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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1부터 자취를 하였다. 자취집은 내 집이 아니다. 내가 돈을 주고 살지만 내 뜻에 따라 살기보다는 주인 뜻에 맞추어야 한다. 이런 자취생활을 혼인전까지 했으니 20년을 했다. 억울하고 답답한 일이 한두 번 아니다. 사람들이 왜 자기 집을 그토록 원하는지 자취생활을 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집이라는 공간에 대한 집착도 이런데, 인간이 자신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사람답게 사는 것인지 고민한다. 이를 '주체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주체성을 넓혀 국가와 민족의 주체성에 대한 고민을 해보는 것도 흥미 있을 것이다. 탁석산씨가 <한국의 정체성>에 이어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006' <한국의 주체성>을 통하여 그 답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의 주체성> '2007년 남북정상선언'은  과연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를 자주와 주체적인 구성원으로 살게 할까? 우리는 반만년 역사라 자랑하지만 주인으로 우리의 역사를 일구면서 살아온 날들이 거의 없는 우리이다. 이 책을 읽는 이들은 어쩌면 기분이 굉장히 나쁠 수 있다. 우리는 '약소국이다.' '우리는 주인으로 살아오지를 못했다.' '한국은 강대국이 될 수 없다.' 저자의 강한 주장 앞에 흥분할 수밖에 없다. 특히 탁석산씨는 우리끼리 할 수 있다는 주장을 강하게 비판한다.

 

"자력 갱생이라는 구호 뒤에는 언제나 외세에 대한 두려움이 도사리고 있다. 자신 있다면 외국과의 교역이나 교류를 피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교역을 장려하고 될 수 있는 대로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많이 살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남북한 모두 외국인을 두려워한다. 약자의 설움, 두려움 속에 몸을 움츠린 채 입으로는 혼자 할 수 있다고 외치는 모습이 바로 자력갱생의 한 단면이 아닐까?"(본문 18쪽)

 

북한이 가장 강조하는 말이 '우리끼리'다. 우리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북한은 우리끼라 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여기서 한국의 주체성이란 단순히 우리끼리만 뭉치고, 외국의 문물은 받아 들이지 않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어떤 이들은 무조건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기를 원한다. 어쩌면 우리가 더 나은 삶을 살아가려면 미국 51번째 주가 되면 더 좋을지 모른다. 그럼 강대국이 되면 좋을까? 저자는 단호히 말한다.

 

"나는 한국이 강대국이 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의 정치, 경제, 문화, 교육 등 모든 분야의 제도와 관행들이 선진국이나 강대국이 될 수 있는 여건과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가? 판단력을 갖춘 사람이라면 그렇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본문 36쪽)

 

우리는 지금까지 선진국, 강대국이 되기 위하여 노력했다. 정치인가 지도층 인사들은 강대국이 될 수 있는 논리를 펼친다. 하지만 그들의 행동과 생각을 접해보면 강대국과 선진국이 될 마인드가 전혀 없다. 돈과 군사력만 있으면 강대국이 될 수 있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강대국이 아니더라도 주체성을 가진 나라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탁석산씨는 주장하고 있다.

 

"약소국이면서 국가의 운명을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주체적 국가를 건설하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약소국과 주체적인 국가는 양립 불가능한 개념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약소국이면서 주체적인 국가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려운일지만 논리적으로 모순된 것은 전혀 없다."(본문 39쪽)

 

이는 주체적으로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체성이란 주인으로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취생활 중에 가장 슬픈 일은 내가 주인이 아니기에 모든 결정은 주인이 한다는 것이다. 주인은 중요한 결정을 자신이 한다. 주체성을 가졌다는 것은 자기 결정을 자기가 하는 것을 의미한다. 약소국이라 할지라도 우리 스스로 우리의 문제를 결정하면 된다. 하지만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나왔듯이 평화체제를 우리들만으로는 할 수 없다. 약소국의 서러움을 깨달은 순간이지만 우리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분명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그 길은 무엇인가?

 

탁석산씨는 우리가 주체적으로 산다면 어떻게 사는 것인지 말한다. 우리가 삶의 주인으로 사는 길은 무엇일까? 독특한 입장을 제시한다.

 

한글전용, 국가기반시설 지키기, 환경오염에 대한 선진국 책임 추구 등등이다. 한글전용에서 한국어 표기 난립은 정체성과 주체성 혼란을 야기시켰음을 지적한다. 공기업과 한국기업 보호. 외국에 할 말은 하는 나라가 되는 것이 진짜 주체적인 나라임을 강조한다. 약간은 산만한 느낌을 받지만 <한국의 정체성>과 함께 <한국의 주체성>을 읽는다면 한국인이란 무엇이며, 한국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한국의 주체성> 탁석산 ㅣ 책세상


한국의 주체성

탁석산 지음, 책세상(2000)


태그:#주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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