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틸다>

영화 <마틸다> ⓒ 트라이스타 픽쳐스

대니 드비토 감독의 1996년 작 영화 <마틸다>(전체 관람가)와 아담 쉥크만 감독의 2007년 작 영화 <헤어스프레이>(12세 관람가)엔 모두 현실의 장벽을 지닌 주인공이 등장한다. 하지만 상대방을 KO시키는 챔피언처럼 당당하게 그 벽을 '폴짝' 뛰어넘어 자신의 꿈을, 그리고 미래를 아름답게 조각해간다.

이들의 처절하면서도 지긋지긋한 현실을 보게 되면 눈물이 저절로 난다. 그 눈물이 웃음을 만들고, 결말엔 다시 웃음이 눈물을 만드는 영화, 감동이 분수처럼 솟아오르는 영화 <마틸다>와 <헤어스프레이>를 만나보자.

영화 <마틸다>는 어릴 적부터 책을 끼고 살아온 천재 소녀 마틸다의 이야기이다. 그녀에게 유일한 불행은 자식교육과 사랑엔 그야말로 '빵점'인 부모들이다. 한편, 태어나서부터 스스로 모든 일을 해온 마틸다에겐 한 가지 꿈이 있다. 바로 '학교'에 들어가는 것.

하지만 '엽기 프로'와 '불 끄고 TV 보기'가 유일한 취미인 그녀의 부모에겐 '학교 교육' 따윈 필요 없다는 생각이 가득 차 있다. 우연한 기회에 학교에 들어가게 된 마틸다, 학교로 향하는 그녀의 표정에 생기가 넘친다. 그러나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현실의 벽이 하나 더 있었으니 바로 '올림픽 투포환 선수' 출신인 트런치불 교장이다.

남자보다 더 남자 같은 트런치불에겐 학생은 '사고뭉치'라는 생각이 팽배해 있다. 학생을 '포환'처럼 날려버리는 그녀의 괴력에 영화 내내 손발이 떨렸다. 하지만 이런 지긋지긋한 현실에 당하고만 있을 우리의 마틸다가 아니다.

그녀에겐 물체를 움직일 수 있는 '초능력'이 있었고, 그 '초능력'은 순간순간 그녀의 '선행'을 완성하며, 마틸다의 아름다운 미래를 예고한다. 엄청난 '초능력'으로 트런치불을 물리치는 마틸다는 결국 풍성한 사랑을 지닌 담임선생님 허니에게 입양을 결정한다.

입양을 당한 것이 아니라 결정했다는 점에서 마틸다는 정말 독립운동가적인 소녀이다. 부모 역시 그녀에게 일생에 처음인 '입양결정', 선행을 베푼다. 정말 실소가 멈추지 않는 장면이었다. 아니 신기할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영화 <헤어스프레이>

영화 <헤어스프레이> ⓒ 뉴 라인 시네마

이제 영화 <헤어스프레이>를 살펴보자. 슈퍼 헤비급 몸매인 '트레이시'에겐 한 가지 꿈이 있다. 바로 볼티모어에서 가장 인기있는 '코니 콜린쇼'에 출연하는 것. 하지만 현실은 '찍어낸 듯한' 미인을 원하는 것이 대세였다.

마틸다처럼 굴하지 않는 우리의 '트레이시'는 당당하게 문을 두드리고, 끝내 출연하게 된다. 영화가 여기서 끝났다면 너무 밋밋했을 것이다. 하지만 '트레이시'는 흑인의 인권 확장을 요구하며 당당히 거리행진 선두로 나선다.

그 결과 수배 명령이 떨어져 최고의 댄신퀸을 뽑는 '미스 헤어스프레이' 선발대회 마저 참가하지 못하게 될 상황이 되지만 마틸다의 '초능력'처럼 바로 그녀에겐 인간 '초능력', 흑인 친구들이 있었다. 흑인 친구들의 도움으로 결국 무대에 오르고, 그녀는 사랑 또한 쟁취한다.

영화 <마틸다>와 <헤어스프레이>엔 현실을 극복하는 여주인공이라는 점과 더불어 한 가지 공통점이 더 있다. 바로 주인공을 통한 주변 인물의 변화이다. <마틸다>의 허니 선생님과 <헤어스프레이>의 '트레이시' 엄마 '에드나'가 바로 그들이다.

허니 선생님은 '트런치불'의 조카로 어릴 적 엄격한 '트런치불'에게 자신의 추억을 빼앗긴 인물이다. 어쩔 수 없다는 매너리즘에 빠진 그녀에겐 '마틸다'는 신선한 자극과도 같았다. 그녀의 행복은 톡톡 튀는 '마틸다'를 통해 완성된다.

'에드나' 역시 마찬가지다. 딸 '트레이시'를 통해 외모로 인한 '대인기피증'을 극복하고, 당당히 '미스 헤어스프레이' 무대에 올라 멋진 춤판을 벌인다. 결말에 나타나는 두 주변 인물들의 웃음은 주인공들의 삶을 통해 관객들 역시 긍정적으로 변화되길 원했을 감독과 스탭들의 생각이 담긴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처럼 영화 <마틸다>와 <헤어스프레이>엔 주변인물들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마틸다>의 트런치불은 관객의 입장에선 '코믹 캐릭터'이다. 세상에 저런 사람이 있다면 하는 생각을 할 정도이니 주목해 감상하면 재밌을 것이다.

<헤어스프레이>에선 단연 '트레이시' 엄마 역을 감당한 '존 트라볼타'의 명연기가 돋보인다. 징그럽지만 사랑스러운 그녀 '에드나'는 '코믹 캐릭터'이면서도 너무나도 멋지다. 그 외 백치미가 일품은 미인 '벨마'와 그녀의 딸 '앰버' 역시 눈길이 가는 등장인물들이었다.

노래 <거위의 꿈> 가사처럼 '저 차갑게 서 있는 운명이란 벽 앞에'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그냥 포기하는지 아니면 '당당히 맞서고 있는지' 한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무조건 무식하게 부딪히는 것은 지양해야겠지만 '마틸다'와 '트레이시'처럼 장난기 가득 찬 눈망울과 긍정으로 넘쳐나는 마음을 가지고 눈 딱 감고, 달려가 보자. 그 순간, 벽은 디딤돌이 되어 나를 꿈꾸던 그곳으로 데려가 줄 것이라 확신하다. 도전하라.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SBS U포터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마틸다 헤어스프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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