿐만 아니라 성별 국내총생산(GDP), 경제활동참가 성비까지 포괄해 산정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성별 양극화는 하나의 ‘위기’다.

이미 세계경제포럼(WEF)은 2007년 성별격차보고서에서 한국은 97위 수준이라며 수명과 교육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성별격차는 세계적으로 하위권임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같은 해 유엔개발계획(UNDP) 인간개발보고서도 성별 소득비 지표가 2005년부터 지속 하락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같은 해 국내 30대 기업의 사업보고서를 봐도 5년 전에 비해 성별 임금 격차가 35%가량 더 벌어졌다. 고소득 전문직 여성 취업의 소수 증가와 대비해 비정규직과 임신과 출산 후 하향 취업 현상도 두드러져 여성 일자리 양극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빈곤의 여성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여성 전체의 경제적 지위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남성에 비해 낮아지고 있다.

최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발간한 ‘18대 국회 성평등 관련 현안과 입법과제’에선 기간제보호법에서 비정규직 차별 규제의 실효성을 높이고, 남녀고용평등법 상의 적극적 고용개선조치의 실효성을 제고, 확대하는 조치 등을 입법 과정을 통해 체계적으로 마련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주요 국가의 1인당 GDP 2만 달러 도달 시기를 살펴보면 대체적으로 여성경제활동참가율이 평균 57.4%일 때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전망한 경제성장률을 기초해 노동수요를 전망하면 2010년 한국의 여성경제활동참가율은 52.2%에 불과하다. 따라서 2010년 여성경제활동참가율을 최소한 55%까지 달성할 수 있는 강력한 종합대책 마련이 급선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사진으로 보는 MB정부 출범 이후…

10년 만의 정권교체 속에 경제부흥의 기대를 안고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여성들에게 희망과 좌절이란 복잡다단한 감정을 안겨줬다. MB는 당선 직후부터 실용주의 노선을 표방하며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론화했지만 여성 원로들까지 발벗고 나선 여성가족부 존치운동에 밀려 ‘여성부’로 여성정책 총괄 전담 부서를 축소해 명목만은 살려두었다. 반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사상 처음으로 ‘여성’ 위원장을 임명하고, 조각 명단에 여성 각료 3명을 포함시켰다. 그러나 여성각료 3명 모두 부동산 투기 의혹, 논문 표절 의혹 등 여론의 매서운 질타 속에 결국 낙마했다.

4·9총선은 역대 최다로 41명의 여성 당선자를 탄생시켰고, 공천 갈등 속에 ‘친박연대’란 기발한 당명을 탄생시킨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막강한 정치 파워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줬다. 5, 6월을 뒤흔든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문은 10대부터 70대까지 전 연령층과 계층의 여성들을 ‘촛불시위’로 결집시키며 생활정치운동의 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MB정부 출범 후 대한민국 여성들의 숨가쁜 행보를 사진으로 일별한다.

기대 모은 MB 실용정부의 출범 이명박 대통령이 2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광장에서 열린 제17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부인 김윤옥 여사와 함께 손을 들어 군중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기대 모은 MB 실용정부의 출범 이명박 대통령이 2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광장에서 열린 제17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부인 김윤옥 여사와 함께 손을 들어 군중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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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인수위 최초 여성 인수위원장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꾸려지면서 여성 최초로 인수위원장이 돼 관심을 모은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
 대통령직인수위 최초 여성 인수위원장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꾸려지면서 여성 최초로 인수위원장이 돼 관심을 모은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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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각료들의 아쉬운 낙마 박은경, 이춘호, 박미석 국무위원 내정자들과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아침 산책을 하고 있다.
 여성 각료들의 아쉬운 낙마 박은경, 이춘호, 박미석 국무위원 내정자들과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아침 산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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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총선에서 발휘된 박근혜의 힘 4·9총선 과정 중 당과 공천갈등을 빚은 박근혜 의원. 이번 총선에서 박 의원의 행보는 한나라당의 표심을 좌우할 정도로 막강했다.
 4·9총선에서 발휘된 박근혜의 힘 4·9총선 과정 중 당과 공천갈등을 빚은 박근혜 의원. 이번 총선에서 박 의원의 행보는 한나라당의 표심을 좌우할 정도로 막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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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다 여성 국회의원 배출 5월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21세기여성포럼, 여성신문이 연대해 마련한 18대 총선 여성 당선자 축하 및 의정활동 방향모색 간담회.
 역대 최다 여성 국회의원 배출 5월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21세기여성포럼, 여성신문이 연대해 마련한 18대 총선 여성 당선자 축하 및 의정활동 방향모색 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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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이 지켜낸 ‘여성부’ 1월 22일 여성가족부 존치와 성평등 사회 실현을 촉구하는 범시민 서명운동 선포 기자회견이 열린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여성들이 지켜낸 ‘여성부’ 1월 22일 여성가족부 존치와 성평등 사회 실현을 촉구하는 범시민 서명운동 선포 기자회견이 열린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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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계, 변도윤 여성부 장관 취임 축하 4월 16일 서울YWCA에서 열린 변도윤 여성부장관(왼쪽에서 다섯째) 취임 축하모임에서 김화중 여성단체협의회 회장(장관 오른쪽), 김형 서울YWCA 회장(장관 오른쪽 둘째)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건배를 하고 있다.
 여성계, 변도윤 여성부 장관 취임 축하 4월 16일 서울YWCA에서 열린 변도윤 여성부장관(왼쪽에서 다섯째) 취임 축하모임에서 김화중 여성단체협의회 회장(장관 오른쪽), 김형 서울YWCA 회장(장관 오른쪽 둘째)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건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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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문에 여고생부터 할머니까지 생활정치운동 전개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미국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여학생들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외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문에 여고생부터 할머니까지 생활정치운동 전개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미국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여학생들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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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알파걸, #우먼 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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