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즌 우승! SK 와이번스 공식 홈페이지는 2007 프로야구 정규시즌 우승 소식을 메인에 내걸었다.

▲ 정규시즌 우승! SK 와이번스 공식 홈페이지는 2007 프로야구 정규시즌 우승 소식을 메인에 내걸었다. ⓒ SK 와이번스


SK 와이번스가 2007 프로야구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했다.

SK는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방문경기에서 선발투수 케니 레이번(33)의 6.1이닝 1실점 호투를 발판삼아 7-2로 승리했다. 이로써 SK는 올시즌 8개 구단 가운데 처음으로 70승(5무 46패) 고지를 달성하게 됐다. 승률은 프로야구에서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는 6할대(.603)를 기록했다.

이 경기 전까지 매직넘버(1위 팀이 우승을 하는데 필요한 승수) 1을 기록하고 있던 SK는 LG전 승리로 매직넘버를 없앴다. SK는 2위 두산 베어스와 4.5게임차를 유지하고 있어 남은 5경기를 모두 지고 두산이 남은 3경기를 모두 이기더라도 0.5게임차로 앞서게 된다.

65세 김성근 감독, 정규리그 처음 우승

“꼭 우승을 차지하겠다.”

김성근 SK 감독(65)은 2002년 LG 감독을 역임한 이후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 코치를 거쳐 4년 만에 현장에 복귀했다. 나이가 적지 않은 김 감독은 사실상 현역 감독으로 ‘마지막 기회’를 잡은 셈이었다.

그만큼 우승에 대한 집념도 강했다. 김 감독은 1972년 실업 야구팀인 기업은행 감독을 시작으로 충암고, 신일고 감독을 거쳐 프로야구 출범 이후 다양한 프로팀 감독을 맡기도 했으나 우승은 없었다. 그래서인지 SK 사령탑을 맡은 김 감독의 목표는 단연 우승이었다.

"감독님 사랑해요." 우승을 확정지은 SK 선수단이 리베라 호텔에서 가진 축하연에서 김성근 감독을 헹가래치고 있다.

▲ "감독님 사랑해요." 우승을 확정지은 SK 선수단이 리베라 호텔에서 가진 축하연에서 김성근 감독을 헹가래치고 있다. ⓒ SK 와이번스



1984년 OB 베어스(현 두산) 감독을 역임했던 김 감독은 이어 태평양 돌핀스(1989~1990년), 삼성 라이온즈(1991~1992년), 쌍방울 레이더스(1996~1999년), LG 트윈스(2001~2002년)를 거치며 지도자로서 경력을 쌓아왔다. 특히 쌍방울의 1996년과 1997년 포스트시즌 진출은 전력의 열세를 극복한 김 감독의 지도력이 단연 빛났던 대목으로 알려져 있다.

다행히도 시작부터 SK와 김 감독의 궁합은 좋았다. SK는 매년 가진 전력에 비해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던 팀이어서 선수들의 훈련량을 유독 강조하는 김 감독의 스타일은 큰 도움이 될 수 있었다.

결국 시즌 초반부터 돌풍을 일으킨 SK는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하며 한국시리즈 직행이라는 결실을 거머쥐었다. 김 감독은 우승을 확정한 28일 KBS N 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선수들이 스스로 의욕을 가지고 임해줬기 때문”이라며 소감을 밝혔다. 16년 프로야구 감독 생활을 했던 김 감독도 정규시즌 우승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승 원동력은 든든한 3선발과 신구의 조화

우승의 기쁨은 이런 것. 김성근 감독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SK의 우승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사진 왼쪽부터 명영철 SK 와이번스 단장, 김성근 감독, 김신배 SK 텔레콤 사장, 신영철 SK 와이번스 사장.

▲ 우승의 기쁨은 이런 것. 김성근 감독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SK의 우승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사진 왼쪽부터 명영철 SK 와이번스 단장, 김성근 감독, 김신배 SK 텔레콤 사장, 신영철 SK 와이번스 사장. ⓒ SK 와이번스



SK가 우승을 할 수 있던 배경에는 김 감독의 지도력과 함께 좋은 성적을 내준 선수들이 있었다. 특히 2명의 외국인 선수 영입이 성공으로 드러나며 팀의 상승세에 큰 도움을 줬다.

영입부터 다른 구단과 ‘쟁탈전’을 벌였던 레이번은 17승(2위) 7패 3.31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해 명실상부한 SK의 에이스로 발돋움했다. 마이클 로마노(35) 또한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11승 4패 3.81의 평균자책점으로 선전했다.

지난해에 이어 토종 에이스의 역할을 해내고 있는 채병용(25)도 11승 8패 평균자책점 2.81(2위)의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 구원진의 윤길현(24)과 조웅천(36)은 각각 18홀드와 16홀드로 자신의 몫을 다했고 마무리 정대현(29)은 25세이브를 거두는 동안 무려 0.98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해 ‘짠물투’를 유감없이 과시했다.

한편 타자 중에서는 크게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가 없었지만 무엇보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반갑다.

.326의 타율로 타격 부문 4위를 차지하고 있는 정근우(25)는 지난해보다 월등히 향상된 장타력(.402→.494)을 중심으로 급성장했다. 팀내 홈런(16개)과 타점(66개)을 석권한 ‘소년장사’ 최정(20)도 머지않은 장래에 중심타자로서 성장이 기대되는 고무적인 활약을 펼쳤다. 그밖에 박재상, 나주환, 박정권, 이재원, 조동화, 김강민과 같은 선수도 각자 제 몫을 다해 주었다.

부동의 안방마님 박경완(35)을 비롯해 베테랑 선수들의 활약도 빛났다. 뒤늦게 합류한 이호준(31)은 .312의 타율과 13홈런 66타점을 기록해 ‘4번 타자’의 갈증을 풀어줬고 박재홍(34), 이진영(27)과 같은 선수는 고참 선수로서 좋은 플레이를 보여줬다.

성적뿐 아니라 흥행까지 성공하며 ‘연타석 홈런’

우리는 팬사랑 SK 와이번스는 팬사랑이라는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으로 경기에 나설때도 있다. 사진은 정근우(왼쪽)와 나주환이 팬사인회를 하는 장면.

▲ 우리는 팬사랑 SK 와이번스는 팬사랑이라는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으로 경기에 나설때도 있다. 사진은 정근우(왼쪽)와 나주환이 팬사인회를 하는 장면. ⓒ SK 와이번스



SK는 올해 초, ‘스포테인먼트(sportainment)’를 앞세워 관중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의 합성어인 스포테인먼트는 단순히 성적뿐만 아니라 팬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요소를 적극적으로 가미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SK는 국내 최고의 시설을 자랑한다는 문학구장을 홈으로 쓰고 있음에도 열성적인 팬층을 확보하지 못해 고심이 많았다. 인천 야구팬은 기존 연고 구단인 현대 유니콘스가 서울 입성을 위해 수원으로 옮겨간 이후 야구에 대한 무관심이 커졌다. 이들을 흡수할 무언가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었다.

이에 SK는 스포테인먼트의 일환으로 야구계에서 잔뼈가 굵은 김성근 감독을 선임했고 이만수 수석코치(49)를 데려와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나아가 팬들의 사진 촬영과 사인 요청을 특별한 이유 없이 거부할 경우 50~1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한다는 내규까지 만들었다. 마침 초반부터 성적이 상위권을 유지하는 호재를 맞이하며 인천 야구팬들은 서서히 SK에 대해 마음을 열었다.

SK가 얼마나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는 관중동원으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SK는 2007 프로야구가 400만 관중을 돌파한 26일까지 64만6576명(평균 1만429명)을 동원해 전년대비 98%의 큰 성장을 보였다. 이는 SK측이 목표로 내건 45만9000명을 140%나 초과달성한 놀라운 결과다.

드디어 우승 28일 LG전 승리로 정규시즌 우승을 이끈 SK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SK의 정규시즌 우승은 창단 8년 만에 처음이다.

▲ 드디어 우승 28일 LG전 승리로 정규시즌 우승을 이끈 SK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SK의 정규시즌 우승은 창단 8년 만에 처음이다. ⓒ SK 와이번스



이번 SK의 성적과 흥행 ‘연타석 홈런’은 좋은 구장과 편리한 시설 속에서 뛰어난 팀 성적을 거둘 때는 팬들이 야구장을 찾게 되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여기에 팬들을 위한 서비스가 이어질 경우 그 효과는 더욱 커진다는 것을 잘 말해주고 있다.

김 감독은 “이제 한국시리즈를 준비하겠다”며 한국시리즈 우승에 대한 출사표를 던졌다. 공교롭게도 김 감독과 창단 8년을 맞이한 SK는 모두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가 없다. 야심차게 출범한 SK의 스포테인먼트가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화룡점정’을 찍을지 기대된다. 이제 야구팬들의 관심은 서서히 포스트시즌을 향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필자 블로그
http://aprealist.tistory.com
SK 와이번스 스포테인먼트 프로야구 김성근 한국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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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동작구위원장. 전 스포츠2.0 프로야구 담당기자. 잡다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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