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대표팀이 한국축구가 결국 이루지 못한 4강 신화의 꿈을 달성할 수 있을까. 조별리그 일정을 모두 마감하고 드디어 토너먼트에 돌입한 2007 국제축구연맹 17세 이하 월드컵에서, 와일드카드로 16강에 합류한 북한은 '무적함대' 스페인을 맞이하여 이제 8강행에 도전한다.

조별리그에서 드러난 대륙별 판도에서 가장 열세를 드러낸 지역은 아시아였다. 남미의 경우 출전 4개국이 모두 16강행에 성공했고, 아프리카도 토고만이 탈락했을 뿐, 나이지리아·가나·튀니지 모두 조별리그를 자력 통과하며 만만찮은 전력을 과시했다. 유럽의 경우 비교적 약체인 아이티와 벨기에를 제외하고 스페인·잉글랜드·독일·프랑스 등 '전통의 강호'들은 모두 이름값을 했다.

어린 선수들의 경기인 만큼 겉보기에는 전력차이가 크지 않은 것 같았지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드러난 수준차이는 분명히 존재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선수비 후역습을 기본으로 강한 체력과 조직력 위주의 축구로 승부했던 아시아팀들에 비하여 신체조건이 뛰어나고 개인기가 좋은 아프리카와 남미팀들, 기본기와 조직력에 충실한 유럽팀들을 상대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노련미와 창의성에서 격차를 드러냈다. 신체조건상 동양 선수에 비하여 성장과 발육이 일찍 완성되는 서양 선수들의 차이도 원인으로 이야기 할 수 있다.

아시아의 경우 출전 5개팀 중 3개팀(시리아,타지키스탄, 북한)이 16강에 올랐으나 모두 와일드카드로 턱걸이했다. 그나마 아시아에서 전통의 강호로 꼽히던 한국과 일본이 나란히 탈락의 고배를 마시며 동아시아팀 가운데서 남은 것은 이제 북한뿐이다.

북한은 이른바 '죽음의 조'로 불리던 B조에서 잉글랜드·브라질·뉴질랜드와 함께 편성되었음에도 1승1무1패라는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특히 첫 경기에서 강호 잉글랜드를 상대로 종료직전 극적인 동점골을 작렬한 것이 16강행의 첫 분수령이 되었다.

북한은 기술적인 면에서는 그다지 세련되지 않았지만, 체력과 투지·정신력 면에서 강한 면모를 드러냈고 세트플레이의 완성도와 고비에서 포기지 않는 악착같은 집중력이 돋보였다. 다만 브라질에게 대량실점을 허용한 장면에서 보듯, 좁은 공간에서 빠른 침투패스 한 번에 수비 조직력이 급격하게 무너지고, 종종 선수들이 볼만 보다가 대인방어를 놓쳐서 위기를 자초하는 경험부족을 노출하기도 했다.

스페인은 북한이 간신히 비긴 잉글랜드를 이미 유럽예선에서 1-0으로 꺾은 바 있는 강팀이다. 조별예선에서도 2승1무로 C조 수위를 차지하며 아르헨티나를 2위로 밀어낼 정도로 막강한 전력을 과시했다. 설사 스페인을 넘는다 할지라도 8강에는 튀니지-프랑스전(29일 오후 5시 창원)의 상대가 기다리고 있어서 대진 상의 행운은 토너먼트 내내 기대하기 어렵다.

스페인은 두 번째 경기였던 시리아전에서 상대의 견고한 수비와 체력전 위주의 빠른 역습에 상당히 고전하기도 했다. 공격에 비해 수비 조직력이 그리 좋은 팀이 아니고, 팀의 간판스타이자 바르셀로나 유스팀 소속의 보얀 크릭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파고들어야 한다. 북한은 철저한 선수비 후역습 중심의 전략을 바탕으로 스페인의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후반 70분 이후에 승부를 걸어야할 전망.

북한 축구가 만일 스페인을 잡을 수 있다면 가히 66년 월드컵에서 성인대표팀이 이탈리아를 꺾고 8강에 진출한 이래 최대의 성과가 될법하다. 객관적인 전력 면에서 열세지만 토너먼트는 단기전인 만큼, 어린 선수들이 활약하는 17세 월드컵에서 북한이 이변을 일으킬 잠재력은 충분하다.

역시 골 결정력이 떨어지는 만큼, 장기 세트플레이와 역습 찬스에서 한 골로 승부를 거는 것이 절실하다. 잉글랜드와 뉴질랜드 전에 모두 교체 투입되어 각각 극적인 동점골과 결승골을 작렬하며 일약 해결사로 떠오른 림철민의 활용 여부가 최대 변수다.
2007-08-28 10:18 ⓒ 2007 OhmyNews
북한 U-17 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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