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세폴리스>는 좀 드물게 만나는 프랑스 애니메이션입니다.

 

이 영화의 감독이자 여류 동화작가인 이란출신 '마르잔 사트라피'가 2000년 발표한 자전적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된 이 영화는 현란하고 역동적인 3D가 대세인 영화계 흐름에도 불구하고 간결한 흑백톤의 2D 애니메이션입니다. 

 

언뜻 보면 시대에 뒤떨어져 보이는 2D 애니매이션이지만 <페르세폴리스>는 독창적인 캐릭터 묘사를 바탕으로 2007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 벤쿠버 국제영화제 인기상(2007), LA 비평가협회상(2007), 뉴욕비평가협회상(2007)등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이긴 하지만 내용면에서도 <페르세폴리스>는 흥미와 감성 위주의 일본이나 미국의 애니매이션과는 전혀 다릅니다. 단순하지만 유려한 흑백 화면을 바탕으로 주인공 마르잔의 성장과정과 함께 1978년부터 이후 16년간 벌어진 격동의 이란 정치사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1969년 이란에서 태어난 '마르잔 사트라피'는 이란국민을 오랜 세월 억압하던 팔레비 왕조가 혁명으로 붕괴된 즈음에 어린시절을 보내게 됩니다. 민주와 자유로의 귀환을 희망하던 이란국민의 뜻과는 다르게 이슬람 근본주의를 숭상하는 호메이니 정권의 탄생, 그리고 이어진 보수로의 역회귀와 이라크의 침공, 이과정에서 겪는 주인공과 그녀의 가족들의 혼란과 갈등의 극복과정이 영화속에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테헤란에서 태어난 소녀 마르잔은 개방적이고 화목한 부모의 영향으로 자유분방한 가치관을 가진 소녀입니다. 독재왕정에서 퇴폐적이란 이유로 금기시 되던 서구의 팝스타 마이클잭슨과 아바, 쿵푸배우 이소룡을 사랑하는 순진무구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팔레비왕조 붕괴이후 집권한 호메이니 정권은 자유를 열망하는 국민들의 바램에도 아랑곳없이 여성들에게 차도르를 강요하고 사회 모든 생활에서 이슬람 율법의 준수를 강요해 9살 소녀 마르잔이 겪는 혼란은 갈수록 커져만 갑니다.

 

부모의 용단으로 오스트리아 빈으로 거쳐를 옮긴 마르잔은 통제와 감시에서 벗어나 마음껏 서구의 문화와 쾌락을 향유합니다. 하지만 자유로운 소비와 연예,학교생활도 잠깐일뿐 나라를 떠난 이방인이 겪게되는 차별과 설움을 절감한 마르잔은 우여곡절 끝에 다시 부모가 있는 테헤란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어린나이로 감당하기 힘든 시련들을 겪으며 "두려움은 이성을 잃게 하고 사람을 비굴하게 만든다"는 마르잔 할머니의 가르침처럼 그녀는 타국의 삶을 통해서 오히려 이란의 현실에 당당하게 맞서는 방법을 배워가게 됩니다.

 

국내팬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이란의 역사적 사실을  2D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낸 '뱅상파로노'와 '마르잔 사트라피'의 꼼꼼한 표현능력이 돋보인 영화 <페르세 폴리스>입니다.

 

이란의 역사적인 배경에 대한 설명이 영화내용에서 많이 부족하다는 점이 아쉽지만  팔레비왕조,호메이니정권,이란과 이라크간의 오랜 대립관계등을 사전에 공부해 둔다면 영화를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듯 합니다.

 

성급하고 어리숙하던 소녀 마르잔이 시련과 아픔을 딛고 뚜렷한 가치관을 가진 여성으로 성장하는 과정은 섬세하고 감성적인 영화를 즐기는 여성관객들에게는 특히나 의미있는 영화가 될듯 합니다.

2008.05.26 12:01 ⓒ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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