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각으로 10일 프랑스 파리에 있는 필립 샤트리에 코트에서 벌어진 2007 롤랑 가로스(프랑스 오픈) 테니스 대회 남자단식 결승전에서 라파엘 나달이 3연패를 달성했다.

그의 결승상대는 황제인 로저 페더러였다.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이긴 했지만 페더러는 다시 한번 이 대회에서 나달에게 패함으로 인해 올 시즌 그랜드슬램달성은 물거품이 되었고 커리어그랜드슬램(시기에 상관없이 4대 메이저 대회를 모두 우승하는 것)달성도 내년을 기약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경기를 하는 내내 페더러는 불안해 보였다. 반면 나달은 역시 이곳은 내 땅이라는 듯 여유를 보였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이렇게 페더러는 나달에게 패했다. 한달 전 나달의 클레이코트 연승기록을 81에서 멈추게 하며 이번 대회의 우승 가능성을 높였던 페더러였기에 이번 패배의 충격은 적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른 대회는 다 우승해봤는데...

사실 프랑스 오픈 대회는 특별하다. 물론 4대 메이저대회가 각각의 특징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이 대회처럼 아주 기형적인 결과를 보여주는 대회는 없다. 1989년 170cm대의 자그마한 체구로 만 17세에 불과하던 중국계 미국인 마이클 창이 이 대회 단식 타이틀을 차지하며 메이저대회 최연소 우승기록을 세웠다.

그는 빠른 발로 코트를 누비며 쉼 없는 리턴으로 경쟁자를 지치게 만들었다. 아마도 이 대회가 클레이코트에서 열렸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는 이후 은퇴할 때까지 다른 메이저 대회 타이틀을 가지진 못했다.

토마스 무스터, 예브게니 카펠니코프, 구스타보 쿠에르텐, 카를로스 모야, 심지어 프랑스오픈 3연패에 빛나는 라파엘 나달까지도 이 대회를 제외한 다른 메이저 대회 단식 타이틀을 단 하나도 갖고 있지 못하다.

반대로 다른 메이저 대회에서 수없이 우승했지만 프랑스 오픈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한 선수도 있다. 페더러 이전 세계 최고의 선수였던 피트 샘프라스 역시 메이저대회 단식타이틀을 14개나 가지고 있지만 프랑스 오픈 단식 타이틀이 없어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지 못했다.

샘프라스보다 메이저 타이틀이 적었던 안드레 애거시의 경우 1999년 한차례 프랑스 오픈에서 우승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이로 인해 세계 최강으로 군림했던 샘프라스였지만 비슷한 시기에 라이벌이었던 안드레 애거시가 절대 그에 뒤지지 않는 평가를 받는 것도 바로 이 프랑스 오픈 때문이었다.

현역 최고 선수로 평가받는 로저 페더러도 메이저 단식타이틀이 10개에 이르지만 그 역시 아직 프랑스오픈 단식 타이틀이 없다.

공이 지면에 닿는 순간 속도 느려져

그렇다면 클레이코트의 특성은 무엇일까. 일반 동호인들이 가장 많이 접하는 코트가 바로 클레이코트이다. 클레이코트에서 경기를 하다가 간혹 하드코트에서 경기를 할 때가 있는데 그 경우 볼 스피드가 빨라져 적응하는데 애를 먹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만큼 볼 스피드가 붙어 파워 있는 선수에게 유리해 진다. 잔디코트의 경우 그 속도는 더 빨라진다. 그래서 피트 샘프라스같이 서브의 속도가 빠르고 공격적인 서브앤 발리어(서브후 네트로 다가가 공격하는선수)에게 이점이 많다. 확실한 파워스트로크를 치면 어김없이 득점으로 이어진다.

아무리 빠른 발을 가진 선수라 할지라도 속도가 붙은 볼을 따라가기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클레이코트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볼이 지면에 닿는 순간 스피드가 확연히 줄어 버리고 빠른 발을 가진 선수는 악착같이 볼을 따라가서 끊임없는 리턴으로 응수를 한다. 흔히들 라파엘 나달 같은 베이스라이너(라인근처에서 스트로크를 길게 혹은 짧게 기술적으로 볼을 넘기며 상대의 실책을 유도하는 선수)에게 유리하다.

4대 메이저 대회 중 호주오픈과 US오픈이 하드코트, 윔블던이 잔디코트에서 열리는 반면 프랑스 오픈만이 클레이코트에서 열린다. 기술적으로 세분화된 현대 테니스에서 특히 남자부의 경우 모든 종류의 코트에서 강점을 보이기는 힘들다.

과거 안드레 애거시의 경우 나름대로 모든 코트에서 비교적 잘 적응을 했으나 절대적인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다. 그런 점에서 보면 현역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는 로저 페더러의 경우 역대 어느 선수보다도 기술적으로 모든 코트에 완벽히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프랑스 오픈에서 준우승에 그쳤지만 아직 그의 나이(26세)를 감안하면 몇 년 안에 라파엘 나달을 제치고 프랑스오픈을 제패해 커리어그랜드슬램을 달성하고 나아가 남자부에서 1969년 로드 레이버 이후 나오지 않고 있는 그랜드 슬램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2007-06-12 09:53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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