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즌 162경기를 치르는 메이저리그에서 좋은 타자를 구별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 중 하나는 3할-30홈런-100타점이다. 정확한 선구안과 클러치능력 그리고 강력한 힘을 겸비해야만 가능한 3할-30홈런-100타점은 지난해 12명만이 달성했을 정도로 메이저리그에서도 의미 있는 기록이다.

메이저리그에 비해 36경기가 적은 126게임으로 한 시즌을 치르고 있는 한국 프로야구에서 3할-30홈런-100타점은 메이저리그의 그것과는 비교하기 힘들만큼 매우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프로야구 26년 동안 한 시즌 3할-30홈런-100타점을 기록한 선수들은 모두 21명이다. 그러나 5번을 달성한 이승엽이나 3번의 심정수와 같이 중복 달성한 선수들을 제외하면 총 12명만이 대기록을 달성했다.

장종훈에서 브롬바까지 총 12명이 달성

▲ 88년 김성한은 프로야구 최초로 3할-30홈런의 벽을 무너뜨렸다.
ⓒ 기아 타이거즈
경기 수가 적었던 탓이 컸지만 시즌 30홈런조차 넘기지 못했던 초기의 프로야구를 지나서 가장 먼저 미지의 문을 두드린 선수는 88년 해태의 김성한이었다. 당시 김성한은 .324의 타율과 30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프로야구 최초로 3할-30홈런을 달성했지만 타점이 89개에 그쳐 아쉽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김성한은 이전에는 시도조차 생각하지 못했던 3-30-100에 가장 근접한 기록을 낸 첫 번째 선수였다.

프로야구에서 최초로 3할-30홈런-100타점을 달성한 선수는 91년 장종훈(당시 빙그레)이었다. 당시 장종훈은 .345의 타율과 35개의 홈런 114타점을 기록하며 프로야구 최초로 '3-30-100'클럽을 개설했다.

장종훈은 이듬해인 92년에 타율 .299-41홈런-119타점을 기록하며 타율에서 단 1리 차이로 아쉽게도 기록을 이어가지 못했다. 장종훈의 뒤를 이어 '3-30-100'클럽에 가입한 선수는 97년 타율 .329-홈런 32개-114타점을 기록한 삼성의 이승엽이었다. 이승엽은 98년에도 두산의 타이론 우즈와 함께 3-30-100클럽에 가입을 했다.

▲ 프로야구 최초로 '3-30-100'클럽을 개설한 장종훈
ⓒ 남궁경상
'타고투저'가 가장 극심했던 99년에는 이승엽과 호세(당시 롯데), 마해영(당시 롯데), 데이비스(한화), 양준혁(당시 해태), 심정수(당시 두산), 홍현우(해태)등 무려 7명의 선수가 '3-30-100'클럽에 가입해 역대 최다 클럽 가입자를 배출했다. 99년 LG에서 뛰었던 이병규는 타율 .349-홈런 30개-99 타점을 기록해 1타점 차이로 클럽 가입에 실패하기도 했다.

2000년 우즈, 박재홍(당시 현대), 김동주(두산), 2001년 호세, 2002년 이승엽, 심정수(당시 현대), 마해영(당시 삼성), 2003년 이승엽, 심정수 등 97년 이후 매년 꾸준하게 나왔던 '3-30-100'클럽 가입자는 2004년 현대의 브롬바를 마지막으로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2005년에는 서튼(현대)이 35홈런과 102타점을 기록했지만 타율 .292를 기록하며 문턱을 넘지 못했고 2006년에는 30홈런을 넘긴 선수조차 나오지 못하면서 결국 2년 연속 가입자를 배출하는 데 실패했다.

3할-30홈런-100타점을 가장 많이 달성한 선수는 총 5번을 달성한 이승엽이며 3번을 달성한 심정수가 그 뒤를 쫓고 있다. 외국인 선수들을 제외한 국내 선수들 가운데 한 번이라도 '3-30-100'을 달성한 선수는 8명이다. 팀으로는 삼성이 6번으로 가장 많으며 두산과 현대가 각각 4번씩으로 2위에 올라있다. 이밖에 롯데(3번), 한화(2번), 기아(2번)순이다. LG와 SK는 아직 한 번도 달성자를 배출한 적이 없다.

3할-30홈런-100타점에 도전하는 5인

투고타저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최근 2년간 3할-30홈런-100타점을 달성하는 선수들은 나오지 않고 있지만 올 시즌은 '3-30-100'클럽 가입자가 탄생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시즌의 절반 정도가 남았음을 감안할 때 '3-30-100'을 노릴 수 있는 3할-15홈런-50타점에 근접해 있는 선수들은 현재 총 5명이다.

홈런 1위를 달리고 있는 브롬바(현대,0.297-18-56)를 비롯해 김태균(한화,0.323-17-58), 이대호(롯데,0.345-17-46), 양준혁(삼성,0.326-16-50), 크루즈(한화,0.339-16-60)가 바로 그들이다. 지금의 페이스를 시즌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겠지만 현재 성적으로 볼 때 올 시즌 13번째 달성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20승이 에이스를 상징한다면 3할-30홈런-100타점은 최고의 타자를 의미한다. 과연 누가 13번째 영광의 선수가 될 수 있을지 현재 프로야구를 대표하고 있는 이들 5인의 도전에 주목해보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스포홀릭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7-07-03 12:14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스포홀릭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장종훈 이승엽 3-30-100 투고타저 타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