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6강 플레이오프(이하 6강PO)는 큰 경기 경험이 있는 팀들의 승리로 돌아갔다.

 

지난 20일 창단 2년 만에 6강 PO에 오른 경남FC는 포항 스틸러스의 노련한 경기 운영에 선제골을 내준 뒤 어렵게 동점골에 성공하며 경기를 승부차기까지 끌고 갔지만 아쉽게 패하고 말았다. 대전 역시 창단 10년 만에 첫 가을잔치에 초대됐지만 울산 현대의 칼날 같은 두 방에 침몰하며 '일장추몽'(一場秋夢)이 되고 말았다.

 

이들을 꺾고 준플레이오프에 올라온 울산과 포항은 큰 경기 경험이 많은 팀이라 경기에 대한 예측을 함부로 할 수 없다. 울산은 2번 우승을 포함 거의 매년 가을잔치에 단골로 초대되고 있다. 포항 역시 3번이나 우승을 했고 지난해도 플레이오프에 올라온 경험이 있다.

 

[공통점] 핵심 선수의 이적, 고비마다 나타나는 해결사

 

 울산 현대 김정남(좌) 감독, 포항 스틸러스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우). 스타일은 확연히 다르지만, 승리를 자신하는 두 감독 중 누가 웃을까?

울산 현대 김정남(좌) 감독, 포항 스틸러스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우). 스타일은 확연히 다르지만, 승리를 자신하는 두 감독 중 누가 웃을까? ⓒ 이성필·포항스틸러스

두 팀의 색은 겉으로는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울산이 김정남 감독의 안정적인 전술을 바탕으로 변화를 별로 주지 않는 팀이라면 포항은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의 공격적인 성향이 묻어난 팀이다.

 

이 때문에 공격과 수비가 확연하게 대비될 것 같지만 꼭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 올 시즌 두 팀이 걸어온 길이 그렇다.

 

울산은 시즌 시작과 함께 포백 수비를 채택했지만 선수들이 적응에 애를 먹었고 결국 스리백으로 회귀했다. 그 결과 울산은 실점에서 성남 일화(16점), FC서울(18점)에 이어 22점으로 최소실점 3위를 달렸다. 포항 역시 마땅한 풀백 자원이 없는 고민이 지난해 이어 계속 되면서 올 시즌도 스리백을 유지해 경기를 치렀고 어린 선수들이 성장해 그나마 위안거리가 됐다.

 

팀의 중심이었던 선수의 해외 이적 역시 이들을 고민하게 했다. 울산은 '꾀돌이' 이천수(페예노르트)가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로 이적했다. 포항은 올 시즌 시작 전 공격수 이동국(미들즈브러)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로 이적했고 7월 아시안컵을 치르고 돌아온 풀백 오범석(요코하마FC)은 일본 J리그로 임대됐다.

 

이런 가운데 국내 공격수들의 결정적 순간 한 방은 눈에 띄는 부분이다. 올 여름 U-20 청소년 월드컵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했던 울산 이상호는 고비마다 득점에 성공하며 이천수 이후 울산의 간판으로 발돋움할 재능을 보였다. 대전과의 6강 PO에서도 선제골을 작렬해 기를 꺾었다.  

 

포항 이광재 역시 특급 조커로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피 말리는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선제골을 넣으며 3-2 승리를 이끄는 공신이 됐다. 그는 경남과의 6강 PO에서도 교체 투입되자마자 득점에 성공하는 센스를 보였다. 

 

[차이점] 최소한의 변화 '울산' vs. 저돌적인 완성 '포항' 

 

그래도 감독이 추구하는 스타일의 차이는 어쩔 수 없다. 울산의 김정남 감독이 3명의 수비 앞에 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배치해 견고한 벽을 만든 뒤 측면을 돌파를 이용해 공격을 시도한다면 포항의 파리아스 감독은 수비 앞에 공·수를 겸비한 미드필더를 세워 공격에 적극 가담한다.

 

울산은 양 측면의 돌파와 크로스가 장신 공격수 우성용(191cm)과 단신 이상호(173cm)의 머리와 발에 주로 연결된다. 특히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 이종민의 발이 상당히 날카롭다. 여기에 외국인 공격수 알미르가 뒤에서 어슬렁거리며 호시탐탐 득점 기회를 노린다.

 

반면 포항은 미드필드에서 유기적인 패스를 바탕으로 상대의 골문을 위협한다. 플레이메이커 따바레즈가 중원의 패스를 잘 배급해 11도움을 기록하는 등 정규리그에서 포항이 기록한 28득점의 1/3을 이상을 책임졌다. 

 

이러한 스타일은 이들의 경기가 단 한 골에 의한 승부로 마감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알려준다. 올 시즌 네 차례(컵대회 한 경기 포함) 맞붙은 두 팀의 성적은 1승2무1패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최근 2년간 7경기에서 나온 득점이 고작 6골이라는 것은 이들의 경기가 집중력에서 갈린다는 점을 알려준다.   

 

승부는 노장들의 경기 운영에서

 

 포항의 정신적 지주이자 15년차인 김기동(좌)와 울산 공격의 꼭지점이자 12년차인 우성용(우). 산전수전 다 겪은 이들의 노련함이 준플레이오프에서 어떻게 빛날지 주목된다.

포항의 정신적 지주이자 15년차인 김기동(좌)와 울산 공격의 꼭지점이자 12년차인 우성용(우). 산전수전 다 겪은 이들의 노련함이 준플레이오프에서 어떻게 빛날지 주목된다. ⓒ 포항스틸러스·울산 현대

 

29일 단판으로 치러지는 준 PO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한결같은 흐름을 유지하느냐다. 큰 경기 경험이 부족했던 경남·대전은 경기 초반부터 줄기찬 공격을 시도했지만 포항과 울산의 견고한 수비벽을 뚫지 못했고 이후 이들의 역습 한 방에 무너졌다.

 

양팀 다 이것을 잘 알기에, 결국 경기는 노련한 선수들의 활약 여부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고 볼 수 있다.

 

울산은 우성용의 높이를 주심의 마무리 호각이 울릴 때까지 이용해야 한다. 대전과의 경기에서 중앙 수비수 김형일과 계속 치고받으면서도 그의 머리를 이용한 결과 골을 얻을 수 있었다.

 

김정남 감독은 22일 울산 서부구장 클럽하우스에서 한 인터뷰를 통해 “우성용이 너무 열심히 해줬기에 승리할 수 있었다”며 칭찬했다. 김성근이라는 노련한 수비수가 부상으로 빠진 포항은 수비수 황재원, 이창원 등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포항 역시 1993년 유공 코끼리(현 제주UTD)에서 프로로 데뷔해 14년간 선수생활을 이어오고 있는 김기동의 움직임이 중요하다. 김기동은 수비에 치중하다가도 순간적으로 공격에 침투해 올 시즌 4골을 만들기도 했다. 노련한 그가 수비형 미드필더 둘을 무너트린다면 포항의 패스는 더욱 강해질 것이다.

 

양팀 모두 플레이오프 상대인 수원을 만나고 싶어한다. 수원 역시 누구든 기다리고 있다. 과연 어느 팀이 승리해 웃으며 31일 저녁 빅버드에서 또 한 번의 일전을 치를지 지켜볼 일이다.

2007.10.27 09:41 ⓒ 2007 OhmyNews
프로축구 준PO 김정남 감독 파리아스 감독 수원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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