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는 올 한 해 동안 연중기획으로 '쓰레기와 에너지'를 다룹니다. 지난 5월에 '친환경 결혼'을 주제로 쓰레기 문제를 다뤘고, 6-8월은 '쓰레기 이동을 막아라'는 주제를 통해 쓰레기 감량과 재활용 없이는 결국 쓰레기 절대치가 변함이 없다는 점을 확인할 계획입니다. 이번엔 TV 속에 등장하는 1회용품을 살펴보면서 반환경습관을 살펴봅니다. [편집자말]
일회용품 사용이 여러 측면에서 나쁘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물론 어쩔 수 없이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 일회용품을 사용할 때는 귀차니즘이 발동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나 또한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물을 마시는 경우가 많은데, 그 때 컵을 씻기 싫어서 그냥 종이컵에 먹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러냐고 누군가 물으면 답은 간단하다. 귀찮기도 하고 편하기도 하니깐.

이번에 드라마나 쇼 프로그램를 보면서 일회용품 모니터 활동을 하게 되었다. 요즘 워낙 미디어의 작은 소품까지도 인터넷을 통해 수익과 연결되기 때문에 일회용품 사용이 무척 줄어들어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전히 텔레비전 프로그램들 속에는 일회용품이 사용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사용은 우리의 문화와 생활에 밀접하게 연관이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텔레비전 속 일회용품 사용 찾아봤더니

드라마 <온에어> 가운데 한 장면. 일회용품들이 어지럽게 널려있다.
 드라마 <온에어> 가운데 한 장면. 일회용품들이 어지럽게 널려있다.
ⓒ SBS

관련사진보기



어느 프로그램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하고 있나 눈을 부릅뜨고 찾아 봤더니 6월 7일에 방영된 <MBC 명랑 히어로>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패널들이 1회용 생수병을 손에 든 채 마시는 장면이 나온 것이다. 그것도 눈에 띄는 갈색의 음료수를 말이다.

예전에는 스타들이 방송 중간에 물을 마시는 장면은 생략되곤 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생수가 플라스틱병에 팔리기 시작하면서 예능 프로그램, 특히 MBC <황금어장 무릎팍 도사>와 같은 토크쇼에서 스타들이 1회용 생수병을 들고 물을 마시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다.

목이 마르면 물을 마시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꼭 플라스틱 병에 든 물을 마시는 장면을 고스란히 보여줄 필요는 없지 않은가?

이와 대조되게 6월 5일 MBC에서 방영된 <100분토론>에서는 패널들 앞에 깨끗한 물컵이 하나씩 놓여 있었다. 생수병을 벌컥벌컥 들이키는 스타들의 모습과 물컵을 들고 단정하게 물을 마시는 모습 중 어느 것이 더 보기 좋겠는가?

종이컵보다 머그컵이 훨씬 더 '매력적'

이외에 아마 현대인들이 일회용품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분야는 커피와 장보기일 것이다. '스타벅스'가 세계를 강타하기 시작하면서 커피는 전 세계적으로 하나의 트렌드로 정착되었다.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커피프린스 1호점>을 보면 한국에서 커피라는 존재가 젊은층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지를 실제로 확인할 수 있다. 이제 한국에서 커피는 문화인 동시에 생활이 된 것이다.

여기저기 커피전문점이 생겨났고 급기야 '테이크아웃'이라는 제도가 탄생했다. 커피를 1회용 플라스틱이나 종이컵에 담아서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이 제도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편리함과 동시에 만족감을 안겨줬지만, 이로 인해 안 그래도 골치였던 커피 일회용품 사용은 급증하게 되었다.

여기에 기존에 있던 자판기 커피까지 더해져 한국은 커피로 인한 일회용품 사용에 급격하게 당황하게 되었다. 그래서 작년부터는 커피 전문점 안에서는 1회용 컵 사용을 금지하고 만약 일회용품을 사용하게 되면 컵 보증금을 받는 경우가 생겼다. 그러나 새 정부 들어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를 5년 만에 폐지했다.

지난 5월 31일에 방영된 <천하일색 박정금>을 보면 극중 경수(김민종)와 사공유라(한고은)가 꽃집에 앉아서 자판기 커피를 마시는 장면이 나온다. 정말 화면 가득 종이컵이 클로즈업되어 잡혔다. 모니터를 하는 나는 쾌재를 부를 일이지만 그래도 마냥 좋아하기는 뭔가 찝찝했다.

요즘 MBC에서 하는 <스포트라이트>는 방송 기자의 생활을 다룬 전문직 드라마를 표방한다. 이렇게 방송국이 배경으로 나올 경우, 자판기 커피의 사용은 더욱 빈번하게 화면에 나온다. 왜냐하면 꼭 선배가 후배에게 커피 심부름을 시키는 경우가 나오기 때문이다. 물론 현실에서 자판기 커피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자판기 커피 이용을 선도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것도 1회용 종이컵을 화면 전면에 내세우면서 말이다.

얼마 전에 종영된 SBS드라마 <온에어>를 보면 극중 서영은(송윤아)과 이경민(박용하) 또는 서영은과 장기준(이범수)이 가끔 만나서 커피를 마시는 장면이 나온다. 정말 재미있는 사실은 이들은 절대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항상 눈에 띄게 예쁜 커피잔이 등장하거나 흔한 도너츠 가게에 가서도 꼭 머그잔으로 커피를 마시곤 했던 것이다.

드라마에서 무조건 종이컵을 사용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종이컵 대신 예쁜 머그잔을 사용하면 간접광고에도 효과적이고 시청자들은 예쁜 소품을 구경하는 재미도 덤으로 얻게 될 것이다. 물론 드라마의 분위기도 예쁘게 살려주고 말이다.

김혜자는 장바구니, 솔비는 비닐봉지?

<엄마가 뿔났다> 장면 중 시장에 간 김혜자의 손엔 늘 장바구니가 들려있다
 <엄마가 뿔났다> 장면 중 시장에 간 김혜자의 손엔 늘 장바구니가 들려있다
ⓒ KBS

관련사진보기



뭐니뭐니해도 TV 프로그램에서 종이컵 사용보다 더 심각한 것은 1회용 비닐봉지 사용이다. SBS드라마 <조강지처클럽>에서 한원수의 두번째 부인 모지란(김희정)은 툭하면 장을 보러 다닌다. 그런데 항상 보면 1회용 노란 비닐봉지를 양손 가득 담고 길을 걷곤 한다.

이는 MBC 예능 프로그램 <우리 결혼할까요>도 마찬가지다. 극 중에서 허구로 남편과 아내 노릇을 하는 남녀 스타들은 종종 장을 보러 다닌다. 그런데 이 커플들은 거의 장바구니를 가져가지 않는다. 그들의 손에는 1회용 비닐봉지만 잔뜩 들려있을 뿐이다.

대형 마트에 개인 장바구니를 가져가면 약 100원을 할인 받을 수 있다. 1회용 비닐봉지를 구입하는 비용은 50원이고, 개인 장바구니를 준비하면 50원의 할인혜택을 준다. 아무리 정부에서 1회용 비닐봉지의 사용을 자제해도 텔레비전에서 1회용 비닐봉지 사용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만든다면 정부의 노력이 도로 아미타불인 것은 자명한 일이다.

앞선 프로그램들과 대조적으로 KBS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의 한자(김혜자)와 이석(강부자)은 재래시장을 갈 때 꼭 장바구니를 들고 다닌다. 주변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아줌마들이 주로 사용하는 검은 천 장바구니지만 이들이 사용하는 장바구니는 비닐봉지를 사용하지 말라는 백마디의 외침보다 더 효과적이다.

이외에도 그냥 대놓고 일회용품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다. 요즘 한창 리얼 버라이어티쇼로 인기를 얻고 있는 <1박 2일>에서 무인도로 1박을 하러 갈 때였다. 제작진이 준비한 게 있다며 각자에게 가방을 줬는데 그 때 이수근이 선택한 가방에는 1회용 나무젓가락이 한 가득 들어 있었다.

물론 나무젓가락은 단지 개그의 소재로 쓰였을 뿐이지만 <1박 2일>은 프로그램 특성상 야외 숙식을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나무젓가락을 비롯해 생수 플라스틱병, 비닐봉지, 1회용 그릇 등 다양한 일회용품들이 선을 보인다. 그러므로 시청자들에게 일회용품을 사용하라고 권장할 의도가 없다면 굳이 이렇게 나서서 커다란 배낭 가방을 다 채울 1회용 나무젓가락을 보여줄 필요가 없다.

영향력 막강한 텔레비전이 모범보여야

예전에는 프로그램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것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이번에 주의 깊게 관찰하면서 일회용품 사용이 현실의 일상생활과 너무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느꼈다. 작가들이나 연출자들, 또는 시청자들이 전혀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모든 사람들이 일회용품 사용이 건강에도 안 좋을 뿐 아니라 환경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며 특히나 환경호르몬의 주범이라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미디어는 여전히 일회용품 바다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물론 시청자들도 이러한 허우적거림에 익숙해지고 있다.

텔레비전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텔레비전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비춰진다면 은연중에 시청자들도 그러한 사용을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앞으로 대한민국을 짊어질 청소년들과 부모들이 될 20대에 안 좋은 영향력을 끼치게 된다.

그렇지만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단지 프로그램 제작자들이 주의를 기울이는 수고를 해야 하고 조금 번거로울 뿐이다. 그러나 이는 텔레비전이 반드시 감수해야 할 몫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언론재단 기획취재 지원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뤄졌습니다.



태그:#일회용품, #1회용품, #장바구니, #자판기, #드라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