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기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이 오는 7월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리는 2008 베이징올림픽 최종예선 준비에 한창이다. 각 대륙별 예선에서 탈락한 12개국 가운데 상위 3개국만이 마지막 본선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는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캐나다-슬로베니아 등 아시아 무대보다 훨씬 높은 세계 수준의 강호들과 만나게 되어 본선 진출을 낙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

 

여기에 한국은 김승현(오리온스)과 방성윤(SK) 이규섭(삼성) 등 주전급 요원들이 대거 부상으로 빠졌다. 평균 연령이 24.6세에 지나지 않는 이번 대표팀은 베테랑 주희정과 김주성을 제외하면 유니버시아드 대표팀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젊은 팀이다.

 

그러나 한국농구는 이번 대회에서 성적보다 젊은 선수들의 가능성을 점검하는 데 더 무게를 두겠다는 입장이다. 올림픽 본선진출이 어렵더라도 사실상 본선 참가국들에 버금가는 수준을 지닌 세계적인 강호들과 한 무대에서 겨룰수 있다는 것은, 그동안 세계농구의 흐름에 둔감했던 한국농구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체험이 될 것이다.

 

또한 세대교체 이후 젊어진 대표팀의 동기 부여가 어느때보다도 강하고, 역대 최강의 센터진을 구축하며 오랜 높이 콤플렉스를 극복한 만큼, 예전처럼 세계 무대에서 무기력한 패배주의로 일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대표팀에서 세대교체라는 단어가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벌써 14년 전이었다. 당시에는 서장훈, 이상민, 문경은, 전희철, 현주엽 등 이제는 노장이 된 '농구대잔치 세대' 멤버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었다.

 

90년대 한국농구의 화두 역시 장신화와 젊은 피 수혈에 있었다. 아직 프로가 출범하기 전인 90년대 중반, 대표팀 세대교체의 중심은 대학생 선수들이었다.

 

소위 '농구대잔치 세대'로 불리는 선수들이 처음 대표팀의 주역으로 떠올랐던 1994년(감독 이인표) 당시의 멤버들을 기준으로 놓고 보면, 순수 대학생 선수가 5명(서장훈, 현주엽, 전희철, 이상민, 김영만)이었다. 갓 대학을 졸업한 실업 새내기였던 문경은과 김승기까지 포함하면 엔트리의 3/4 이상이 23세 이하 젊은 선수로 구성됐다. 대표팀 평균 연령은 23.9세로 지금보다도 더욱 젊었다.

 

최고참은 김유택(당시 31세), 막내는 현주엽(19세)으로 띠 동갑 차이였고, 평균 연령은 23.9세로 오히려 지금 대표팀보다도 젊었다. 대표팀 멤버들의 평균 신장은 191cm였다. 실업 5년차 이상의 베테랑으로는 당대 최강 기아자동차의 허-동-택 트리오(허재, 강동희, 김유택)가 대표팀의 고참으로 어린 선수들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센터진에 높이와 파워를 겸비한 대학 1,2년생이던 서장훈-현주엽, 내외곽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전천후 공격수 전희철 등 발굴하며 노쇠해가던 한기범-김유택의 뒤를 이을 90년대 빅맨들을 발굴하는 데 성공했다. 또 문경은, 김영만, 정재근 등 190cm 대 장신슈터들의 발굴로 당시만 해도 여전히 180cm대 슈터들이 주류를 이루던 농구계 기준으로는 전 포지션에서 어느 정도 장신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이런 파격적인 대표팀 선발이 가능했던 것은 당시 대학농구의 초강세로 인해 대학-실업 간의 역학 구도가 뒤바뀌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대교체 이후 대표팀은 국제무대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젊은 선수들을 대거 수혈했다고 해도 한국농구의 중심은 여전히 외곽 슈터 중심의 3점슛 농구에 기울여져 있었고, 장신화 역시 세계농구의 기준에는 턱없이 못미쳤다. 이 멤버로 94년 캐나다세계선수권에 나섰던 대표팀은 3승5패(13위)를 차지하며 역대 세계대회 최고의 성적을 거두었다. 하지만 이는 초반 5연패를 당하며 하위리그로 떨어진 이후 약체팀들을 상대로 거둔 성과였다. 그나마 젊은 선수들보다는 허재, 강동희 등 베테랑들의 눈부신 활약에 기댄바 컸다.

 

뒤이어 열린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서는 결승까지 진출했으나 '만리장성' 중국의 벽을 넘지 못하고 최종전에서 72-100으로 대패하며 은메달에 그쳤다. 이후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야 농구대잔치 세대가 중국을 꺾고 아시아 정상에 오르기까지 8년의 세월을 더 기다려야했다.

 

반면 김남기 감독이 이끄는 지금의 대표팀은 평균 연령 24.6세, 평균 신장은 194cm에 이른다. 한국농구 역대 최장신 하승진(221cm)과 프로 MVP 김주성(205cm), 대학 최고의 괴물센터 오세근(200cm), 혼혈파 김민수(200cm)까지 엔트리 전원이 2m 이상으로 구성된 센터진의 힘과 높이는 역대 최장신이다.

 

농구는 일단 높이의 스포츠다. 한국농구는 국제무대에 나설때마다 언제나 높이 콤플렉스로 고전하고 있다. 그러나 하승진-김주성으로 이어지는 현 센터진은 적어도 신장 면에서는 세계 어느 팀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라인업이다. 캐나다와 슬로베니아 같은 서구권의 장신팀들을 상대해야 하는 한국으로서는 하승진이 얼마나 오래 버텨주느냐가 최대 관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외곽은 90년대보다 오히려 약해졌다. 아쉬운 점은 골밑에 비하여 외곽의 장신화에는 실패했다는 점이다. 방성윤, 이규섭 같은 장신 선수들이 부상으로 하차한 포워드진에는 이광재, 전정규 같은 190cm 이하의 단신 슈터들이 보강되며 오히려 94년보다 높이가 낮아졌다. 포인트가드진 역시 주희정, 김태술 등 여전히 180cm 초반의 단신 선수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들을 주전으로 내세울 경우, 한국으로서는 항상  수비 매치업의 단점을 감수해야한다.

 

특히 국제무대에서 김남기호의 최대 관건은 과연 누가 고비에서 한방을 터뜨릴수 있는 에이스가 될 것이냐는 데 있다. 80~90년대에는 허재, 이충희 같이 국제무대에서 확실하게 '한방'을 보유한 해결사가 존재했다.

 

하지만 프로화 이후, 국내 프로무대에서 한국 선수들이 외국인 선수를 보조하는 도우미로 전락한 이후, 에이스 본능을 지닌 선수들을 찾기 어려워졌다는 약점이 생겼다. 경험이 부족한 젊은 팀이라는 것이 최대의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한 김남기호에게 있어서, 해결사의 발굴이야말로 어쩌면 이번 대회 성적을 좌우할 최대의 변수가 될수 있다.

2008.05.26 13:28 ⓒ 2008 OhmyNews
한국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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