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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전국에서 분노의 촛불이 타오르고 있다. 심지어 해외에 있는 동포들까지 촛불을 켜들고 나섰다. 결국 정권의 오만한 태도에 변화가 감지되는 상황까지 왔다.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참 대단하다. 경찰의 폭압적인 진압에 맞서 피를 흘리고, 연행돼서 고초를 겪으면서도 굴하지 않는다.

 

집권세력의 기만적 행태를 경계한다.

 

국민의 가열찬 저항에 정권이 서서히 움찔거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렇게도 두려워하던 미국에 국민의 뜻을 전하는 가상한 용기(?)까지 보여주고 있다. 다급하긴 무척 다급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국민의 뜻에 반하는 일을 그렇게도 저지르던 정권이 과연 지금부터 국민의사를 존중할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논의를 유보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미국에 30개월 이상 되는 월령의 쇠고기를 잠정적으로 수출하지 말라고 통보했다고 한다. 장관 고시를 이미 발표했음에도 관보 게재를 연기하였다. 그동안 문제가 되었던 인사에 대해서도 뭔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모두 국민의 힘이다.

 

그러나 그들의 이런 움직임을 진정한 대국민 복종으로 볼 수가 있을까? 대답은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다. 그토록 국민의 저항이 심해도 요지부동이었던 그들이다. 안하는 것처럼 보이던 대운하를 우회적으로 추진했다. 공기업 민영화도 지금 가장 핵심인 산업은행부터 손을 대기 시작하였다. 미국과의 협상결과를 공식 파기하고 새로 협상을 시작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지속적으로 국민의 반감이 표출된 인사문제도 지금껏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우기고 있었다.

 

그런 집권세력의 변화된 움직임을 과연 진정성이 담보된 것으로 해석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여전히 내부결속을 다지기 위한 친박세력의 복당부터 시작하는 것을 보라. 그들이 복당하면 의석이 무려 170석을 훌쩍 넘게된다. 그 다음 그들은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국민에게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눈속임 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있다.

 

그들의 제스처가 진정이라면 먼저 국민앞에 석고대죄부터 하는 것이 맞다. 자신들의 잘못을 구체적으로 하나하나 나열하여 참회해야 한다. 누구도 나서서 구체적으로 자신들이 무엇을 잘못한 것인지 말하지 않는다. 어물쩡 '국민이 화가 나면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국민에게 져야한다'고 말하는 것을 보라.

 

결국 잘못한 것은 없지만 사과한다던 대통령의 담화와 다른 것이 무엇인가? 모두 잘하고 있는데 소통이 안돼서 국민이 오해를 했고, 그 소통부재에 대해서 사과한 대통령이다. 지금 집권세력의 태도는 그 때와 무엇이 다른가? 얼굴표정이 좀 더 심각해진 것 밖에 없어 보인다. 그래서 믿을 수가 없는 것이다. 신뢰를 잃는 것은 금방이지만 그것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3배의 시간과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과연 그들이 그런 노력을 할까?

 

국민을 청종하는 정치세력이 없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지만 우리 국민은 믿고 의지할 정치세력이 없다. 진정으로 국민을 대변하고 힘있게 일해줄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정당들은 모두 정체성도 불분명할 뿐 아니라 자신들만의 정치 자영업에 바쁘다. 국민들의 이해가 그들의 행동에 반영될 여지가 없는 것이다. 너나없이 그런 수준의 정치를 하다보니 특별히 잘 해야할 유인도 없다.

 

지난 대선과 총선의 투표율을 보라. 대선에서의 투표율이 60%에 턱걸이를 한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그만큼 신뢰를 갖고 지지할 대상이 없다는 것이다. 그 60% 중 불과 48%가 현 대통령에게 투표하였다. 유권자의 30%에 지나지 않는다. 그나마 2위 후보는 더더욱 심각하다. 겨우 26%를 득표하였으니 유권자의 16%밖에 지지를 받지 못하였다. 참으로 한심한 정치를 우리 국민은 견디며 살아가고 있다.

 

각 정당의 내용을 보면 더더욱 가관이다. 도무지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진실성은 찾아볼 수가 없다. 정체성부터 참으로 코미디 같다.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은 누구인가? 박정희의 유신독재를 면면히 이어왔다. 박근혜의 당내입지가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 성장지상주의적 사고방식도 무척이나 빼닮았다. 전두환의 신군부를 승계하고 있다. 여전히 당시 민정당의 후예들이 당에 득실거린다. 삼당야합으로 민주화 세력의 몰락을 재촉한 김영삼, 그리고 외환위기로 온국민을 사지로 몰았던 그 세력을 잇고 있지 않은가? 영남 지역주의 세력이다.

 

민주당은 또 어떤가? 당의 간판은 한나라당에서 뒷전에 내버려진 사람이 담당하고 있다. 또 과거 서로 정체성을 가지고 상대를 비난하던 사람들이 함께 모여 잡탕 정당을 완성하였다. 과거 열린우리당에서 여당의 단물을 빨아 먹고는 당의 정체성을 허물고 스스로 창당의 명분조차 쓰레기통에 처박은 자들이 득실거린다. 지역주의 극복도, 상향식 민주주의도, 깨끗한 정치도 모두 스스로 헛소리였음을 주장하고 있는 자들이 득실거린다. 호남 지역주의 세력이다.

 

자유선진당도 보자. 한나라당의 간판으로 두번이나 대선에 출마했던 자가 한나라당을 욕하며 야당행세를 하고 있다. 그를 추종하는 자들과 과거 김종필을 따르던 자들까지 모두 모여서 만든 정당이다. 유신본당과 한나라당의 일부가 결합한 정체불명의 정당이다. 이들 역시 충청 지역주의 세력이다.

 

창조한국당은 자유선진당과 교섭단체를 운운하고 있다. 더 이상 언급조차 의미가 없는 정당이다. 남은 건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뿐이다. 같은 뿌리에서 나름의 정체성을 일관되게 유지한 세력이었다. 진성당원에 의한 상향식 정치를 실천하고 있는 이들이다. 그런데 갑자기 서로를 비난하며 갈라섰다. 게다가 이들의 세력은 너무도 보잘 것이 없어서 국민의 뜻을 대변하기에는 턱없이 약하다.

 

우리 국민의 불행한 정치적 처지이다. 누가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여 정치를 할 것인가? 답답할 뿐이다. 이래서는 늘상 국민이 촛불을 들고 광장에서 물대포와 경찰의 방패세례를 자초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정치가 정치인들의 이익에 따라서 우선 움직이고 주권자인 국민은 뒷전으로 밀릴 것이다.

 

국민이 직접 나서서 정치를 해야한다.

 

국민이 정치를 감시하고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한계가 분명하다. 국민적 에너지가 모아지고 정치권을 압박할 일이 생긴다면 정치권이 대단히 커다란 잘못을 저지른 경우일 것이다. 평소 국민의 삶을 구렁텅이로 몰아넣을 많은 일들이 국민에게 심각한 것으로 받아들이기도 전에 모두 정치권에서 끝나 버리곤 한다. 아주 극심한 문제가 생길 때만 국민은 촛불을 들고 나설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일상생활을 일그러 뜨리는 수 많은 정치행위는 어떻게 되겠는가? 누구를 믿고 우리의 주권을 위임하고 맡길 수가 있겠는가? 사실상 믿고 맡길 수 있는 세력은 없다. 그나마 서민대중을 대변하려 하는 진보세력은 너무도 미약하고 힘이 없다. 직접 국민이 나서서 정치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정치를 혐오하며 정치와 담을 쌓고 지내다가 투표하는 날 마지못해 나서서 성에 안차는 자들을 찍어야 한다면 국민의 주권은 힘을 잃게 된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조차 버거운 국민이 정치를 속속들이 이해하고 적절한 선택을 하기는 어렵다. 그러니 직접 정치를 하는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누군가 신뢰할만한 정치세력으로 나설 때 전폭적인 지원을 해서 국민을 대변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반드시 극복해야할 과제가 바로 정치혐오증이다. 정치를 혐오하고 욕하는 것으로는 우리의 삶을 단 한치도 발전시키지 못한다. 혐오할 것이 아니라 더욱 적극 나서서 정치에 발을 담가야 옳다. 믿을만한 정치인을 발굴하고 정치자금도 만들어 줘야 한다. 키우고 지원해서 선거에 당선도 시켜야 한다. 정치행위에 대한 감시의 눈길도 게을리 해선 안될 것이다. 가장 변질되기 쉬운 환경이 정치권 주변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민참여 정당을 건설하자.

 

국민이 정치에 직접 나선다면 기존의 정치인들도 변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국민이 정당을 건설하자는 것이다. 기성 정치인들의 들러리를 설 것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참여하여 주인노릇하는 정당의 주인이 되자는 것이다. 기성 정당에의 참여는 이미 의미가 없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과거 열린우리당에 참여했던 기간당원들이 정치인들에게 철저히 유린당하고 쫓겨난 것이 바로 실패의 전형이다. 뭔가 다른 방식의 정당건설이 필요하다.

 

첫째, 시작부터 명망가의 영향력에 의존하는 방식은 안된다. 지금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열기라면 국민이 스스로 정당을 건설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바로 유럽식 대중참여 정당을 만들자는 것이다. 모든 결정을 당원이 희의로 하고 상향식으로 건설되어야 한다. 유명 정치인도 특별한 영향력을 가지지 못하는 국민의 정당을 만들자는 것이다.

 

둘째, 철저한 진성당원제를 채택하자는 것이다. 모두가 당내에서 일인일표제의 한표만을 행사할 수 있고, 모든 당의 운영비는 당원들이 똑같이 납부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정당이 여기저기 손을 벌리며 신세를 지면 그만큼 갚아야할 부채의식이 생겨날 것이고, 그 것은 곧 정체성의 훼손으로 망하는 길이다. 지금까지 우리의 정당들이 걸어온 길이다. 똑같이 돈내고, 똑같이 표를 행사하는 당내 직접민주주의를 채택하여야한다.

 

셋째, 지역주의가 아닌 뚜렷한 정책적 지향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거에 이기기 위한 지역주의적 행태를 철저히 배제하려면 정책적 지향을 중심으로 당을 건설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강정책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도록 뚜렷이 제시하고 동의하는 사람이 모두 참여하는 방식으로 건설하자는 것이다. 진보적 유권자나 보수적 유권자나 모두 잡기 위해서 거짓말을 늘어놓고 지역주의를 자극하는 정당이라면 지금도 너무 널려있기 때문에 뭔가 달라야한다.

 

넷째, 시간에 구애받지 말고 천천히 만들어 나가야 한다. 빨리 국민의 관심을 모으고 성과를 얻기 위해서 명망가를 중심으로 뭉쳤다가 정체가 모호해진 지금의 정당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한다. 정당을 일신의 영달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고 버린 수 많은 정치인들의 실패를 반복해선 안될 것이다. 만드는데 10년이 걸리고 100년을 존속할 수 있는 정당이 건설된다면 성공이다.

 

다섯째, 기존 정당들의 경쟁구도에 관심을 접자. 그들의 경쟁속에 그나마 차악을 선택해온 지금까지의 정치는 결과가 지금의 수준을 벗어난 일이 없다. 그들끼리 경쟁해서 누가 이긴들 주권자인 국민의 뜻은 정치에 반영되기 어렵다. 지금 정치에 대한 불신을 에너지로 하여 새로운 국민의 정당을 만들자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국민은 많은 희생을 치르며 불의와 싸워왔다. 그러나 항상 뒷 마무리는 유야무야 끝나고 말았다. 결국 정치인들에 대한 일말의 기대를 접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그들이 이제 알아서 잘 해줄 것이라는 기대는 항상 국민을 절망으로 몰아넣었을 뿐이다. 결과적으로 정치인들의 이익을 위한 앞잡이 노릇밖에 못한 것이다.

 

이제는 진정으로 국민의 뜻이 정치에 투영되는 진정한 민주공화국을 건설할 때다. 그것을 위해서는 기존 정당들을 모두 쓰레기통에 버려야한다. 그들에게는 영원히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만 눈에 보일 뿐이다. 이제 정당조차 국민이 직접 나서서 건설하지 않으면 안될 때가 되었다. 정치인들에게 맡겨서 될 일은 아무것도 없다.

 

누가 나서서 깃발을 들 것인가? 누가 나서서 일을 할 것인가? 누가 나서서 빛도 없이 봉사할 것인가? 문제가 생기면 나서서 촛불을 드는 것만으로 진정한 주권재민의 원리를 실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제 국민정당을 건설할 때가 되었다. 나서라. 그 뒤를 따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태그:#촛불문화제, #국민정당건설, #정치권의 행태, #정치혐오, #주권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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