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죤필름

<하늘정원>(2003), <청춘만화>(2006)에 이은 이한 감독의 3번째 작품 <내 사랑>은 옴니버스 영화입니다. 옴니버스 영화란 한 편의 영화가 몇 개의 콩트로 이뤄진 것을 말합니다.

 

국내 개봉된 영화 중에서 <내 사랑>과 유사한 주제와 옴니버스식 구성을 갖춘 최근 영화로는 민규동 감독의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2005)이나 권종관 감독의 <새드무비>(2005)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옴니버스식 영화의 매력은 영화 전편을 아우른 주제를 두고 같은 시간, 다른 장소에서 주인공들이 벌이는 해프닝이 서로 교차하며 감독이 설정한 주제에 접근하는 데 있습니다. 

 

평론가들이나 관객들은 <내 사랑>과 유사한 기존 영화로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을 선택하고 있지만 캐릭터의 유사성, 영화 속 해프닝이나 결말, 동화적 요소를 감안한다면 <내 사랑>은 오히려 <새드무비>와 유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내 사랑>속 연인간 해프닝의 큰 틀을 끌고 나가는 지하철 2호선 기관사 세진(감우성)과 그의 연인 주원(최강희)의 사랑과 이별 방식은 <새드무비>에서 소방관으로 나온 진우(정우성)와 연인 수정(임수정)의 사랑과 이별방식과 매우 흡사합니다. 또한, 첫사랑에 설래어 하는 소현(이연희)과 지우(정일우)간의 만남과 사랑은 수은(신민아)과 상규(이기우)의 서툴디 서툰 사랑방식과 일맥상통한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내 사랑>은 주인공의 직업과 연인간의 해프닝등은 기존의 작품들과 유사하게 설정해 두고 있지만 영화 전개 면에서 두 작품과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습니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과 <새드무비>가 사랑을 주제로 연인들의 현실적인 갈등과 사건들을 코믹하게 다루고 있다면 <내 사랑>은 세진과 주원의 사랑을 중심으로 지극히 동화적인 상상 속에 들어가 있다는 점입니다.

 

동화적 상상력에 의한 전개는 옴니버스 영화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고 관객의 감성을 고조시키는 데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상상력의 과잉과 극 중 캐릭터의 연기력이 상상력과 조화되지 못할 경우 연인간의 사랑과 이별이란 본래의 주제에 접근하지 못할 우려가 있습니다.

 

<내 사랑>은 이런 측면에서 다분히 감독의 의도가 있었다 하더라도 동화적 상상력의 과잉이란 짐을 벗기는 어려울듯 합니다. <씨네 21>의 최하나 기자는 <내 사랑>에 대해서 "빠져들기엔 너무나 안일한 사랑의 찬가"라며 상투적인 에피소드와 평면적 캐릭터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동화적 상상력의 과잉과 평면적인 캐릭터의 전개를 제외한다면 이 영화는 관객들 속에 내재한 첫사랑의 추억과 이별의 아픔을 불러일으키기에는 오히려 전작들보다 충분한 영화로 보입니다.

 

특히, 일생에 한 번 볼까 말까한 ‘개기일식’ 현상을 영화의 모티브로 삼아 연인간의 사랑과 이별 그리고 사랑의 기적을 묶어낸 점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청순 발랄 캐릭터를 무난히 소화해낸 최강희나 이연희의 통통 튀는 매력 역시 <내 사랑>의 큰 볼거리입니다.

2007.12.20 13:57 ⓒ 2007 OhmyNews
이연희 이한감독 새드무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