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과 20일 전주에서는 아주 특별한 영화상영이 이루어졌다. '다니엘 고든 전'이 그것이었다. 그러나 다니엘 고든이라는 다소 생소한 이름의 감독보다 더욱 눈길을 끌었던 것은 그 뒤에 붙은 부제때문이었다. 바로 ‘북한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전주국제영화제의 지프테크를 담당하고 있는 신동환씨를 지난 18일 전주국제영화제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로부터 이번 행사를 기획하게 된 취지, 동기 아울러 그가 꿈꾸는 영화제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음은 인터뷰내용을 요약정리한 것.

 지프 테크지기 신동환씨

지프 테크지기 신동환씨 ⓒ 안소민


안소민(이하 안)

: "다니엘 고든이라는 감독도 생소하지만 그의 영화에 더욱 눈길이 간다. 북한을 주제로 한 작품인데 어떻게 기획하게 되었나."
신동환(이하 신) : "제목에 '북한'이라고는 했지만 북한의 사상이나 체계, 사회구조 등에 대해 다룬 작품이 아니다. 북한 사회에 살아가고 있는 보통 평범한 북한 사람들의 일상을 다룬 것이다.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구나'라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했다. 이를 통해 평소 우리가 북한사회나 북한 사람들에게 가졌던 거리감이나 위화감 같은 것을 최소화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 "북한 사람들의 일상을 다룬 것이라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인가."
: "이번에 상영하게 된 다니엘 고든 감독 작품은 총 세 개다. <어떤 나라> <천리마 축구단> <푸른눈의 평양시민>이다. 이중에서 <어떤 나라>는 북한에서 하는 메스게임 있지 않나. 왜,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논란을 일으켰던 '아리랑'같은 집단무용 같은 것이 여기에도 등장한다. 거기에 참여하는 사춘기 소녀 두명이 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메스게임을 연습하면서 느끼는 고단함, 피곤함, 지루함 여기에 사춘기 소녀들만이 갖고있는 일상탈출의 욕구라든지 호기심, 연습을 빼먹고 놀고싶은 충동 같은 것이 아주 생생하게 담겨있다. 그들의 감정은 우리나라 사춘기 소녀들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보다보면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 "다니엘 고든의 작품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언제인지."
: "2년 전 부산국제영화제에서였다. 그때 처음 본 것이 <천리마 축구단>이었는데 내가 알지못했던 북한 사람들의 일상을 담은 작품을 보고 약간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우리가 의외로 모르는 '그들의 삶'

 JIFF테크에 소장되어있는 자료들. 원한다면 언제든 볼 수 있다.

JIFF테크에 소장되어있는 자료들. 원한다면 언제든 볼 수 있다. ⓒ 안소민




: "평소 북한에 관심이 많았나보다."
: "그랬던 건 아니다. 정말 우연히 접하게 되었다. <천리마축구단>을 본 뒤 그의 작품들을 하나둘씩 챙겨서 보기 시작했다. 북한뿐 아니라 내가 모르는 미지의 세계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면 강하게 끌린다. 아마 그것이 다큐멘터리가 가지는 매력이 아닐까싶다."

: "남북정상회담이 두차례 열리면서 북한에 대한 인식이 차츰씩 긍정적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추세다. 이번 행사도 그러한 분위기에 일조하지 않을까 싶다."
: "이번 영화제는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기 한참 전에 이미 계획된 것이었다. 사실 남북정상회담이 두차례 열리고 예전보다는 북한에 대한 인식이나 관심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실상 북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우리가 아는 게 없다. 생각해보라. 북한 사람들이 어떻게 생활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정서를 갖고 있는지 의외로 잘 알지 못하고 있다. 많이 안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알지 못하는 곳 그것이 바로 북한 사람들의 삶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영화는 그들의 정서와 삶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지않을까 싶다."

: "전주가 알고보면 보수적인 경향이 강한 도시다. 여기에서 북한에 관한 영화를 계획한다고 했을 때 어려움은 없었는지."
: "없었다. 앞서 말했듯이 이 작품들은 북한의 사상이나 체제를 주입한다거나 강요하기 위한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영화들이 아니다. 따라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전주시민들이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많이 봐줄까 그게 걱정이다.(웃음)"

: "극장이나 서점, 카페 등에 홍보를 꽤 많이 했더라. 물론 다양한 계층의 많은 사람들이 보길 바라겠지만 그중에서도 특별히 어떤 부류나 계층이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지."
: "학생들보다는 기성세대들이 더 많이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한글자막을 입히는 중. 쿠바영화가 한창이다.

한글자막을 입히는 중. 쿠바영화가 한창이다. ⓒ 안소민




: "이번에 실시하는 '다니엘 고든전'은 전주국제영화제 지프테크에서 실시하는 것으로 알고있다. 지프 테크에서 하는 사업을 간단히 소개한다면?"
: "지프 테크의 역할을 크게 두가지로 나뉠 수 있다. 하나는 아카이브(자료의 보관, 수집)적인 측면과 또 하나는 정기 상영전 등 일반인에게 영화를 상영하는 것이다. 현재 전주시네마테크 예술영화전용관 건립을 추진중에 있는데 시네마테크가 건립되면 예술영화나 다큐멘터리, 단편영화, 독립영화 등 보다 다양하고 폭넓은 영화를 접할 수 있는 창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이 사무실만 해도 꽤 많은 영상자료가 보관되어있는 것 같다. 어떤 것들이 있나?"
: "역대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품들이다. 4회부터 8회까지 웬만한 작품들이 다 있다. 하나하나 모두 한글 더빙작업을 거쳤다. 나중에 시네마테크든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전주 일반인에게 소개될 날만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우수단편영화컬렉션 개최하고 싶다"

: "이곳에서도 영화감상이 가능하다고 들었는데."
: "장소가 협소하고 미진하다는 단점이 있긴 하나 미리 신청한다면 원하는 영화는 언제든 볼 수 있다. 자료는 풍부하다. 20명 이상의 단체로 신청하는 경우 이곳 지하에 마련되어있는 소극장에서 관람할 수도 있다."

: "포스터를 보니 2004년에는 지프테크 기획전으로 프랑소와 오종 감독전이 열렸다. 또 그 외 어떤 감독들이 이 자리를 통해 소개되었나."
: "2005년에는 기타노 다케시 감독전을 개최했다. 2006년에는 남기웅 감독과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전을 열었다. 또한 작년에는 전국의 유수 단편영화제 수상작들을 모아 전북대 씨너스극장에서 개최한 적이 있었다."

: "반응은 어땠나."
: "의외로 좋았다. 당시 관객점유율이 80~90%를 기록했다. 그때 깨달은 사실은 전주에도 좀 더 다양하고 새로운 영화를 갈망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었다. 할리우드 영화나 상업영화뿐만 아니라 좀더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영화들이 많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그리고 또한 그것을 함께 누리고 싶고 누릴 권리를 가지고 있다. 명색이 국제영화제를 여는 도시인데 그 정도는 해야하지 않겠나.(웃음)"

 JIFF테크 사무실이 있는 복도

JIFF테크 사무실이 있는 복도 ⓒ 안소민




: "개인적으로 추진하고 싶은 영화제라든지 감독전이 있다면?"
: "내가 원래 단편영화, 다큐멘터리에 관심이 많다. 전국 각처에서 열리는 단편영화제들의 우수작들을 모아서 소개하고 싶다. 작년에도 하긴 했지만 좀더 규모있고 알차게 꾸려보고싶다. 단편영화중에서도 관객들에게 미처 소개도 되지 못하고 그냥 묻혀지는 명작들이 허다하다. 그런 작품들을 발굴해 소개하고 싶다."

: "단편영화제가 그렇게 많나?"
: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 서울미장센영화제, 강원도 국제 평화 영화제 등 굉장히 많다."

: "좋아하는 감독은 누가 있나?"
: "김기덕 감독을 좋아한다. 그의 작품 <악어>를 보고 매료되었다. 그런 류의 영화를 좋아하고 또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다."

전주국제영화제와 북한영화의 특별한 인연
국내최초로 영화제에서 북한영화 상영... 김춘송 감독의 <살아있는 영혼들>

 <다니엘 고든 전> 포스터

<다니엘 고든 전> 포스터 ⓒ JIFF테크

다큐멘터리 제작자인 다니엘 고든은 2003년 영화 데뷔작인 <천리마 축구단>으로 왕립TV협회와 세빌영화제, 시애틀국제영화제 등에서 수상하고 영국독립영화상, 그리어슨상 등에 노미네이트 되었다.

그 성과로 그는 2003년 수개월간 평양에 머물면서 <어떤 나라>를 찍어 평양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한 것을 비롯하여 트라이베카, 암스테르담, 멜버른, 시드니, 싱가폴, 부산영화제 등 다수의 국제영화제에 초청되어 호평을 받았다.

이번 <다니엘 고든 전>에서는 총 4작품을 상영했다. <천리마축구단>은 1966년 런던 월드컵에서 세계적인 축구 강호 이탈리아를 1:0으로 꺾고 8강 진출을 이뤄낸 북한축구단의 후일담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어떤 나라>는 북한 최고행사인 '전승기념일' 매스게임에 참여하는 여중생 두명의 연습 모습과 평양에 사는 중산층 가정의 일상생활이 여과없이 담긴 다큐멘터리다.

<푸른눈의 평양시민>은 최근 국내에 개봉되어 화제가 되었던 월북한 4명의 미군병사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다니엘 고든이 작품 외에 홋카이도 조선학교 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은 김명준 감독의 <우리 학교>가 함께 상영되었다.

전주국제영화제와 북한영화의 인연은 특별하고도 깊다. 전주국제영화제는 2003년 김춘송 감독의 <살아있는 영혼들>을 상영하여 국내 영화제에서 처음으로 북한영화제를 소개한 바 있다. 그 뒤 2005년 특별상영 섹션을 통해 일본의 독도침략에 대한 독도 수호 가족이야기인 <피묻은 약패>, 북한 TV 방송극으로 북한 가정의 일상사를 조명하는 <어서 오세요> 그리고 고려청자의 아름다움과 장인정신을 노래한 <청자의 넋> 이상 3편의 북한 영화가 제6회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일반 관객과 만난 바 있다. <자료참고 : 지프테크>



덧붙이는 글 선샤인뉴스에도 올립니다 (http://sunshinenews.co.kr)
JIFF 테크 다니엘 고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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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픈 것은 삶이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도스또엡스키(1821-1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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