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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신문
[권지희 기자] 재계의 입장을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회장 조석래)가 최근 '정부가 만약 법적 강제를 통해 과도한 여성고용과 모성보호를 추진한다면 여성의 고용이 더 줄어들게 될 것'이라는 주장을 담은 보고서를 펴내 논란이 일고 있다.

전경련은 지난 14일 매출액 기준 상위 300대 기업(금융·보험사 제외)을 대상으로 2003년부터 2006년까지 4년간 고용한 여성근로자 수와 이들의 근속연수, 급여수준 등을 분석한 '대기업 인력구조 및 여성인력 현황 조사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기업의 효율적인 여성인력 관리전략 수립'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전경련이 여성인력에 대한 보고서를 낸 것은 1961년 설립 이래 처음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300대 기업의 남성 고용비율은 2004년 3.2%, 2005년 2.4%, 2006년 2%로 꾸준한 감소세를 보인 반면, 여성은 같은 기간에 8.3%, 12.9%, 2.6%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매출 상위 100대 기업의 경우 전년 대비 여성고용 증가율이 2004년 13.7%, 2005년 17.4%에 달하며, 2006년에는 300대 기업이 고용한 전체 여성인력의 73.5%에 달하는 10만8000명의 여성을 고용했다. 그러나 전체 직원 대비 여성고용 비중은 12.4%로, 300대 기업 평균(14.7%)보다 4%포인트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전경련의 '시대착오적인 인식'이다.

이 보고서는 "대기업 일자리 수 증가가 정체상태인 상황에서 만약 정부가 배우자 3일 무급 출산휴가제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 육아휴직 분할사용 등 각종 모성보호제도를 법으로 강제하려 든다면 오히려 여성의 신규 노동시장 진입이 가로막히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전경련·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5단체 상근부회장단은 지난달 9일 모성보호제도를 의무규정으로 하는 '남녀고용평등 및 직장과 가정생활의 양립 지원을 위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의 입법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연차휴가도 다 쓰지 않아 수당으로 보상받는 상황에서 배우자 출산휴가제 등이 도입되면 기업 부담만 높아져 여성고용 기반이 약해진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모성보호를 '비용'이 아닌 '투자'의 개념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서윤석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앞서가는 외국기업들은 우수한 여성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육아문제 해결에 주력하고 있다"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들이라면 좀더 대범하게 나라 전체를 걱정하는 시각을 갖고 모성보호제도 도입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수한 여성인재를 외국으로 내보낼 바에야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붙잡는 것이 장기적으로 기업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비책이라는 것이다.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 정책실장도 "기업의 생산성이 제자리걸음 상태인 이유 중 하나는 모성보호 비용을 아끼려고 여성들은 집으로 돌려보내고, 한정된 남성인력만으로 버티려 하기 때문"이라면서 "그나마도 길어야 10년을 버틸 수 있을 뿐인데, 차라리 시각을 긍정적으로 바꿔서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것이 기업 이미지 제고에도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전경련, #300대 기업, #모성보호, #여성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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