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주시청 조정부의 건승을 기원하며 엄지를 힘차게 올려보이는 강기배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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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일 2시간에 걸친 오전 훈련이 끝난 뒤 아름다운 진양호가 바라다보이는 연습사무실에서 진주시청 조정부 강기배(39) 감독을 만나 시원한 녹차를 한잔 했다. 긴장된 마음을 살짝 옆으로 제쳐 놓고, 감독생활하면서 어렵고 힘든 점과 추억에 오래도록 남아있는 재미난 일들, 그리고 선수들을 가르치면서 일어났던 일 등에 대해 자유롭고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감독으로서 어려운 점들이 많으실 텐데요.
"선수들이 남자 같으면 소주 한 잔 하면서 서로 대화도 하고 속마음도 털어놓고 그럴 텐데 감독이 남자라서 그런지 선수들이 마음속에 뭔가를 꾹 담아 놓고 속을 털어놓지 않을 적에는 그게 참 갑갑하고 그때가 저로서는 제일 힘듭니다."

-그때는 어떻게 합니까.
"실업팀이라 선수들이 나이가 있어요. 주장의 경우는 20대 후반입니다. 맏언니에요. 맏언니격인 주장이 후배들을 잘 이끌어 주는 편입니다. 후배들도 잘 따르고. 주장의 도움을 받아 어려움을 극복하기도 합니다. 제 부족한 면을 주장이 많이 보충해 줍니다. 고맙지요. 그래서 팀워크도 분위기도 좋은 편입니다."

-사모님께서도 그런 점에서는 도움을 주지 않습니까.
"아내가 스포츠 세계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어떤 문제에 봉착했을 때는 여성의 심리와 행동에 대해서 제가 많이 물어보고 참조하기도 합니다. 나름대로 힘이 되기도 합니다."

"선수 수급 어려워 타지역 출신들로 구성"

▲ 아름다운 진양호를 배경으로 환하게 웃음을 터트리는 조정팀의 주역들.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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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애로사항은 없습니까.
"전국에 실업팀이 15개 정도 있는데 우리는 지방팀이다 보니까 선수 수급하기가 힘이 듭니다. 선수가 7명 정도 있어야 하는데 선수보강을 다 못해서 현재 5명뿐입니다. 그 중에서 진주 출신 선수는 1명밖에 없습니다. 전부 타지방에서 왔습니다. 좋은 선수들은 자신의 고향팀에서 먼저 차출해 갑니다. 타지방에 안 뺏기려고 합니다. 조정경기는 팀워크가 정말 중요한데 어떻게 해서 타지방 선수들을 데려와도 서로 호흡을 맞추는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힘이 너무 듭니다. 실업팀이라 빨리 성적도 내야 하는데. 또 서울, 경기 지역에 비해 예산도 많이 딸리고요."

-그 문제에 대해 조금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죠.
"현재 여자부 조정경기에서 경기대학교, 서울송파구청, 충주시청이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 팀들은 선수들이 8~9명 정도 되는데 선수들이 대부분 같은 고향 출신이에요. 지금 고등부에서 가장 잘하는 팀이 충주여고입니다. 충주여고가 5년 연속으로 금메달 2개를 따고 있는데 그 학생들이 졸업 후 전부 충주시청으로 가버립니다. 충주시청에는 충주여고 출신밖에 없습니다. 8~9명 선수들이 다 그렇죠. 그래서 충주시청이 강하고 그 팀을 꺾기가 힘듭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다져진 팀워크와 실력이 실업팀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는 거죠.
"그렇죠. 그래서 충주시청이 우리나라 최강팀이 될 수 있는 겁니다. 여자 대학팀으로는 경기대학교 하나밖에 없습니다. 우수한 선수들이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경기대학교 밖에 갈 수 없으니까 당연히 강력한 팀이 되는 거죠. 충주시청과 경기대학교 두 팀을 이길 팀이 없을 정도입니다. 그 팀들이 1~2위를 하고 저희 같은 팀들은 그 옆에서 정말 분발해서 나름대로 괜찮은 성적을 내고 그럽니다."

▲ 연습을 실전처럼 최선을 다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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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그럼 이런 힘든 환경에서 좋은 성적을 낸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군요.
"선수들도 자기 고향을 떠나 진주까지 와서 훈련하고 고생을 하다 보니 오기가 나서 자신의 고향팀들을 한번 이겨보겠다는 욕심을 갖습니다. 그러다 보니 훈련도 자발적으로 더 열심히 하고 호흡도 서로 맞추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서 조금씩 좋은 성적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진주시청팀은 어떤 종목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까.
"싱글스칼과 더블스칼에서 계속 좋은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감독님도 선수생활하셨죠.
"대학교 시절 선수생활을 했습니다."

-감독생활 몇 년째인가요.
"대학 졸업 후 26살 때부터 코치를 했습니다. 올해 제가 39살이니까 한 14년 정도 됐네요. 선수 시절까지 포함하면 20년이 넘는 것 같습니다."

-청춘을 조정과 함께 했군요.
"그런 셈이네요."

-진주시청에서만 감독생활을 했습니까.
"처음에 왔을 때는 진주시청과 더불어 진양고등학교와 진주여고도 함께 맡았습니다. 그러다 선수들이 많아지면서 각 학교에 코치가 부임하게 되었죠. 그래서 지금은 진주시청만 전담하고 있습니다."

-혹시 나이가 들면서 선수들을 가르치는데 달라진 것은 없습니까.
"저도 선수 출신이니까 젊을 때는 선수들과 함께 뛰고 그랬습니다. 그때는 운동의 능률이랄까 이게 나왔는데, 이제 나이도 들어가니까 몸이 선수들을 따라가지 못하는 거예요. 선수들은 뛰어가는데 나는 자전거 타고 뒤따라 가게 되데요. 아, 이렇게 되니 선수들에게 미안도 하고 능률 면에서도 조금씩 떨어져요. 그리고 선수들에게 뭐라고 해야 되는 것도 두 번 할 것을 한 번 하게 되고 그렇게 되데요. 하하~"

▲ 훈련중에 선수들의 보완점을 가르쳐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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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선수들은 사이클, 역기, 마라톤 다 할 수 있어야"

-훈련시에 중점을 두는 사항은 있습니까.
"기본기가 없으면 더블스칼시에 함께 배를 탈 수 없어요. 선수들이 함께 배를 탈 경우에는 동작은 물론 숨 쉬는 것까지 서로 박자를 맞춰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허리나 하체, 상체의 체력이 다 좋아야 합니다. 다른 스포츠 경우는 상체만 뛰어나도 되는데 조정은 육상, 헬스, 수영 등 모든 운동을 다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기본기와 체력이 종합적으로 뛰어나야 합니다."

-전천후 운동선수가 되어야 합니까.
"그렇죠, 조정선수들이 사이클 선수를 해도 잘합니다. 하체가 좋기 때문입니다. 역기도 들고 자전거도 타고 러닝도 하고 그럽니다. 우리 선수들은 진주시장기 마라톤 대회에 나가도 2~5등까지 저희 선수들이 다 합니다. 그 정도로 못하는 게 없습니다. 그러니까 조정선수들은 모든 운동을 다 해야 합니다."

-그러면 선수들이 힘들어하지 않습니까.
"선수들이 많이 힘들어해요. 그래서 훈련이 힘들고 싫증이 날 때쯤이면 긴장을 풀기 위해 레크리에이션도 하고 축구나 볼링도 합니다. 긴장과 이완을 적절하게 조율합니다."

▲ 신세대 산수화에는 '조정'도 등장할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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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난 일화도 많으실 것 같은데요.
"처음에 코치 생활할 적에 시합에 나갔는데 하도 파도가 많이 쳐서 시합하는 도중에 배가 4대 중 3대가 물에 잠겨버렸어요. 배가 낮으니까 파도가 치면 배 안으로 물이 들어오거든요. 물론 배 앞과 뒤로 공기압이 들어가 있어 완전히 가라앉지는 않습니다만. 그래서 중간에 시합이 중단되었죠. 코치생활 초기라 그때가 기억에 강하게 남아있어요."

-그렇군요. 근데 공기압이 들어가 있는 곳이 배 앞뒤 뾰쪽한 부분인가요.
"그렇죠. 앞뒤 양쪽이죠."

-지금도 자랑하고 싶은 멋진 대회는 없습니까.
"10년 정도 넘은 것 같은데 아마 그때가 부산 전국체전이었을 겁니다. 그때 저희들 목표는 금메달 1개였습니다만 전 종목이 결승에 올라버렸습니다. 난리가 났죠. 근데 시합 당일 파도가 많이 쳤어요. 무사히 두 개의 금메달을 따내고 무타포아와 싱글스칼 경기가 남았었는데 파도 때문에 그만 배가 물에 빠져 버렸죠. 그래서 결국 골인지점까지 못 들어왔습니다. 정말 아쉬웠습니다. 너무 안타까웠죠. 결승전이니까 나머지 2개 종목도 어떻게 골인지점까지 들어왔으면 더 멋진 대회가 되었을 텐데 물에 빠져 아쉽고. 그래도 금메달을 2개나 따고 전종목을 결승전까지 올랐으니 대단한 대회였죠."

-파도가 치지 않았으면 전 종목을 다 석권했을 수도 있었겠네요.
"꼭 그렇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노력한 만큼 결과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그런 아쉬움은 남아있죠."

-그래도 전종목 결승전에 금메달 2개는 대단하네요.
"그때가 영광스러웠죠. 코치 맡은 지 4~5년 되던 때였죠."

▲ 산도 사람도 배도 한마음,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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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젓다가 선수들끼리 부딪히는 경우는 없습니까.
"거꾸로 보고 배를 젓기 때문에 뒤가 안 보이니까 서로 부딪히는 상황도 발생합니다. 배가 부딪히면 약해서 꾸겨지게 됩니다. 시합에서도 그런 경우도 있습니다. 많은 팀들이 오니까."

-배가 비쌀 것 같은데 가격을 물어봐도 되나요.
"괜찮습니다. 대답을 해드리죠. 한 명 타는 것은 1400만원에서 1800만원 정도 하고 2명 타는 것은 2400만원 정도 합니다. 4명 타는 것은 3000만원에서 3200만원 정도 합니다. 국내에서는 아직 시합용 배가 생산이 안 되므로 주로 독일에서 수입해 가져 옵니다."

-주로 연습은 진양호에서 하나요.
"평일에는 진양호에서 연습하고 주말에는 남강에서 하고 있습니다."

-진양호가 엄청나게 넓군요.
"길이가 12km 정도 됩니다. 왕복으로는 24km 정도 되죠. 선수들이 연습시 배 타는 거리가 대충 25km 됩니다."

-요즘 날씨가 더운데 언제 연습을 합니까.
"여름에는 더워서 아침 7시에 나가서 2~3시간 정도 연습하고, 오후에는 3~5시 사이에 배를 타지 않고 체력강화 위주의 트레이닝을 합니다. 해가 질 무렵에 다시 배를 타고 수상훈련을 합니다. 하루에 3번 훈련을 합니다."

▲ 조정은 속도전, 남보다 몇 초라도 빨리 달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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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하면 몸의 전체적인 균형 잡혀"

-어느 계절이 가장 훈련하기 좋습니까.
"봄이 가장 운동하기 좋습니다. 시합이 4월에서 10월까지 있습니다. 주로 따뜻한 시기에 시합이 있죠. 겨울에는 바람이 많이 불고 파도가 쳐서 시합을 못하니까. 그러니 더워도 배를 타고 훈련을 해야 합니다."

-여름에 배를 타고 연습하는 모습을 보면 시원하게 보이는데요.
"하하. 보는 사람들은 멋지고 시원하게 보입니다만 훈련하는 선수들은 많이 힘듭니다."

-추운 겨울에는 연습을 어떻게 합니까.
"계단도 오르내리고 러닝도 하고 체육관에서 트레이닝 위주의 근력운동을 합니다."

-선수들이 특별히 좋아하는 음식은 없나요.
"저희들은 음식도 만능입니다. 아무거나 다 잘 먹고 좋아합니다."

▲ 동료는 한 몸 한 형제

ⓒ 조우성

-올해 남은 대회는 있습니까.
"8, 9, 10월에 있습니다."

-얼마 안 남았군요.
"그래서 강도 높게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일반인들이 조정을 한다면 어떻습니까.
"요즘 웰빙이다 해서 운동을 많이 하는데 이게 레저로 참 좋습니다. 조정이 전체 근육을 쓰는 운동이기 때문에 몸이 멋지게 만들어집니다. 몸의 전체적인 균형이 잡히게 되죠. 조정선수들을 보면 전부 미끈하게 잘 빠졌습니다."

-감독님 보니까 그런 것 같군요.
"하하. 저는 아니고요."

-조정경기만의 매력을 말씀하신다면.
"다른 경기처럼 조정경기는 심판의 개인적 견해에 의해 크게 좌우되지 않습니다. 예선전을 거쳐 결승전에 6팀이 올라가는데 6팀이 모두 똑같은 출발점에서 2km를 달립니다. 출발점에서 2km에 이르는 골인지점까지 정해진 레인이 있습니다. 그 레인을 따라 가야 됩니다. 다른 사람의 영향을 받지도 않고 다른 사람이 장난을 칠 수도 없습니다. 오직 자기 실력만큼만 결과를 낼 수 있죠. 조정은 정말 신사적인 운동입니다."

▲ 휴우~ 오늘 훈련 끝! 유유히 돌아오는 선수들

ⓒ 조우성

-특별히 하고 싶은 말씀이라도 있습니까.
"영국에서는 조정경기가 아주 유명합니다. 유학이나 이민 가는 사람들이 조정을 배워서 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외국에서는 운동을 하나 해야 하는데 조정을 잘하면 점수를 잘 받아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고 그러데요. 하지만 국내에서는 조정에 대해 잘 모르고 있습니다. 제가 조정을 하고 있다고 그러면 사람들이 무슨 조정을 하느냐며 물어요. 많이 홍보가 되고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희들도 시민들이 체험할 기회를 많이 가질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조정배 타기 체험 행사 안내
더운 여름 시원하게 보내 볼까요

진주시청 조정부는 시민들이나 관광객들을 위해서 금, 토, 일 오전에는 진양호에서 훈련을 하고 오후부터는 일부러 촉석루 앞 남강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또 시민들을 위해 조정 배 타기 체험 행사도 벌이고 있다.

평일에는 점심때나 퇴근시간에 진양호 사무실로 직접 가면 배를 시승할 수 있다. 진양호 쪽 사무실은 '베니스 레스토랑' 바로 밑쪽에 있다. 주말에는 가족들과 함께 문화예술회관 앞쪽 남강변 쪽으로 가면 레저용 조정배를 탈 수 있다. 조정부 사무실이 문화예술회관 야외무대 앞쪽 남강변 둔치 쪽에도 있는데 거기로 가 신청을 하면 체험이 가능하다. 전화상 문의는 안 되고 직접 가야만 된다.

배를 탈 적에는 양복 등 정장으로는 안 되고 물에 젖어도 되는 간단한 복장이면 좋다. 시민들은 레저용 배를 타는데 뒤집어 지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고 구명조끼를 입고 체험을 한다니 안전에는 별 이상이 없을 것 같다. 한번 배를 타고 나가면 30분에서 1시간 정도 걸리지만 금방 배를 탈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한 1주일 정도 노 젓는 법 등 기초 교육을 받아야 탈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직접 자신의 배를 사서 레저로 즐길 수도 있는데 보통 레저용 배값은 300~500만원 정도 하며 수명이 20~30년 정도로 오래간다고 하니 한번 사 놓으면 평생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더운 여름철에 조정을 한번 체험해 보는 것도 시원하게 여름을 보낼 수 있는 좋은 방법일 것 같다. / 조우성



2007-07-10 15:57 ⓒ 2007 OhmyNews




진주시청 조정부 강기배 감독 진양호 조정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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