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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오접속

 

 ― 김아무개씨 부부가 겪은 오접속 개념도

 

 어느 신문을 우연하게 읽다가 눈길이 멎습니다. 기사이름으로 굵직하게 붙인 말이 눈에 거슬려서, 아니 어딘가 얄궂다고 느끼면서.

 

 “김 모(某) 씨”처럼 적지 않고 “김 아무개 씨”로 적으니 반갑기는 하지만, ‘오접속’이라는 대목에서 아쉽습니다.

 

 ┌ 오접속 : x

 └ 접속(接續) : 서로 맞대어 이음

      - 글을 쓸 때 문장끼리의 접속에는 무리가 없어야 한다

 

 국어사전에 없는 말 ‘오접속’을 생각해 봅니다. 우리들은 ‘잘못 오(誤)’라는 한자를 앞가지 삼아서, ‘오판(誤判)’이나 ‘오식(誤植)’이나 ‘오자(誤字)’ 같은 말을 짓습니다. “잘못 알다/잘못 생각하다-잘못 찍다-잘못 적은 글/틀리게 적은 글”처럼 말하지 않습니다. 또 ‘잘못앎-잘못찍음-틀린글’ 같은 낱말은 지어내지 않습니다.

 

→ 김아무개씨 부부가 겪은 '잘못 걸린 전화' 그림보기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우리 생각과 삶을 우리 말로 나타낼 수 없을는지요. 우리가 예부터 고이 이어받고 물려받아 온 말과 글을 가꾸거나 북돋우면서 우리 뒷사람한테 고스란히 물려주거나 이어줄 수는 없을는지요. 지금 우리 말과 글로는 우리 삶과 생각을 담아내기 모자라다고 느낀다면, 지금 우리로서는 아쉽지만, 앞으로 살아갈 사람들은 아쉽지 않도록 마음을 기울이거나 쏟아 줄 수 없을는지요.

 

ㄴ. 오인

 

.. 장애아동들을 앞세워 구걸이나 하는 사람쯤으로 오인한 것이다 .. <왜, 맨날 반말이야!>(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2003) 13쪽

 

 ‘구걸(求乞)’보다는 ‘동냥’이 낫습니다. ‘장애아동(兒童)’보다는 ‘장애어린이’가 낫고요.

 

 ┌ 오인(誤認) : 잘못 보거나 잘못 생각함

 │   - 사람들은 동생을 형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

 ├ 그런 사람쯤으로 오인한 것이다

 │→ 그런 사람쯤으로 잘못 안 것이다

 │→ 그런 사람쯤으로 잘못 본 것이다

 │→ 그런 사람쯤으로 엉뚱하게 생각한 것이다

 └ …

 

 잘못 알 수 있고, 잘못 볼 수 있고, 잘못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잘못 알거나 보거나 생각했을 때는, 바로 뉘우치거나 고개숙이면 되지 싶어요. 누구나 쉬 잘못할 수 있으니까요. 말도 잘못할 수 있고, 일도 잘못할 수 있습니다. 잘못을 못 느끼거나 잘못을 받아들이지 않을 때가 문제이지, 잘못하는 일이 문제라고는 보지 않아요.

 

 보기글을 보면, ‘잘못 오(誤)’라는 한자를 앞가지로 씁니다. 국어사전을 살피니 ‘誤-’가 따로 올라와 있지는 않군요. 그러나 퍽 널리 쓰이는 ‘誤-’입니다. 이 한자는 말 그대로 ‘잘못’이라는 우리 말을 가리키는 한자입니다. 그러니, 우리들은 우리가 예전부터 죽 써 온 ‘잘못-’이라는 말을 앞가지 삼아서 쓰면 더 나으리라 생각합니다.

 

ㄷ. 오타

 

.. 오타가 있으면 수정해 주고, 추석 때는 혼자서 보내고 있을까 봐 걱정해 주었다 ..  <정구미-한국·일본 이야기>(안그라픽스,2005) 58쪽

 

 우리 말은 ‘고치다-바로잡다’입니다. ‘수정(修正)’은 쓸 만한 말이 아니에요. 우리 명절은 ‘추석(秋夕)’이 아닌 ‘한가위’고요.

 

 ┌ 오타(誤打) : 타자기나 컴퓨터 따위를 칠 때에 잘못 침

 │   - 오타가 나다 / 내가 작성한 서류에 오타가 많아 다시 교정을 봐야 했다

 │

 ├ 오타가 있으면 수정해 주고

 │→ 잘못 친 곳은 고쳐 주고

 │→ 틀린 곳이 있으면 고쳐 주고

 │→ 틀린 데는 고쳐 주고

 └ …

 

 말 그대로 “잘못 치다”입니다. “오타가 나다”는 “잘못 친 데가 있다”나 “잘못 친 곳이 보이다”로 다듬으면 알맞습니다.

 

 잘못 말했을 때는 “잘못 말했다”하면 그만입니다. 잘못 보았을 때는 “잘못 보았다”고 하면 그만이에요. 잘못 알았을 때는 “잘못 알았다”고 하면 그만이고요. 잘못 읽었을 때는 “잘못 읽었다” 하면 되고 잘못 들었을 때는 “잘못 들었어요”하면 되지요. ‘잘못’ 한 마디면 어려움 없이 어느 자리에서고 우리 생각과 느낌을 알뜰히 담아낼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방 <함께살기 http://hbooks.cyworld.com> 나들이를 하시면 여러 가지 우리 말 이야기를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태그:#외마디 한자말, #우리말, #우리 말, #오誤, #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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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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