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구아트
2001년 초에 <용가리>가 개봉되었을 때, 부푼 기대감을 갖고 세종문화회관에서 수많은 초등학생들과 함께 용가리를 보았다. 심형래의 열혈팬인 어린 학생들의 왁자지껄함 속에 <용가리>를 제대로 감상하기가 상당히 어려웠지만 특수효과만큼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물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비하면 여러 가지 면에서 부족한 점이 눈에 많이 띄었지만 새로운 도전에 게으른 우리나라의 영화 기획, 제작 현실을 생각하면 심형래 감독의 도전은 눈부셨다.

6년 6개월 만에 드디어 오랫동안 고대했던 <디 워>를 아침 일찍 보았다. 특수효과, 이야기, 배우들의 연기 등이 <용가리>에 비해 얼마나 좋아졌을지 너무 궁금했다. 조선시대 그림으로 시작한 <디 워>는 아리랑 음악과 심형래 감독의 에필로그로 끝난다. <용가리>에 비해 모든 것이 진일보했지만 여전히 많은 문제점과 짙은 아쉬움을 남긴다.

일부 기자들이 지적한 대로 특수효과에 비해 이야기 구조나 전개, 짜임새가 모두 엉성하고, 전체적으로 특수효과에 등장인물의 캐릭터와 이야기가 종속된 느낌이다. <용가리>에 비하면 미국 배우들의 연기나 이야기가 좋아진 것이 사실이지만 그래도 <디 워>의 시나리오가 탄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여자 주인공의 이름인 '새라'가 <터미네이터 1, 2>의 '새라(사라) 코너'를 연상시키듯이, 악한 이무기 '부라퀴(순우리말 : 몹시 야물고 암팡스러운 사람. 자신에게 이로운 일이면 기를 쓰고 덤벼드는 사람)'의 추종세력 우두머리는 자유자재로 변신을 하는 <터미네이터 2, 3>의 'T-1000'과 'T-X'를 떠오르게 한다. 또한 '부라퀴' 군단과 전투 장면은 <반지의 제왕>과 <킹콩>을 연상시킨다.

전체적으로 이야기가 너무 단순하고,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를 전혀 살리지 못했으며, 일부 장면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식상함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한국시장을 점령한 <스파이더맨3>, <캐리비안의 해적3’>, <슈렉3>, <트랜스포머>, <다이하드 4.0>를 다 본 기자에게 <디 워>는 많은 문제점과 짙은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놀라움과 희망을 전해주었다.

영화가 끝났는데도, 단 한 명도 나가지를 않고, 심형래 감독의 에필로그 자막을 끝까지 다 읽은 수백 명의 관객과 그들의 박수소리는 <디 워>와 심형래 감독, 영구아트무비의 승리이자, 한국영화의 희망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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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워>를 보는 내내 가장 놀라운 것 네 가지가 있었다.

첫째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제작비의 5분의 1도 안 되는 300억 원(순제작비)으로 대한민국 최고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버금가는 특수효과를 선보였다는 것이다.

둘째는 우리 것을 세계에 알리고자 하는 심형래 감독의 집념과 의지다. 조선시대 그림, 아리랑, 부라퀴, 심씨네 동물원, 용과 이무기, 16세기 조선시대의 포졸과 부라퀴 군단, 석가모니상, 전통 가옥과 옷, 전생 등등 대부분 미국 배우들이 연기를 한 작품이지만 영화 곳곳에서 우리의 것을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심형래 감독의 집념과 의지를 느낄 수 있는 흔적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셋째는 제이슨 베어(Jason Behr : 이든 역), 아만다 브룩스(Amanda Brooks : 새라 역), 로버트 포스터(Robert Forster : 잭 역), 크리스 멀키(Chris Mulkey : 프랭키 요원 역), 크레이그 로빈슨(Craig Robinson : 브루스 역), 엘리자베스 페나(Elizabeth Pena : 린다 요원 역) 등 우리의 눈에도 익숙한 할리우드 유명 배우들이 여러 명 출연을 했고, <용가리>에 비해 미국 배우들의 연기가 전체적으로 상당히 좋아졌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어떤 영화제작사나 감독도 미국과 전 세계 영화시장을 겨냥해서 할리우드 유명 배우들을 캐스팅한 심형래 감독과 같은 시도를 한 적이 없다.

넷째는 미국의 대도시 LA 한복판이 영화의 주된 공간이라는 것이다. 많이 알려진 것처럼 심형래 감독이 영화 촬영을 위해서 직접 아놀드 슈왈츠제너거 주지사에게 팩스, 메일 등을 여러 번 보낸 끝에 간신히 전투장면을 LA 시내에서 촬영할 수 있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어떤 감독도 영화를 위해 이러한 시도와 노력을 한 적은 없다. 심형래 감독이 유일하다.

이러한 놀라움은 <디 워>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점과 짙은 아쉬움을 충분히 압도했다. 아직 우리나라의 영화가, 심형래 감독의 작품이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시장에서 인정을 받을 정도로 뛰어난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는 못하다.

하지만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창조적이고 다양한 시도와 열정적인 노력을 하기보다는 우물 안 개구리처럼 비슷비슷한 주제와 소재의 영화를 반복적으로 양산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영화 기획, 제작, 연출자들에게 <디 워>와 심형래 감독은 자극이 될 뿐만 아니라 충분한 방향성과 가능성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우뢰매 시리즈>, <영구와 땡칠이 시리즈>, <영구와 공룡 쮸쮸>, <드래곤 투카>, <티라노의 발톱>, <용가리> 등을 제작 또는 출연한 심형래 감독의 <디 워>는 횡적(단면적)으로는 여전히 많은 문제점과 짙은 아쉬움을 남겼지만, 심형래 감독의 작품들과 인생 여정(충무로의 무시와 외면, 각종 사기, 고소 사건 등)을 기준으로 바라본 종적(입체적)인 관점에서는 매우 놀랍고 희망적이다.

새로운 시도와 발전을 추구하는 심형래 감독과 영구아트무비 직원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디 워>가 미국 시장뿐만 아니라 전 세계 시장에서도 크게 성공할 수 있기를 염원한다.

덧붙이는 글 | 김동진 시민기자는 <숫자로 들춰본 세상(돈 있는 사회, 돈 없는 사회 : 어떤 사회가 살기 좋은 사회일까?)>(도서출판 물푸레)의 저자이며, 코리아교육문화컨설팅(김동진의 대학진학컨설팅) 대표입니다. 
야후 블로그(http://kr.blog.yahoo.com/kdong87)에서 더 많은 영화비평과 다양한 입시정보 및 논구술 대비에 커다란 도움이 되는 여러 분야의 좋은 글들을 많이 보실 수 있습니다.

2007-08-01 14:01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김동진 시민기자는 <숫자로 들춰본 세상(돈 있는 사회, 돈 없는 사회 : 어떤 사회가 살기 좋은 사회일까?)>(도서출판 물푸레)의 저자이며, 코리아교육문화컨설팅(김동진의 대학진학컨설팅) 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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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들춰본 세상> 저자, ThinkHard교육공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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