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란 무엇인가? 소수자는 신체적⋅문화적 특징 때문에 사회의 다른 성원에게서 차별 받는 또는 차별받는 집단에 속해 있다고 인식하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여기에는 여성⋅장애인⋅노인⋅빈민 등의 전통적인 소수자, 외국인 이주노동자⋅혼혈인⋅국제결혼한 배우자 등의 인종적이거나 민족적인 의미의 소수자, 양심적 병역 거부자 등의 신념에 의한 소수자들이 있다.
물론 우리 사회에도 그런 소수자들이 참 많다. 이 가운데 특히 인종적이거나 민족적인 의미의 소수자들에게 한국어 교육은 커다란 의미를 지닌다. 한국어는 그들이 한국사회에서 당당한 인격체로 살아가는 가장 기본적인 바탕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야기, 곧 '한국 사회의 소수자 집단과 한국어'란 주제로 지난 11월 24일 아침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 서울대 사회과학대학에서 2007년 가을 한국사회언어학회 학술대회가 있었다. 학술대회는 먼저 한국사회언어학회 김용진 회장의 개회인사가 있었고, 고려대 박영순, 서울대 왕한석, 연세대 김하수 교수의 기조발표로 시작했다.
박영순 고려대 교수는 “한국 사회의 소수자 집단과 한국어 교육”이란 발표에서 “소수자들에게 한국어 교육을 할 때 한국 문화 설명은 한국어로 할 것이 아니라 각 언어권으로 나누어 학습자 언어로 설명해주면 효과가 증대될 것이다. 그러면 그들이 대접받는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물론 당당하게 의욕적으로 한국어를 배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후 이어진 주제발표는 계명대 김선정, 이화여대 김석향, 상명대 조항록 교수가 맡았다. 특히 김선정 교수는 “국제결혼 이주여성과 한국어”라는 발표에서 “한국어 교육의 목표를 단순히 한국인과의 원활한 소통에만 두지 말고, 다문화사회를 이해하고 각기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조화롭게 더불어 살 수 있는지에 목표를 주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 조항록 교수는 외국인 이주노동자나 국제결혼한 배우자들에 대한 한국어 교육은 그동안 민간단체가 주로 해온 게 사실이라며, 앞으로 이들 민간단체나 위탁교육을 할 대학에 제대로 된 지원이나 보상이 절실하다고 힘주어 주장했다.
이어서 “시각⋅청각 장애인의 법률 접근성, 무엇이 헤치는가?”라는 발표를 한 김희진 국어생활연구원장은 “법령을 읽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많은 법령은 한자⋅어려운 용어⋅동음어⋅모호한 표현 탓으로 장애인들은 법령에 제대로 접근할 수 없었다. 특히 의사소통에 큰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을 배려하는 것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에 토론자로 나선 제주대 김재원 교수는 “한글만으로는 사상 전달이 어려운 측면도 많으므로 한자 지식이 부족한 일반 국민으로 하여금 법령문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한자를 더 익히게 유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주장하자 김희진 원장은 “장애인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쉬운 법령문은 절대 필요하다”고 일축했다.
제1부 주제발표가 끝나고 3 분과로 나눠 제2부 개인발표가 이어졌다. 이중 이화여대 김수현 교수는 “여성 결혼이민자를 위한 한국어 교육 방안”이란 제목의 발표에서 “여성 결혼 이민자는 언어뿐만 아니라 한국의 문화를 이해하여야 한국 사회에서 원만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문화 관련 자료를 제시하여야 한다. 특히 초급 단계에서는 언어 설명만으로는 학습자가 이해하기 어려우므로 시청각 교재를 확보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토론자인 목원대 김슬옹 교수는 외국인과 혼인 비율, 여성 결혼 이민자 출신 국적별 분포, 결혼 이주 여성의 거주지 분포 등의 통계자료를 보여주고, “이런 통계자료를 보더라도 출신과 거주지, 그리고 경제적 조건, 그에 대한 한국 생활에서의 어려움에 대한 제도적, 문화적 검토를 좀 더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한국 안에서의 소수자 문제는 남의 일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일일 것이다. 특히 외국인 이주노동자⋅국제결혼한 배우자들이 우리와 함께 제대로 의사소통을 하며 같이 살아갈 수 있도록 한국어 교육에 모두가 나서야 할 때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한국사회언어학회가 개최한 학술대회는 결코 의미가 작지 않을 것이다.
- 한국사회언어학회는 어떤 학술단체인가?“우리 학회는 1990년에 창립했고, 언어의 사회적인 현상을 다룬다. 창립 초기엔 연구자들이 많지 않은 탓으로 주로 미시적인 것을 다뤘지만 요즘 들어 거시적인 방향이 많다. 언어정책, 소수자 언어, 인류언어학 등의 관점에서 많은 논의를 한다. 일반 국어학에서는 요즘 젊은이들의 대화에서 경어법 체계가 무너지고 예절이 없어진다고 보지만, 사회언어학에서는 경어법 체계가 단순해지는 경향이며, 일반적인 발전방향으로 보는 것이 다르다.”
- 이중언어학회, 국제한국어교육학회 등 비슷한 학술단체들도 있다. 이 학회들과 한국사회언어학회는 어떻게 다른가?“그 학회들은 한국어를 중요하게 다룬다. 하지만 우리는 언어를 보편적인 입장에서 다루기에 영어를 분석 대상으로 삼기도 한다. 사회적 필요에 의해 대화 형식이 좌우된다고 보고 어떤 사회적 요소들이 대화에 개입되어 변화를 주는지 분석한다. 언어 형식과 사회적인 기능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살펴본다.”
- 이번 학술대회의 주제를 “한국 사회의 소수자 집단과 한국어”로 정한 까닭은?
“외국인 이주노동자·국제결혼한 배우자들은 급격히 늘고 있어서 더는 외면 할 수 없게 되었고 그들의 어려움을 함께 안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그들이 가진 가장 큰 문제인 한국어 배우기에 대해 학문적 영역 안에 수렴하고 정보를 제공해 줘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 오늘 한 발표자의 ‘“소수자들에게 한국어 교육을 할 때 한국 문화 설명은 각 언어권으로 나누어 학습자 언어로 설명해주어야 한다”는 주장이 인상에 남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이주자에게 모국어를 버리라고 강요할 수도 없고, 강요해서도 안 된다. 그들의 모국어는 그대로 두고 우리에게도 보여달라고 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그들은 자존심을 간직한 채 한국 사회에 올바로 적응할 것이다.”
- 지금 한국은 인문사회학이 고사할 위기에 몰려 있다. 이를 어찌할 것인가?“학술회의가 자기들끼리만 이야기하고 끝나는 흔히 말하는 ‘그들만의 리그’가 되곤 한다. 그래서는 발전할 수가 없다. 인문사회학 연구 성과가 일반인에게 쉽게 전달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또 그런 점에서 언론이 좀 더 인문사회학에 관심을 두길 바란다. 특히 글 잘 쓰는 사람은 기성 언론보다 인터넷신문에 많은 많은데 그래서 우리는 인터넷신문에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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