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소문이 돌았을 때부터 보고 싶었던 영화였다. 주연 배우들의 네임벨류 보단 실화를 바탕으로 한 설정에 흥미를 가졌던 작품이었다. 뚜껑이 열리기 전부터 감독은 (표면적으로) 흥행을 염두해 둔 영화라기 보다는 스스로 '현상 수배극'이라 지칭하며 범국민적인 선동을 촉구하고 나섰다. 감독이 원하는 성과를 거두기 위해선 일단 그 놈 목소리를 듣는 관색들의 분노를 사야했고, 범인에 대한 증오심도 심어줘야만 했다. 결과만 말하자면 감독의 의중은 어느 정도 잘 전달됐다. 범인과의 통화 상에서 들려오던 아들의 목소리는 녹음된 것이었고, 김남주에게 보낸 우편물에 상호의 어금니를 동봉하여 보낸 것만 하더라도 침착한 관객의 이성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한 치의 오차도 없는 범인의 목소리에 불안한 사투를 벌어야만 하는 부모의 애타는 심정과 끈질긴 줄다리기를 하지만 언제나 답보 상태에 이르는 범인과의 협상은 보는 내내 안타까움을 남겼다. 피폐해진 김남주를 독려하던 목사를 매몰차게 돌려 보내며 종교의 도움을 거부했던 설경구가 영화 후반부 돈가방을 들고 뛰며 하나님과 복음을 다급하게 읆조리는 장면은 갈 데까지 간 부모의 마지막 날갯짓이었다. 현상 수배극을 표방한 영화이기에, 강동원은 결국 '잡히지 말아야만' 하는 대상이었기에 결말을 어떻게 맺을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감독이 결정한 영화의 라스트 신은 현직에 복귀한 앵커 한경배의 오열 신이었다. 설경구는 격정적인 감정을 표출하며 아들을 잃은 씻을 수 없는 아픔과 유괴범에 대한 격분함을 동시에 토해냈다. 이윽고 이어지는 사실상 이 영화의 제목이자 포커스인 '그 놈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 순간만큼은 누구라도 소름이 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잊혀진 사건의 재조명, 전체적인 구성과 사건 전개, 배우들의 연기 모두 좋은 평을 내리고 싶다. 관객의 능동성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영화라는 점에서도 꽤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그럼 이제 아쉬웠던 부분들을 짚어볼까? 첫째로는 영화 속에서 그려졌던 경찰들의 무능함이다. 애당초 '그 놈 목소리'가 관객들의 동참을 이끌고자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국민들이 할 수 있는 건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과 참여를 이끌는 것 뿐이지, 현장에서 행동하는 단계까진 이르지 못한다. 결국 도움을 얻어야 하는 건 실제 수사에 관여하는 분들이다. 하지만 영화 상에선 게으르고 나태한 모습만이 그려진다. 그 분들의 존재에 신뢰를 줄 수 있을 만한 동기를 그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정작 현장에서 발벗고 뛰는 분들은 경찰 관계자들인데 말이다. 그리고 또 문제로 삼을 만한 건 아이를 유괴 당한 부모에 대한 죄책감이 너무 리얼하게 표현됐다는 점이다. 늦은 저녁에 아이를 방치해둔 소홀함은 내용 전개를 위해선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혹시 계모가 아니냐는 아이의 대사는 반복적으로 괴롭히고, 범인의 요구에 건물의 계단을 오르며 오버랩되는 아이의 형상은 실제 당사자들이나 전국의 이 같은 경험을 지니고 계신 분들의 심정을 헤아렸다고 보긴 힘들다. 자칫하면 흐름상 부모의 책임으로 잘못 해석될 수도 있을 뻔 했다. 화제가 됐었던 김남주의 통곡 신도 각종 연예 프로그램에서 너무 많이 전파를 탔기 때문인지 정작 영화내에선 특별한 감흥을 안겨주지 못했다. 지나친 홍보가 만든 부작용이었다. 사실 이렇다 저렇다 왈가왈부 하는 건 의미가 없다. 공소시효가 만료된 사건을 재부상시키고 자의적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길 주저하지 않은 담대한 이 영화가 부디 범인의 검거로 제대로 된 '결말'을 맺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바이다.

그 놈 목소리 설경구 김남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