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아프가니스탄에서 피랍되었다 석방된 19인이 2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기자회견에 앞서 사과의 뜻으로 인사를 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피랍되었다 석방된 19인이 2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기자회견에 앞서 사과의 뜻으로 인사를 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전문수

관련사진보기


피랍자들이, 오늘(2일) 오전 6시 36분에 귀국 했습니다. 일단 고생했다는 것은 사실이니만큼, 가족들과 회포도 풀고 푹 쉬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피랍자 들은 지금, 그 악몽 같은 40여 일이 빨리 잊혀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질 것입니다. 하지만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인생에 있어서 어쩌면 영원히 잊혀질 수 없는 일인 것은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지금 누리꾼들 여론이 장난이 아닙니다.

심지어는 "계란·토마토 등 던질 것들이 다양하다“는 이야기까지 오갑니다. 물론, 설마 하니 경찰이나 공항 경비대, 취재진들이 북적일 인천국제공항까지 가서 그런 행동을 할 사람들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가 오간다는 것은 무엇이겠습니까? 누리꾼들은 여전히 '분노'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아마, 빨리 가라앉지 않을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누리꾼들이 제기하는 '의혹'이 너무 많기 때문이며, 우리 정부의 발표와 외신 보도가 다른 경우도 많았고, 가슴 졸였을 피랍자 가족들의 발언이 오히려 누리꾼들을 더욱 분노를 부추기는 일도 있었습니다.

누리꾼들은 왜 '분노'했으며, 그들이 제기하는 '의혹'은 무엇일까요? 그들을 위해서라도, 분노의 원인과 의혹은 공개적으로 제기돼야 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누리꾼, 언론에 대한 분노

<오마이뉴스> 이병선 기자의 '피말리는 '아프간 피랍' 취재, 그 아쉬움과 한계'라는 기사를 보면, 언론이 왜 그렇게 ‘무기력’했는지 잘 알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일단, 외신보도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습니다. 납치 사건 발생 직후, '우리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정부에 비자 발급 중지를 요청했으며, 들어갈 수 있는 루트도 원천봉쇄했다'고 합니다.

이병선 기자는 추가로, '정부의 방침을 거역하고 아프간에 들어간다 해도 정작 협상이 벌어지고 있는 가즈니주에는 도저히 접근할 수 없고, 수도 카불의 호텔방에 틀어박혀 현지인을 고용해 수집한 단편적 정보를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말합니다.

이병선 기자는, 기사를 통해 '보도행위 자체가 협상과정에 이용되며, 협상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었다'는 것을 비교적 진솔하고 담담하게 밝혔습니다. '탈레반의 세계 언론을 향한 언론플레이를 봉쇄하기 위해, 우리 정부는 언론에 '사실 여부를 확인해주지 않았던 경우도 빈번했다'고 하는군요.

아마, 많은 국민들이 이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병선 기자도 한 가지 놓친 것이 있습니다. 국민이 언론에 '분노'한 이유는 정작 따로 있었습니다.

탈레반은 지난 1일 아프간 이슬라믹 프레스(AIP)를 통해 발표한 한국인 인질사태 관련 성명에서 "우리의 행동은 미국이 아프간 국민에게 자행하고 있는 야만적 행위에 대한 반작용"이라며 "한국 정부는 200명의 군대를 아프간에 파견해 미국이 주도하는 연합군의 작전을 돕고 있다. 가장 위험했던 것은 피랍됐던 23명의 한국인들이 아프간에 기독교 선교 목적으로 왔다는 것. 아프간 사람들은 죽을지언정 종교를 바꾸지는 않는다"라고 명확하게 밝혔습니다.

애초에, 언론과 샘물교회 측은 피랍자 들의 정체에 대해 '의료봉사단'이라고 밝혔지만, 이를 믿는 국민들은 거의 없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것을 믿기엔, 우리 국민들은 '한국식 선교'의 일상적인 폭력을 너무 많이 경험해 뚜렷하게 알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제 추측으로는, 의료봉사단이라는 보도 역시 우리 정부의 협상 전략 차원에서 제시된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탈레반 역시 닳고 닳았습니다. 인질을 석방하는 그날까지, '선교단'이라는 것을 성명을 통해 밝히고 있습니다. 부수적인 요소지만, 통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게다가, 언론의 보도 방향은 여전히 피랍자들에게 우호적인 편이라는 누리꾼들의 판단도 언론에 대한 분노의 이유 중 하나일 것입니다. 언론이야 당연히 그런 보도 방향을 견지해야만 합니다만, 아쉽게도 누리꾼들은 이제 언론을 신뢰하지 않는 경향이 강합니다.

특히나, 누리꾼들로서는 분노 여론이 대다수라고 판단했음에도 그 여론이 보도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피랍자들은 앞으로도 힘든 시간을 보낼 것이라는 생각부터 들게 되더군요.

납치 정황, 피랍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다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피랍되었다 석방된 19인이 2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후 기자회견을 하던 중 여성 피랍자들이 참담한 표정을 짓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피랍되었다 석방된 19인이 2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후 기자회견을 하던 중 여성 피랍자들이 참담한 표정을 짓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전문수

관련사진보기


그동안 지배적으로 알려진 납치 정황은 '버스에서 내려 30분간 카라바그 지역의 레오나이 시장을 둘러보다가 납치당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뉴스위크>지가 가진 탈레반 고위 지휘관과의 인터뷰에서 알려진 것이며, 일본 <마이니치 신문>은 '주민의 제보로 탈레반이 기다리다가 납치해간 것'이라는 보도까지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피랍자 중의 1명인 유경식씨가 이 보도를 부인했다고 알려졌습니다. 그는 기자회견을 통해 "카라바그로 가는 도중 버스에서 절대 도중에 내리지 않았다. 운전사가 아는 사람 2명을 태우겠다고 해 잠시 멈추긴 했어도 지역 시장에 내려 사진을 찍고 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마쟈리샤리프에서 카불에 19일 오전에 도착한 뒤 카불에서 아침을 먹으려고 잠시 멈춘 적은 있지만 칸다하르로 가는 도중에 멈춘 적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피랍자들은 '시장 산책 부인'이라는 관점에서는 일관적인 발언을 보이고 있습니다만, 세부적인 납치 상황에 대해서는 서로 말이 달라 누리꾼들의 의심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유경식씨는 "운전사가 태운 아는 사람 2명이 갑자기 돌변해 총을 꺼냈다"고 했지만, 고세훈씨는 "2명의 동승객은 같이 인질로 잡혔고 그 후에는 어떻게 됐는지 모른다”고 밝혔습니다. 앞뒤가 안맞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피랍자들의 발언을 전적으로 믿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좀 더 명확한 진상이 밝혀져야 합니다.

서명화씨의 '바지 피랍 일지'도 의심 대상?

서명화씨는 탈레반의 감시를 피해 바지 안쪽에 몰래 썼다는 피랍일지를 공개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누리꾼들은 그것 역시 믿지 않고 있습니다.

탈레반이 몸수색 과정에서 인정이나 편의를 봐줬을 리는 없었을 것인데, 판단에 따라서는 흉기나 자살도구로도 활용할 수 있는 볼펜을 어떻게 끝까지 감출 수 있었을 것이냐는 점입니다.

물론 일지를 보면, '경수 책 노트 볼펜 모두 수거'라는 부분이 있다지만, 앞서 이야기했듯이 흉기나 자살도구로도 활용될 수 있는 볼펜을 며칠 지나고 나서야 수거해갔다는 점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것입니다.

누리꾼들은 ▲생사의 위협이 가장 극에 달해 있을 첫날부터 일지를 쓴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고, ▲글씨와 줄 간격이 지나치게 가지런하고 차분하며, ▲언제 풀려날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발목부터 조금씩 써내려 갈 텐데 저 일지는 허벅지 부분부터 써져 있다, 등의 다양한 관점의 예를 들여 '진위 여부'를 의심하고, 혹은 토론하고 있습니다.

탈레반에 정말 '몸값' 제공했나?

전세계 외교관들의 발언이 심상치 않습니다. 특히, 미국과 캐나다, 독일 등이 '직접 협상'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뉘앙스를 남기는 발언을 했던 것입니다. 그 반응에 맞춰, 정부가 부인하고 있는 '몸값 제공'에 대한 의심을 품고 있던 누리꾼들은 이제 '확신' 단계로 나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캐나다는 어떤 경우라 할지라도 테러리스트와 직접 협상은 하지 않는다." -맥심 버니어 캐나다 외무 장관
"독일 정부의 행동방식에는 변화가 없을 것." -독일 메르켈 총리
"(직접 협상이) 위험한 선례가 될 것 같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건 한국 정부가 말할 사안"이라 대답 -미 국무부 톰 케이시 부대변인

아랍권 위성방송 알 자지라는 아프간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한국 정부가 인질 석방을 위해 탈레반에 2000만 파운드, 우리 돈 약 380억 원을 줬다는 소문이 있다'고 보도했고, 일본의 아사히신문은 아예 '탈레반이 인질 1인당 10만 달러를 요구해, 결국 한국 정부가 200만 달러, 우리 돈 약 19억 원을 주기로 합의했다'고 확신 보도까지 합니다.

이 상황에, 누리꾼들의 의심을 더하는 것은, 정부가 이례적으로 구상권 청구까지 할 방침이라는 발표까지 했다는 사실입니다. 아주 이례적인 일입니다. 누리꾼들이 줄곧 주장해왔던 것이며, 실제로 일본에서 전례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전격적으로 '구상권 청구'를 발표했다는 것 자체가 뭔가 의미심장한 것은 사실입니다.

'피랍자' 걱정한다면, '피랍자 가족'은 자중해야...

아프가니스탄에서 피랍되었다 석방된 19인이 2일 오전 귀국한 뒤 고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 씨의 영정을 앞세우고 인천공항에서 나가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피랍되었다 석방된 19인이 2일 오전 귀국한 뒤 고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 씨의 영정을 앞세우고 인천공항에서 나가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전문수

관련사진보기


지금 누리꾼들의 분노가 어느 정도냐면, 그들의 식사 장면이 뉴스에 보도되면서 어느 여성피랍자가 미소를 보였다는 것 자체까지 비판할 정도입니다. "어쨌든 두 사람이 죽었는데 웃으면서 밥을 넘길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감정이 극에 달한 상황이며, 이들이 한국에서 어떤 상황을 맞이할지 예상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누리꾼들은 지금 피랍자 들의 '이 후'에 대해 '반기독교 감정'이 반영된 주문까지 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아니라 정부와 세금이 구해준 것이므로, 피랍을 매개로 간증하러 다니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이들이 돌아와서 보여주는 행동과 발언 하나하나가 중요해질 이유입니다. 아주 신중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피랍자 가족'들이 누리꾼들의 분노에 불씨를 던지고 있습니다. 구상권 청구에 반발하거나, 정부에 소송을 걸겠다는 식의 반응이 일각에서 엿보이고 있는데, 여론을 알고 있고, 진심으로 피랍자들의 안정을 원한다면 무조건 자중해야만 합니다.

'진정한 선교'는 진심어린 봉사

매년 연말마다, 구세군 냄비에 100만원씩 기부하는 어느 이름 모를 아름다운 분이 계십니다. 누군지도 모르지만, 사람들은 매년 연말마다 그를 기다리며 칭찬합니다. 진짜 봉사, 진짜 기부는 이런 것입니다.

지금 한국 개신교에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런 마음입니다. 진정어린 봉사와 기부가 행해진다면, 굳이 '예수천국 불신지옥' 외치지 않고, 남의 집 문 두들기지 않고, '나는 하나님의 자식'이라고 자부하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알아서 호감가질 것입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개신교에게서도 김수환 추기경과 조계종 총무원장이 음악회에서 손을 맞잡고 노래를 부르는 아름다운 장면을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불교도 가끔씩 주지 자리를 놓고 폭력사태가 빚어지면서 비난을 받는 일이 있지만, 그렇다고 그 비난의 강도가 이렇게까지 '전국민적'이지는 않습니다. 뭔가 잘못됐다는 겁니다. 이제, 제발 인정해야 할 때입니다.

두 번 다시 이런 끔찍한 일이 벌어지지 않아야 합니다. 하지만 그에 앞서, 개신교가 변화의 움직임을 보여줘야 할 때입니다. 피랍자들의 건강을 기원하면서, 좀 더 깊이 생각하길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한국식 선교' 논란, #한국식 선교, #피랍자 귀국, #아프간, #탈레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