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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교사가 교사로서의 자존감을 갖기는 매우 힘들다. 교육에도 시장경제원리가 도입되어 교사들도 다면평가에, 성과급 비율을 높여가고 있다. 거기에다가 학생들은 교사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으며 툭하면 대들고 따지고 교사의 지시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며칠 전 옆에 있는 동료 여교사가 학생을 교무실로 데려와서 훈계를 하고 있었다. 수업시간에 그 학생은 교사의 통제에 따르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하여 수업을 진행하기가 불가능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 학생은 교사에게 아주 불쾌하다는 듯이 꼬박꼬박 말대꾸를 하였는데 무슨 소리인지 잘 들리지는 않았다. 훈계가 끝나고 내 뒤로 지나가면서 "지가 능력이 없으면서 괜히 나한테 신경질이야"라고 하는 것이다. 요즘엔 이런 학생이 너무나 많다.


그 교사는 울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너무나 속상해서 눈물만 펑펑 흘리고 있었다. 그 교사는 평소 열정적으로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이제야 교직생활 일년이 거의 된 초임교사이다. 이런저런 위로를 하다가 이런 말을 했다.


"저도 역시 교사로서의 자존감을 점점 잃어 가고 있습니다. 특히 학교의 조직문화는 공동체적 가치에서 점점 멀어지고, 조직만이 살아있고 인간적 소통은 사라지고 있습니다. 학교 운영에서 교사의 영향과 참여는 오히려 줄어들고, 교육부 교육청 관리자로 이어지는 조직적 지침에 따라 교사들이 움직여야 하는 환경입니다. 학생들은 교과서적인 학습에 점점 흥미를 잃어가고 있구요. 학생들이 이렇게 변한 것은 지금의 사회문화가 그럴 수밖에 없기 때문이겠지요. 이런 현상을 우리 교사들은 빨리 분석하고 이해하면서 거기에 맞게 우리가 변해가야 합니다. 


옛날에 생각하던 교사의 권위는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교직생활을 오래 해야 할 선생님이 교사로서의 자존감을 가질 수 있어야 하는데, 참 어려울 것입니다. 아무리 교육정책이나 교육 조직이 교사의 자존감을 찾는데 방해가 된다고 해도, 항상 학생과 마주하는 것은 교사이기 때문에 교사는 학생을 지도하는 바로 그 시간과 장소에서 그나마 자존감을 찾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생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합니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면, 학생을 주관적이거나, 감정적이거나, 편견을 가지고 대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마음의 수련이 필요합니다.


우선 그 수련의 방법으로 가장 중요하고도 쉬우면서 어려운 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학생들과 개인적으로 대화할 때나 수업시간에 말을 할 때, 항상 정중한 태도로 존댓말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저도 이제야 그것을 느끼고 실천하려고 하는데 20년 이상 반말을 하는 습관이 잘 고쳐지지 않습니다.


선생님은 그것을 꼭 훈련했으면 합니다. 아무리 잘못한 학생을 훈계할 때도  인격체로 존대하면서 남이 보지 않는 장소에서 동등한 자세로 말해야 합니다. 학생은 서있거나 바닥에 무릎 꿇고 앉게 하고, 교사는 의자에 앉아서 훈계나 상담을 해서는 안 됩니다. 학생을 바라보는 눈길이 따뜻하면서도 정중할 때, 학생들은 교사에게 함부로 대들지 않을 것이며, 선생님은 교사로서의 자존감도 깊게 느끼면서 학생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교사가 학생을 지도하는데 갖가지 방법들이 있을 수 있겠으나, 학생을 바라보는 영성의 변화가 없이는 쉽게 실패할 수밖에 없답니다. 결국 훌륭한 교사가 된다는 것은 훌륭한 인간이 된다는 것이겠지요. 선생님 너무 상심하시지 마시고 도를 닦는 과정으로 생각하세요. 선생님은 사랑이 많잖아요? 힘내세요. 저도 교사를 그만두는 날까지 노력해보겠습니다."


태그:#존댓말, #교사와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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