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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17대 대통령 당선자의 핵심 키워드는 '경제'입니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언론들은 앞다퉈 '이명박 경제(엠비노믹스, MBnomics)'를 풀어놓습니다. 기업들의 찬양일색의 논평이 줄을 잇고, 잠잠했던 부동산시장까지 꿈틀거립니다. <오마이뉴스>는 5회에 걸쳐 기업과 금융, 노동 등 경제 전반에 걸쳐 전문가들과 함께 '이명박 경제'를 비판적으로 고찰해봅니다. 세 번째는 이병훈 중앙대(경제학과) 교수의 글입니다. <편집자주>

지난 12월 19일 10년만의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한나라당과 보수언론들은 '좌파 정권으로부터 보수 우파정권에로의 권력이동'이라 부산스럽게 시대적 의의를 부여하고 있는 한편, 패배의 중도개혁 및 진보진영에서는 민심의 표변에 대해 좌절과 회한, 그리고 자성의 입장들이 다양하게 표출되고 있다.

 

이번 대선의 경과를 되돌아보면 외양상으로 이명박 당선자의 도덕적 비리를 둘러싼 정치적 공방이 들끓었으나, 결국 드러난 민심의 선택은 그네들의 '먹고 사는' 민생문제를 제대로 해결해줄 수 있는 국가지도자의 등장을 갈망하고 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참여정부에 대한 혹독한 심판이기도 한 이번 대선의 결과는 노무현 대통령과 386참모들의 독선, 아마추어리즘 그리고 코드인사 등에 대한 엄중한 비판이라 지적되기도 하나, 보다 근원적으로는 날로 심각해지는 민생문제에 대해 별다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무능한 '좌파정권'에 대한 과격한 민심이반으로 설명하는 것이 보다 온당한 사태파악이라 하겠다.

 

그러다보니, 온갖 때묻은 비리의 의문투성이에도 불구하고 '경제대통령'을 자처하는 이명박후보에게 날로 먹고 살 길이 막막해지던 다수의 국민들이 쏠리게 된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 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 일등공신은 '생계형 보수층'

 

이처럼 다수의 국민들로 하여금 이른바 '생계형 보수층'의 표심으로 집결토록 하여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일등공신은 다름 아닌 민생악화이자 이를 수수방관해온 노무현 정권이라는 평가를 내리는 데에 별 이견이 없을 듯하다.   


이명박 당선자는 대선 과정을 통해 "7(% 경제성장)-4(만불 시대 실현)-7(대 경제강국 달성)"이라는 야심찬 정책공약을 내세우며 차기 실용정부에서 추구하려는 경제정책의 기조로써 MB노믹스의 밑그림을 제시한 바 있다.

 

기업CEO 출신답게 이명박 당선자가 천명하는 MB노믹스는 친기업-시장 중심의 경제정책을 펼쳐 기업들의 투자 활성화를 촉진함으로써 높은 성장률을 이루어 매년 6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으로 집약해볼 수 있다.

 

또 이명박 당선자는 대선 토론을 통해 노동부문의 근본적인 문제가 낮은 성장률과 '일자리 없는 성장'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진단하며,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보다 강화함으로써 높은 성장률의 회복과 더불어 많은 일자리 창출을 통해 자연히 해결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고질적인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서는 차별해소로 충분하며, 그 이상의 정부 개입이 오히려 불안정하나마 유지되어온 비정규 일자리를 상실케 하는 그릇된 정책실패를 초래할 것이라는 문제의식을 드러내기도 하였다.

 

그러면, 과연 이같은 MB노믹스의 해법이 사회양극화와 비정규직 문제를 제대로 치유할 수 있을까?

 

MB노믹스의 해법, 사회양극화와 비정규직 문제 치유할 수 있을까?

 

물론, 국민의 선택을 통해 탄생된 실용정부의 구상대로 고성장을 통해 양질의 정규직 일자리를 창출하는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어 다수 서민들의 생활고를 덜어주고 노동 삶의 질을 개선해줄 수 있다면 MB노믹스는 널리 지지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MB노믹스의 처방은 사회양극화에 대한 명확한 문제인식이 전제되지 못함으로써 비정규직 등의 당면한 노동현안과 서민들의 민생문제를 해결하기에는 근본적인 한계를 가질 것으로 점치게 된다.

 

지난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에서는 대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그리고 중소기업 노동자들 간에 임금-복지 등의 고용조건에 있어 날로 격차가 확대됨으로써 노동시장의 분절구조가 고착화되기에 이르렀다.

 

그 배경에는 IMF 위기 직후 우리 경제체제의 전면개방과 더불어 대기업들이 단기수익 경영을 위해 정규직 일자리의 감축과 비정규직 대체 또는 외주화 그리고 하청기업들에 대한 단가인하 압력이 일상적으로 취해짐에 따라 대기업 중심의 수익 독식체제가 확고하게 자리 잡게 되었던 것이다.

 

대기업들의 성장과실이 정규직 일자리 창출과 관련 중소기업들의 동반성장으로 이어지는 사회적 재분배(trickle-down) 메커니즘이 사라지는 가운데, 대기업과 금융․부동산자산가와 같은 시장 승자들에게 엄청난 부가 집중되는 한편 비정규직과 중소기업 노동자들 그리고 영세자영자들에게 돌아가는 분배의 몫은 지속적으로 줄어들어 사회양극화가 날로 심각해지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MB노믹스, 사회양극화와 불평등구조를 더욱 확대 심화시킬 것

 

이같은 문제현실은 고용구조 악화와 소득불평등 확대에 의해 여실히 입증되고 있다. 실제, 지난 10년 동안 500인 이상 대기업의 좋은 일자리 수가 90만개 가까이 감소하고 그 대신 저임금의 불안정한 비정규직 일자리가 가파르게 증가하였으며, 상위-하위 가구소득의 격차는 갈수록 증대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사회양극화와 노동시장 분절성이 엄존하는 조건속에서 MB노믹스가 추구하려는 시장중심의 친기업 경제정책이 오히려 그 불평등구조를 더욱 확대-심화하는 방향으로 귀결될 것을 우려하게 된다.

 

왜냐하면, MB노믹스가 표방하는 '큰 시장, 작은 정부'의 정책기조에 따라 기업활동의 자율성을 보장할 경우 기존의 불평등한 시장체제하에서 지배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대기업들의 전횡이 더욱 기승을 부리며 단기 수익 불리기를 위해 하청 중소기업들에 대한 합법적인 불공정거래가 보다 손쉽게 강요될 것이다.

 

또한, 노동시장 유연화를 통해 그나마 안정적으로 유지되던 정규직 일자리들이 심각한 고용불안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그동안 비정규직 의존의 고용관행 확산에서 잘 보여주듯이), 기업의 투자확대가 대부분 비정규직의 나쁜 일자리만을 양산하는 것으로 그칠 수 있다.

 

요컨대, 외환위기 이래 신자유주의 구조개혁에 힘입어 확고하게 작동하고 있는 시장논리에 편승하여 이미 시장 지배력을 행사해온 대기업들에게 더 큰 자유를 보장해준다는 MB노믹스는 결국 이들을 '고삐 풀린 괴물'로 더욱 진화시켜 중소기업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크나큰 재앙을 안겨주게 될 것이고, 그로 인해 양극화와 불평등 그리고 갈등-해체의 사회적 비용을 감당키 어려울 정도로 가중시킬 것으로 걱정케 된다.

 

다시 말해, 사회양극화를 심화시켜온 기존의 경제질서를 그대로 둔 채 시장논리만을 강화하려는 방향으로 실용정부의 경제정책기조가 설계될 경우 대기업과 자산계층 중심의 독식(獨食)구조는 확대 재생산될 것이고 비정규직-중소기업 노동자 그리고 영세자영자들로 구성되는 서민 다수의 민생문제는 더욱 고단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소수 가진 자 몫만 불려주면, 민심이반의 거대한 역풍 맞을 것

 

실용정부를 선택한 민심은 민생문제 해결의 간절한 소망이라 집약해볼 수 있다. 이명박 당선자가 이끌어갈 새 정부가 국민들에게 좋은 정규직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주고 먹고 살만한 노동소득을 보장하며, 주택마련과 자녀교육의 부담으로부터 해방시켜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런데, MB노믹스가 자칫 소수의 가진 자 몫을 불려주는 것으로 그치고 다수 국민들의 삶 질을 별반 개선하지 못할 경우에는 얼마 못가 (참여정부가 그렇듯이) 민심이반의 거대한 역풍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런 만큼, 생활고와 고용불안에 가위눌린 국민 다수의 각박한 민생 현실을 구제하기 위해서는 MB노믹스의 첫 단추를 바르게 끼우는 일에서 실용정부의 성패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진정으로 국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주기 위해, 그리고 성공하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사회양극화의 덫을 혁파하려는 국가지도자의 국정개혁의지가 그 첫 단추이기를 제언한다.


태그:#이명박?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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