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수원은 두말이 필요 없는 K리그 최고의 라이벌이다. 이들의 경기에는 항상 많은 관중과 미디어의 이목이 집중되며 양팀은 항상 강한 승부욕을 보인다. 하지만 이 날 경기는 K리그보다는 다소 중요도가 낮은 하우젠컵이기에 많은 신인들이 기용되어 피치를 누빌 수 있었다.

 

서울에서는 이승렬이 수원에서는 박현범과 조용태가 각각 출전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 중에서도 박현범은 이 날 경기의 승리에 공헌하며 자신의 첫 라이벌전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박현범은 조원희와 함께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했다. 조원희가 특유의 활동량으로 홀딩에 주력했다면, 박현범은 상대의 패스길을 차단하는 것은 물론, 공수의 연결고리 역할까지 완벽히 수행해 냈다.

 

놀라웠던 것은 박현범이 도저히 라이벌전에 처음 출전한 선수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노련한 플레이를 펼쳤다는 것이다. 큰 키를 활용하여 공중볼을 따내는 것뿐만 아니라, 번번히 서울의 패스줄기를 미리 예측하여 차단, 상대 공격의 맥을 끊었다.

 

박현범의 활약은 공격전환시에도 이어졌다. 역습상황에서 이관우에게 수비가 몰리자 볼을 이어받아 자신이 직접 전방으로 패스를 연결했고, 전반 37분 문전 앞 혼전에서 흘러나온 볼을 슛팅으로 마무리하는 과감성마저 보여줬다. 그리고 후반 48분에는 조용태의 두 번째 골의 도움마저 기록, 경기를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차범근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부담이 큰 경기에서 충분히 잘 하리라 생각했다"며 그를 칭찬했고, 조원희 역시 "항상 현범이가 잘 해줘서 고맙게 생각한다. 드래프트 1순위로 들어온 선수인만큼 좋은 경기력으로 팀에 보탬이 되고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수원팬들은 이미 그에게 '수원의 비에이라'란 별명을 붙여 주었다. 게다가 이 날 박현범이 보여준 활약은 작년 시즌 그 자리에서 뛰었던 김남일의 이름을 잊기에 충분했다. 그가 별명에 걸맞게 성장한다면 수원팬들은 더 이상 김남일을 그리워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가 언젠가 수원에 중심에 서는 순간, 수원팬들은 미드필드를 지배하는 박현범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플라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04.03 10:04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플라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수원 블루윙즈 박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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