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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2007 올해의 뉴스게릴라상' 수상자로 사는이야기 부문 조명자 기자, 연재부문 김은식 기자를 선정했습니다. '올해의 뉴스게릴라상'은 한 해 동안 최고의 활동을 펼친 시민기자에게 주어지는 상입니다.

시상식은 2008년 1월11일 오후 4시 <오마이뉴스> 상암동 사무실에서 치러집니다. <올해의 뉴스게릴라상>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100만원씩을 드립니다. 이 자리에서는 <2008 2월22일상>과 <2007 특별상>, 시민기자 명예의 전당, 제2회 대학생 기자상 시상식도 함께 열립니다. 수상하신 모든 분들께 축하인사를 드립니다. [편집자말]
그는 너무도 어려 보였다. 내 눈 앞의 이 사람, 80년대 슈퍼스타 박노준에 대한 기억과 전설의 꼴찌 팀 삼미 슈퍼스타즈의 기억을 마치 어제 일처럼 글로 남겨왔던 사람이 아니던가?

적어도 40대 후반에 배가 좀 나온 아저씨, 어쩌면 흰 머리 수북이 쌓인 달필의 괴짜 할아버지 정도로 생각했던 김은식 기자에 대한 내 예상은 그를 보는 순간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다. 그의 첫인상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서른 중반의 나이에, 그보다는 훨씬 더 앳돼 보이는 얼굴.

'사는 이야기'에 연재한 <맛있는 추억>으로 2002년 올해의 뉴스게릴라상(사는 이야기 부문)을 수상했고 현재 스포츠 기사의 질을 한 단계 높여 놓았다는 평가를 받는 <야구의 추억>을 연재하고 있는 '추억 시리즈'의 주인공으로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외양이었다.

<야구의 추억> 시리즈로 '2007 올해의 뉴스게릴라상' 연재부문 수상자가 된 김은식 시민기자.
 <야구의 추억> 시리즈로 '2007 올해의 뉴스게릴라상' 연재부문 수상자가 된 김은식 시민기자.
ⓒ 오마이뉴스 안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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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가 쓰는 80년대 야구의 추억

놀라움을 뒤로하고 그에게 <야구의 추억>을 기획하게 된 계기에 대해 물었다. 왜 하필 '추억'에 관한 이야기였을까.

그는 "나는 야구선수 출신도 아니고 특별히 야구에 대한 전문성이 뛰어난 편도 아니다"면서도 "1982년 프로야구가 개막될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내게 야구에 대한 추억은 곧 나의 삶에 대한 추억"이라고 말했다.

연고지가 인천이었던 관계로 전설의 꼴찌 팀 삼미 슈퍼스타즈의 어린이 회원이었던 그에게 '꼴찌에 대한 추억'은 더욱 잊을 수 없는 애잔한 기억이었다.

그런데 야구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말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십 수 년이 넘은 오래된 기억의 기록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재현해왔던 그가 아니었던가.

그는 "야구를 직접 해왔던 선수출신이 아닌 이상 야구에 대한 전문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연재 초기에는 잘못된 기록 탓에 몇 번이나 글이 생나무에 오른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요즘도 기사 하나에 꼭 하나 이상씩의 실수를 저지르곤 한다고. 그는 독자들에게 자신의 부족함에 대한 양해를 구했다.

☞  연재 <야구의 추억> 보기

<야구의 추억>을 읽는 독자라면 누구나 그 오래된 기록을 어디서 찾아내는 지가 궁금할 것이다. 그는 KBO(한국야구위원회)나 각 구단관계자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가능하다면 선수 개인과의 인터뷰를 하는 편이라고 한다.

그는 "<야구의 추억>은 훌륭한 선수와 조금은 모자란 기자와 야구를 넘어 옛 시절에 대한 추억을 공유하고픈 독자들이 만들어가는 공간"이라며 "글이 오르고 난 뒤 선수나 선수 가족으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 가슴 뿌듯함을 느낀다"고 한다.

첫 회는 김인식, 100회는 헐크 이만수

지금까지 75회에 걸쳐 연재된 <야구의 추억> 그 첫 회의 주인공은 누구였을까. 야구천재 박노준? 고독한 황태자 윤학길? 그도 아니라면 최고라는 칭호가 가장 잘 어울리는 선동열? 놀랍게도 <야구의 추억> 첫 회의 주인공은 이름도 생소한 MBC 청룡의 2루수 김인식 선수다. 어째서 많고 많은 선수 중에 김인식 선수가 그의 '추억 1번지'였을까?

"어렸을 때 동네골목에서 친구들과 야구를 할 때면 나는 이름이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김인식 선수로 통했다. 어린 마음에 김인식 선수가 참 미웠다. 이만수 같은 홈런왕도 장효조처럼 안타왕도 아닌 단지 잘하는 거라곤 사구(죽을 사자를 써서 몸에 맞는 볼을 일컫는 말)로 걸어 나가는 것이 고작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왜 하필 김인식 선수가 그의 추억 가장 깊은 속에 자리잡고 있는 것일까?

"점점 나이가 들고 오랜 시간 야구를 봐 오면서 김인식 선수가 얼마나 가치 있고 위대한 선수였는지를 깨달았다. 비록 화려한 기록이나 업적을 남긴 선수는 아니지만 누구보다 열정적이었고 팀을 위해 몸을 내던졌던 김인식 선수는 내 야구에 대한 추억의 출발점으로 삼기에 충분했다."

그렇다면 100회로 예정된 <야구의 추억> 영예의 마무리는 과연 누가 장식하게 될지가 궁금해졌다. 아직 확실히 결정된 것은 아니라면서도 그의 입에서 '헐크' 이만수의 이름이 조심스레 흘러 나왔다.

작년 시즌 프로야구 부흥을 위해 '팬티 세리머니'를 자청한 이만수를 보며 야구팬으로서 '감동 이상의 것'을 느꼈다고. 선수시절 감동을 주는 스타였고 은퇴한 지금까지 감동 이상의 것을 안겨주는 슈퍼스타인 그를 영광의 100회 주인공으로 세울 생각이란다.

ⓒ 오마이뉴스 안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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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 추억'보다 '사람의 추억'을 말하고 싶다

김은식 기자가 생각하는 야구란 무엇일까. 한동안 눈을 굴리며 곰곰이 생각하던 그는 "야구란 도자기 굽기와 같다고 생각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한 방향만 보며 앞으로 달려가는 다른 스포츠와 달리 야구란 모두를 똑같은 기준으로 비교할 수 없는 우리 인생과 같은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야구에 대한 추억은 기록에 대한 추억이 아닌 사람에 대한 추억이다."

독자의 입장에서 김은식 기자의 지난 글들을 읽으며 느꼈던 감동과 애잔한 그리움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것이 이름도 가물가물한 옛 시절의 선수를 몇년에 걸쳐 다루면서도 그의 글이 '읽히는' 이유가 아닐까.

내년 초까지 예정된 <야구의 추억>의 대미를 위해 그는 오늘도 추억에 잠긴다. 그리고 그 추억 속에는 단순한 야구 기록보다는 그보다 큰 감동이, 한 명의 야구 스타보다는 사람 냄새 풍기는 우리의 이웃 한 명이 서 있을 것이다.


태그:#김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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