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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 CJ엔터테인먼트

영화를 보고나서 영화잡지와 인터넷을 보니 실망스럽다는 의견이 다수다. 내 생각과 크게 거리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오래간만에 나온 전지현의 영화이고, 요즘 잘 나가는 황정민도 나오고, 감독은 <말아톤>의 정윤철이어서 거의 확신을 가지도 본 영화인데, 기대 이하였다.

 

내 기대를 깨뜨린 가장 큰 이유는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의 휴먼적이고 계몽적인 주제의식에 있다. 이것은 두 가지 점에서 실패한 것 같다.

 

우선 그러한 휴머니즘과 계몽의식의 표현과 구현 자체가 실패한 것 같다. 호소력이 떨어지는 스토리라인과 정말 실망스럽게 전개되는 이야기구조가 영화 보는 내내 하품만 나오게 했다.

 

둘째는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의 휴머니즘과 계몽주의가 너무 생뚱맞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쨌다는 거지? 왜 그래야 하냐고?라는 불만석인 거부감이 내게서도 새어나왔다.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의 휴머니즘과 계몽주의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너무 시대착오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야기의 초점을 너무 슈퍼맨(황정민)에게만 줄 것이 아니라, 송수정(전지현)에게도 대등하게 주었더라면, 애초 시나리오작업부터 그렇게 했더라면 더 나은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신파와 같은 "3류휴먼다큐"를 찍던 송수정PD는 어떻게 연이 되어서 자신을 슈퍼맨이라고 주장하는 남자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의 선행담을 주제로 "휴먼다큐"를 찍다가 그의 과거이야기와 사연을 알게 된다는 것이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의 대체적인 줄거리다. 이런 줄거리를 기반으로 정윤철식 휴머니즘과 사회계몽이 전개된다.

 

그런데,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는 앞에서 말했듯이 주제의식도 보편타당성을 결여했지만 무엇보다 재미가 없다. 관객의 몰입도 담보 못하는 영화로 무슨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이건 좀 다른 이야기지만, 난 지난 선거에서 대통합민주신당이 좌파적인 주장에서도 실패했지만, 선거의 흥행(유권자들의 이목끌기)에도 실패했다고 생각하는데, <슈퍼맨이었던 사나이>가 딱 영화판 대통합민주신당이다.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는 정말 중요하고 대중계몽적인 주제의식을 골고루 담고 있다. 휴머니즘, 환경주의, 그리고 이타주의와 희생정신같은 다양한 선의 결집처로 슈퍼맨을 정했고, 더구나 그는 시대의 아픔(광주5·18로 처리됨)까지 '두개골'에 새기고 있는 인물이다.(이 말이 무슨 말인지 정확히 알고 싶다면, 한 번 영화를 보시길. 아니면 주변에 물어 보거나…)

 

그런데, 우리의 슈퍼맨은 슈퍼맨이 아니라 사실은 광대에 불과하다. 이리저리 날뛰고 설치지만 그의 행동은 슈퍼맨 최후의 순간까지도 필연성이나 유의미성과는 담쌓고 있다. 그런 이유의 한가지는 '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도 있다.

 

영화 텍스트 내부에서 슈퍼맨의 선행들은 개인적인 의미구조에서 분명히 옳고, 송수정은 그것들에 나름대로 의미를 불어 넣어서 작품(?)을 찍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텍스트 내부에 존재하는 다른 인물들과도 진정한 소통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그런 상황은 영화텍스트 바깥으로까지 이어진다.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와 관객들은 별로 소통되는 바가 없어 보인다.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는 관객을 감동시키거나 무언가 생각하게 만드는 데에 실패했다. 심지어는 재미조차 없다.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는 감독의 주장과 경향을 완곡하게 담고 있는 영화임에 틀림없다. 정윤철 감독은 또 이렇게 세상을 보고 또 이런 작품을 한 편 내 놓았다. 그런데, 그것이 너무 담백하다. 지나치게 담백하며 순수하여 싱겁다는 느낌이 든다.

2008.02.04 08:26 ⓒ 2008 OhmyNews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개봉영화 황정민 전지현 정윤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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