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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 시절 책상 취침습관이 이럴때 도움이 되는군요.
 중고등학교 시절 책상 취침습관이 이럴때 도움이 되는군요.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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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청량리역에는 밤 10시가 넘어서도 밤새 강원도를 향해 달리는 새벽기차가 있습니다.
그 야심한 밤에는 빨리 달릴 필요가 없는지 다행히 비싸고 좁은 KTX가 아닌 넉넉한 좌석의 '서민 기차' 무궁화호 열차입니다.

최근(8월 22일) 무궁화호에 자전거를 싣고 강원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대략 6시간을 꼬박 달리는 기차에서 입석 혹은 자유석의 남녀노소 손님들이 기차 칸 사이 공간에 신문지를 깔고 앉아 가고 있네요. 저도 자전거를 입석 손님들 자리에 묶어놓고 앉아 자전거 프레임을 책상삼아 자면서 갔습니다.

좌석은 예매해서 끊었지만 기차 실내가 너무 환해서 도저히 잠이 안오더군요. 덕분에 제 자리옆 복도에서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던 두 청년이 땡잡았지요. 심야 기차는 손님들의 수면을 위해 밝기를 조금 낮추면 안 될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묵호역은 바닷가와 나란히 마주보는 낭만적인 철길을 가졌습니다.
 묵호역은 바닷가와 나란히 마주보는 낭만적인 철길을 가졌습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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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몽사몽 간에 기내 방송으로 들려오는 정거장들 이름이 스쳐지나갑니다. 양평, 영월, 망상. 그 끝에는 묵호항이 가까운 묵호역이 있습니다. 새벽녘에 눈 비비며 내리면 아담한 묵호역과 소담한 항구 묵호항의 불빛이 정겹게 반겨주지요.

묵호역 부근에 분식점을 비롯한 몇 개의 식당들이 저같은 손님들을 위해 그 시간에도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도 편의점들이 있구요.

묵호항구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니 찻길에 차들도 없고 금방입니다. 강원도의 새벽공기를 마시며 가보니 그 이른 시간에도 항구에는 부지런한 어부님들과 상인들이 벌써 여기저기 보입니다.

그분들을 위해 비치된 것 같은 바다를 향해 난 야외 쇼파에 기대어 '뻘쭘'하게 앉아 졸고 있으니, 이 새벽의 외지인이 반가운지 신기한지 자전거에 대해 물어보기도 하고 (제 자전거가 미니벨로라는 작은 자전거라 그런 것 같습니다.) 경매인들의 조합사무실에서 자판기 커피도 타다 주시니 달고도 고맙게 마셨네요.

오전 6시쯤 항구에 배가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활기를 띄는 묵호항엔 다양한 물고기들과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예전같지 않은 수의 오징어들과 쥐포의 원형인 쥐치 등등의 현장 경매가 벌어집니다. 그 현장이 도시인에겐 흥미롭습니다.

이날 벌어진 동해시 북평오일장은 원석같은 투박한 아름다움이 느껴집니다.

갈매기들과 함께 항구로 퇴근하시는 어부님들
 갈매기들과 함께 항구로 퇴근하시는 어부님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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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선이 항구에 도착하면 땡땡 종소리가 울리면서 작은 경매판이 벌어집니다 - 물고기들을 싣고 갈 산소통을 단 리어카가 이채롭습니다.
 어선이 항구에 도착하면 땡땡 종소리가 울리면서 작은 경매판이 벌어집니다 - 물고기들을 싣고 갈 산소통을 단 리어카가 이채롭습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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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포의 원형인 쥐치 - 핸드폰 크기의 앙증스런 물고기로서 수컷은 머리에 일종의 등지느러미인 뿔도 달렸습니다.
 쥐포의 원형인 쥐치 - 핸드폰 크기의 앙증스런 물고기로서 수컷은 머리에 일종의 등지느러미인 뿔도 달렸습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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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호항 부근 바닷가가 안마당인 하평마을에 있는 정겨운 민박집입니다.
 묵호항 부근 바닷가가 안마당인 하평마을에 있는 정겨운 민박집입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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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시 북평오일장에서 만난 강원도의 맛 - 배추전, 메밀전병
 동해시 북평오일장에서 만난 강원도의 맛 - 배추전, 메밀전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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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를 뒤흔들 예정인 뻥튀기 탄생의 순간
 장터를 뒤흔들 예정인 뻥튀기 탄생의 순간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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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다녀온 곳을 추천하면서 요약해보겠습니다.

서울 청량리발 밤 10시 40분 마지막 기차를 타고 새벽 4시반쯤 묵호역에 내려서 새벽 묵호항에서 부산한 아침을 맞고 주변 동네에서 아침밥을 먹고 바닷가가 안마당인 하평마을에서 민박을 하거나 아니면 바로 동해시를 향해 갑니다.

동해시 북평동에 있는 북평오일장 (매달 3일, 8일이 들어가는 날 열림)을 구경하고 애국가에 나오는 추암해변을 향해 갔습니다. 저는 아직 힘이 남아 삼척시까지 가서 삼척시장도 구경했습니다. 서울로 돌아올때는 삼척버스터미널에서 버스에 잔차를 싣고 올라 왔지요.

삼척시는 여행계획에 없었지만 추암 해변앞 관광안내소 여직원이 삼척에 꼭 가보라고 하면서 서울가는 삼척버스터미널과 운행시간까지 친절하게 알려주어서 힘을 내서 가게 되었습니다.

여행에선 이런 의외성이 또 재미있는것 같아요.

묵호항에서 동해시 가는길엔 자전거 도로가 있어 좋았고 추암해변을 거쳐 삼척까지 가는 길에 오르기 힘든 언덕들이 별로 없어 신나게 달리기 좋습니다.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제 미니벨로 자전거로도 그리 힘들지 않고 멀지 않은 거리입니다.
새벽기차를 타니 하루코스의 자전거 여행으로도 충분합니다. 요즘은 기차에 잔차를 잘 실어주니 그냥 떠나도 묵호행 강원도 여행은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 다음의 자전거 여행을 위해 남겨둔 좋은 곳이 있습니다. 동해역에서 가까운 무릉계곡과 삼척시에서 가까운 새천년 해안도로입니다.



태그:#묵호항, #강원도 , #북평오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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